국가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과 함께 낙동강 현장 탐사보도를 진행했다. 10월 말경에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을 원작으로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편집자말] |
뒷산 나무들을 다 죽인 '죽음의 건물', 주민들도 위험하다
▲ 낙동강 최상류 백두대간 협곡 사이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 1970년 세워진 영풍제련소는 50년가까이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 권우성 ▲ [드론영상] 낙동강 최상류 영풍제련소 ⓒ 권우성 ▲ 환경운동연합 전국대의원 100여 명이 영풍제련소 제1공장 앞 낙동강변에서 영풍제련소 폐쇄촉구 현장 액션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낙동강 최상류 백두대간 협곡 사이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 1970년 세워진 영풍제련소는 50년가까이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뒷산은 고농도의 아황산가스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고 흙과 돌이 무너져 내려 황폐화되었다. ⓒ 권우성 ▲ 이상식 영풍제련소 공대위 상임대표. ⓒ 권우성 ▲ 영풍제련소 토양정화명령 현황을 정리한 표 ⓒ 계대욱 ▲ 낙동강 최상류 백두대간 협곡 사이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 1970년 세워진 영풍제련소는 50년가까이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뒷산은 고농도의 아황산가스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고 흙과 돌이 무너져 내려 황폐화되었다. ⓒ 권우성 ▲ 신기선 영풍제련소 공대위 집행위원장. ⓒ 권우성 ▲ 새벽시간 집중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 영풍제련소 공대위 ▲ 낙동강 최상류 백두대간 협곡 사이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 1970년 세워진 영풍제련소는 50년가까이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 권우성
하늘에서 본 ㈜영풍 석포제련소의 위용은 첩첩산중 난공불락 요새를 방불케 했다. 우선 석포역 기찻길 옆 거대한 얼룩무늬 탱크 여러 개가 시선을 압도했다. 황산 저장 시설이다. 원료가 되는 아연정광을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도 보였다. 거대한 보관창고를 지나면 공장설비가 이어진다. 우뚝 솟은 굴뚝들은 희뿌연 연기를 내뿜었다.
지난 8월 30일 찾아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낙동강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등으로 구성된 '낙동강 탐사팀'은 백두대간 협곡을 채운 영풍제련소의 거대하고 기괴한 분위기에 압도됐다. 아연괴와 황산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1·2·3공장의 면적은 약 50만 제곱미터. 축구장(서울월드컵경기장 7140㎡ 기준) 70여 개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산림 황폐] 고사한 나무, 토양 산성화와 대기오염 영향
"저 산의 나무가 타죽고 암반이 녹아서 흘러내릴 정도까지…"
낙동강 탐사팀과 함께 영풍제련소를 찾은 이상식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공동대표의 말이다. 영풍제련소 제1공장 옆에 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황폐한 뒷산의 모습이다. 나무들이 말라 죽었고 산사태로 흙과 돌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전부 다 고농도의 아황산가스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 보면 사태가 나서 강기슭에 쌓여 있다. 저 흙을 채집해서 분석을 해봤더니 산도(pH)가 3.1 정도 나왔다. 잘 아시겠지만 주방에 쓰는 조미료 식초가 산도가 3.5이다. 식초보다 더 강한 산성이다(pH 농도는 숫자가 낮을수록 산성도가 강하다). 그러니까 식초에 풀을 담아놓으면 다 죽는데 그보다 더 강한 산성이니까 살 방법이 없는 거다."
환경부의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 보고서(2016)'에도 산림 고사의 원인으로 토양 산성화를 지적했다. 산림 훼손지 토양 평균 pH는 3.9로 '건전 지역인 강원지역 삼림의 평균 pH 5.3 및 전국 삼림 평균 pH 5.1과 비교해 심하게 산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토양 산성화와 중금속 오염이 밝혀졌고,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훼손지역이 확산될 우려도 있어 추가적인 정밀조사와 복원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정부, 지자체, 기업, 전문가, 주민, 시민단체 등으로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산림, 토양, 대기, 수질·퇴적물, 수생태, 주민건강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토양 오염] 비소, 아연, 카드뮴, 수은... 오염된 땅
아래 표를 보아주기 바란다. 영풍제련소 토양정화명령 현황을 정리한 표이다. 식초보다 더 강한 산성 땅만 문제 되는 게 아니었다.
"(중금속 기준치 초과로) 봉화군청에서 정화명령을 내릴 정도까지, (제련소) 반경 4km 안에 농경지가 다 오염됐습니다. 학교 운동장, 주택가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중 가장 민감한 곳이 학교운동장이기에 우선적으로 정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나머지는 방치 상태이고 이행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중순 공대위 법률대응단은 토양정화명령의 이행 정도를 확인하려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봉화군은 '관련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고 '경영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의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자, 법률대응단은 9월 초 봉화군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률대응단 백수범 변호사는 "토양정화명령 이행상황 보고문서는 국민의 생명·신체·건강·재산·생활 보호를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정보"라면서 "토양정화 이행률이 너무 낮아 (봉화군이) 정보공개에 난색을 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봉화군이 개별적으로 토양정화명령을 내리는 것을 넘어서 정부 차원에서 토양보전대책지역 지정 등, 제련소 주변 토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제련소 안팎으로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라고 내려진 명령은 5건이다. 예상 면적은 축구장 91개, 부피는 15톤 덤프트럭(약 10㎥ 적재) 4만9690대로 퍼날라야 하는 막대한 양이다.
영풍제련소의 토양정화와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사례는 장항제련소이다. 충남 서천군 바닷가에 있던 장항제련소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가동해 1989년 폐쇄될 때까지 50여 년간 굴뚝으로 중금속을 배출했다. 비소, 카드뮴 등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농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에 악영향을 끼쳤다.
각종 암과 질병으로 시달리던 주민들이 대책을 요구했다. 2009년 정부는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오염토양 정화대책 사업' 계획을 수립해 2023년까지 3960억 원을 들여 단계적으로 토양오염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영풍제련소는 예외일까?
[낙동강 최상류 오염원] 불법 확인됐어도 공장은 돌아간다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 폐해는 전방위적이다.
"여기서 20km만 올라가면 황지연못, 낙동강 발원지다. 낙동강 최상류의 맑은 물을 화학공장이 망가뜨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라는데 어떻게 이런 공장이 강 최상류에 존속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일이다."
낙동강 탐사팀과 동행한 신기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관리하는 기관이 제대로 관리하면 되는 거다. 법과 규정이 다 있는데 법과 규정대로 집행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환경청이나 봉화군, 경상북도가 정신 차려야 한다."
낙동강은 영남인 1300만 명의 식수원이다. 낙동강 최상류에 이런 오염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영풍제련소가 제3공장을 지으면서부터였다. 70년대에 1· 2공장이 지어졌고, 지난 2005년 제4종의 소형 대기배출사업장으로 제3공장을 설립 신고했다. 영풍제련소는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80톤 이상인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 제1종 사업장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2013년 8월에 불법 가동 사실이 적발됐다. 이후 건축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 14억600만원을 내고 불법 건축한 제3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보전산지이자 하천침수지이고 철도용지로 애초에 허가가 불가능한 곳인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꼼수를 부린 셈이다.
하지만 감독관청이 제대로 감시만 했다면 이런 꼼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경상북도는 대기와 수질, 대구지방환경청은 화학물질과 지정폐기물, 봉화군은 일반폐기물과 토양, 지하수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제3공장에 대해 봉화군, 경상북도, 환경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빙산의 일각] 연이은 위법
"무법천지", "무소불위", "영풍공화국", 영풍제련소 공대위 관계자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과장이 아니다. 그간 영풍제련소를 둘러싼 위법사항을 정리해봤다.
- 허가 없이 제3공장 불법 증축 및 운영. 2013년 이후에만 환경법령 위반 46건.
–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환경법령 위반 36건(폐수 및 대기배출시설 운영·관리 미흡, 대기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오염물질 무단배출, 지정폐기물 관리기준 위반 등).
- 2017년 10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과징금 6천만 원으로 대체.
- 2018년 2월, 폐수 무단 방류 및 불소·셀레늄 배출허용기준 초과. 4월, 조업정지 20일 처분.
– 2019년 4월, 환경부 특별지도·점검으로 폐수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부적정 운영, 무허가 불법 지하수 관정 설치·운영 등 물환경보전법, 지하수법 등 6개 관련 법률 위반 적발. 조업정지 120일 처분 경상북도에 요청.
– 2019년 7월,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 3년간 1800여건 조작으로 임원 구속.
지난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눈여겨 볼만한 판결도 있었다. 조업정지 20일에 불복해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영풍이 패소했다.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20일 처분이 적법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영풍의 "법규위반 정도가 경미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위반행위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면서 "수질오염 방지와 공공수역의 물환경 보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에 대한 침해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차례 환경법령 위반 전력이 있고, 2017년 말 과징금 대체 후 불과 4개월 만에 불법을 자행했기에, 환경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조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것도 "더 이상 영풍제의 환경관련 법규위반에 대한 적절한 제재수단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업정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재가동시 사고 위험 등의 문제는 조업정지 후 재가동할 때 "설비 점검 및 보수를 통해 영풍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즉각 항소했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지금도 공장은 돌아가고 있다.
[수사 촉구] "영풍 최고 경영진에게 책임 물어야"
최근 공대위 법률대응단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과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의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영풍제련소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 1868건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고, 4차례 배출부과금을 면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측정대행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는 등, 갑의 위치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조작을 강요했고, 여수산단 대기오염 배출조작 사태 이후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도 제기됐다.
법률대응단 백수범 변호사는 "제련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시점이다, (측정자료 조작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고 실무선에서 단독으로 결정하는 게 기업 운영 측면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서 "최고 경영진, 그룹 핵심부의 관여 여부를 수사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기에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7일, 영풍제련소의 요청으로 두 차례나 연기됐던 조업정지 120일에 대한 청문 절차가 진행됐다. 경상북도는 그대로 행정처분을 내리게 될 것인가.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카드는 '주민생계'와 '지역경제'이다. 석포 전체 인구는 2200여 명이다. 제련소와 협력업체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1200여 명이고 이중 800명이 석포면에 거주하고 있다.
"이 공장이 없어지면 굶어 죽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공장이 없어지면 대안을 찾으면 되고 얼마든지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신기선 집행위원장이 사업주의 부도덕한 행태를 꼬집으며, 제련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도 나설 수 없는 주민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과 불법행위는 반세기 동안 거듭됐다. 공대위 관계자들은 영풍제련소측이 그간 보여온 행태로 볼 때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물환경보전법 3차 위반 사항이 내년 4월 전에 적발되면 허가취소 또는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 확실치 않다.
[죽음의 강] 다슬기 한 마리도 없다
낙동강 답사팀이 이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제1공장 700여 미터 상류였다. 제련소로 들어가기 전 강에서 관찰되는 다슬기가 제련소를 지나고 나면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상식 공동대표는 분통을 터트렸다.
"1공장 바로 위까지는 아주 건강하다. 그런데 1공장이 시작되는 입구부터 그러니깐 원료가 들어오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그 밑으로는 다슬기도 한 마리도 없고, 저서 생명체도 한 마리도 없고, 완전히 죽음의 강이다. 산, 강, 농토, 식생 전체가 다 망가져 버린 거다."
만약 영풍제련소가 없었다면 석포는 어떤 풍경일까. 영주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과 같이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강 따라 물돌이 마을이 형성되었을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괴기스러운 공장 풍경이 들어서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의 말처럼 '죽음의 강'을 만드는 제조공장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최상류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점이다.
영풍제련소에 도착한 뒤 잠시 잦아졌던 공장의 굴뚝 연기가, 낙동강 답사팀이 떠날 때부터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낙동강 최상류에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영풍공화국의 질주는 언제쯤 끝이 날까?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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