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지난 1월 30일 천안함 항소심 최종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재판부에서는 변론재개를 통보하였고 재판 당일 재판장께서는 ‘판결문’ 대신 몇 가지 ‘숙제(석명요구)’를 주셨습니다.
재판부에서 요구한 석명요구 사항은 검사에 대해 두 항목, 변호인에게 한 항목 그리고 검사와 변호인 모두에게 한 항목 하여 모두 네 항목이며 그 요약은 아래와 같습니다.
재판부 석명요구 사항 (원문)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위 네 번째 항목으로 재판장께서는 2016, 2018 대법원 판례를 예시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판례를 적시한 바와 같이, 만약 1월 30일 선고가 있었다면 대법원의 판례가 바로 판결문에 기록될 내용이 아니었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판장께서는 판결을 유보하고 앞 세 가지 항목에 대한 석명과 함께 대법원 판례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요구하셨습니다.
하여 우선 첫 번째 항목인 <스크래치 문제>에 대한 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이 사항은 재판장께서 검사측에 석명을 요구하신 사항이지만 그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또한 말씀드릴 필요가 있어 의견서 형식으로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의 견 서
수 신 :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 제출일 : 2020. 3. 20
피고인 : 신 상 철
사 건 : 2016노444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명예훼손) 등
제 목 : <항소심 석명요구-1> 스크래치에 대하여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1월 30일 공판에서 김형두 재판장님께서는 검찰측과 변호인측에 네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한 석명을 요구하셨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은 검찰측에, 세 번째 항목은 변호인측에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항목은 검찰과 변호인측 모두에게 석명을 요구하신 사항입니다.
이 가운데 법리적 해석과 견해가 요구되어 피고인의 변호인께서 작성할 네 번째 항목을 제외한 앞 세 항목에 대하여 각각 별개의 의견서 형태로 제출드리고자 합니다.
재판장님께서 석명을 요구하신 첫 항목은 ‘스크래치의 멸실 여부’에 관한 사항으로 재판장님께서는 검찰측에 석명을 요구하셨지만, 이 사안에 대한 피고인의 견해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재판장님께서는 “피고인은 자신이 처음 본 선체에 있었던 스크래치가 모종의 원인으로 그 후 사라졌다는 취지로 줄곧 주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변호인은 고압분사(High Pressure Water Jet) 등의 청소 때문에 스크래치가 희미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검찰측에 “천안함이 육지로 인양되고 나서 2010. 4. 30까지 사이에 천안함 선체에 대한 청소(Washing /Cleaning) 작업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시행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1. 개요 및 전제 사항
천안함 항소심 재판을 새로이 맡게 되신 재판장님과 배석 판사님께서 이 사안에 대해 쉽게 파악하실 수 있도록 전제 사항을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쟁점인 ‘스크래치 멸실 여부’ 즉 ‘증거인멸 항목’은 ‘구조지연 항목’과 함께 피고인의 1심 유죄항목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1) 피고인의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 위촉 : 2010. 4. 15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고인은 항해.선박 전문가 자격으로 민주당 천안함 특위의 요청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국방부 주도의 민군합동조사단 구성이 발표되면서 민주당에서는 피고인에게 <천안함 진상규명을 위한 민군합동 조사단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 역할을 맡아 줄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인은 그것을 수락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피고인이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위촉된 2010년 4월 15일은 천안함 함미가 수면 위로 올라와 바지선에 탑재되었던 바로 그 날이며, 전 국민은 생방송으로 중계된 TV화면을 통해 천안함 선체 현측외판에 선명하게 드러난 ‘좌초’의 흔적 즉, ‘길이방향의 스크래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함미탑재(2010-4-15) 현측외판 하부에 길이방향 스크래치 (노란색 사각형)가 선명하다
(2) 천안함 첫 조사를 위한 평택2함대 방문 : 2010. 4. 30 09:00
피고인은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위촉된 후 보름이 지난 2010. 4. 30 오전 천안함 선체에 대한 첫 조사를 위해 평택2함대를 방문하였습니다.
보름 전인 4. 15일,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에 탑재될 당시 선체 현측외판 하부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던 길이 방향 스크래치를 TV생중계로 확인하였으므로 피고인은 <천안함은 좌초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평택2함대 천안함 조사 당일에는 현측외판에 나타난 스크래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좌초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프로펠러까지 휘어지고 찌그러진 상황이 이미 알려졌으므로 사고원인(좌초)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천안함 첫 조사를 위해 평택2함대에 도착하였을 때 군 당국은 피고인에게 사고원인에 대한 브리핑을 먼저 한다며 현장이 아닌 회의실로 안내한 후 그곳에서 <폭발>만을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황당한 상황에 피고인이 반발하며 <좌초>를 주장하자 군 당국은 <좌초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제지하여 피차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점심 후 천안함이 거치된 현장으로 가서 선체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하고 오전 회의를 마쳤습니다.
(3) 천안함 선체 현장 조사 : 2010. 4. 30 오후 2:00 ~ 5:30
점심 식사 후 피고인은 군 당국 관계자 및 합조단 조사위원들과 함께 천안함 선체에 대한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선체에 가까이 다가가며 피고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천안함 함미 인양 당시 선명하게 드러나 있던 선체 현측외판(舷側外板) 하부의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현저하게 희미해져 거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군 당국이 선체외판에 대해 모종의 클리닝 혹은 워싱 등의 세척작업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선체 외판의 면적은 넓고 비록 현측외판(舷側外板)의 스크래치는 희미해졌다 하더라도 배 밑바닥인 선저외판(船底外板)에 산재한 미세한 스크래치들만으로도 좌초를 입증하기에 충분했고 더구나 빌지킬, 함안정기 및 프로펠러 손상 등 좌초로 인한 선박의 손상들이 분명히 나타나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천안함 좌초> 사실을 확인하고 첫 조사를 끝냈습니다.
(4) 천안함 선체 현측외판에 대한 증거인멸 문제 제기
이후 피고인은 군 당국에 대하여 어떠한 명목으로든 선체 외판에 대한 클리닝 혹은 워싱 등 세척작업을 시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를 온라인 상으로 제기하면서 그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물어 국방장관에 대해 ‘증거인멸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피고인이 ‘증거인멸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였던 것은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훼손시키는 것이었기에 그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나 크다고 보았으며 군 당국이 중요한 증거들을 없애거나 축소하기 위한 어떤 형태의 시도를 했다면 그것은 분명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입니다.
(5) 김태영 국방장관은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유죄
1심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김태영 국방장관을 증거인멸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 외판에 대하여 증거인멸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김태영 국방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이 김태영 국방장관을 피고발인으로 하여 고발장을 제출하였던 것은 그가 직접 페이퍼나 걸레를 들고 현장에서 천안함 외판을 닦아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 및 합조단 조직의 총괄적인 최고책임자였기 때문이며 만약 군 당국 혹은 합조단이 외판에 클리닝 등 세척행위를 했다면 그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국방장관에게 묻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천안함 선체 외판에 대한 군 당국의 세척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합리적인 근거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 선체 외판 스크래치에 대한 정의
천안함 10년 재판과정을 통해 누차 언급된 <선체 외판 스크래치>에 대해 구분하여 정의할 필요가 있기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총체적으로 <선체 외판 스크래치>로 불리었지만 <현측 외판하부 스크래치>와 <선저 하부 스크래치>로 구분하여 말씀드리는 것이 전반적으로 이해하시기에 편하실 것입니다.
위 그림과 같이 선박의 구조 가운데 중앙단면도를 놓고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박 조종실에서 선수쪽을 바라보았을 때 선박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측을 좌현(左舷), 우측을 우현(右舷)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선박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철판 모두를 선체외판(船體外板) 혹은 간단히 외판(外板)이라고 부르며 위 그림 좌.우 현측외판(A+B)과 선저외판(C)모두를 말합니다.
(1) 현측외판(舷側外板, Side Plate)
외판 굴곡 부위의 빌지킬(Bilge Keel, 선체횡요를 줄이기 위해 길이방향으로 설치한 철판)을 기준으로 위쪽(A+B)을 현측외판(舷側外板)이라고 합니다. 현측외판(A+B) 가운데 하부(B)는 수면에 접하거나 수면 아래에 있는 부위로 좌초 등 사고발생 시 외력에 의한 손상이 쉽게 발생하는 부위입니다.
(2) 선저외판(船底外板, Bottom Plate)
통상 빌지킬 기준으로 그 하부의 외판을 선저외판(船底外板)이라고 하며 좌초등 접촉손상 가능성이 크므로 현측외판보다 두꺼운 철판을 사용합니다.
천안함이 좌초 당시 해저지반과의 접촉으로 인해 손상이 발생하였던 부분은 왼쪽 그림과 같이 현측외판하부(B)와 선저외판(C)입니다. 따라서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부위도 (B)와 (C)이며 피고인이 천안함 현장조사 당시 집중적으로 스크래치 존재여부를 확인했던 부위도 바로 (B)와 (C)입니다.
이 가운데 피고인의 국방장관에 대한 고발로 쟁점이 되었던 부위는 바로 현측외판하부, 즉 (B)부분입니다. 2010. 4. 15 바지선 탑재 당시 TV화면을 통해 확인이 가능했고 이후 현장조사와의 차이로 인해 문제가 제기되었던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현측외판(B) 부위의 스크래치가 문제가 되자 조사보고서에 아예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록해버렸지만, 그러한 은폐 행위는 (C)부위에서 발견된 무수한 스크래치들로 인해 무색해집니다. 선측외판 하부든, 선저하부든 좌초로 인해 손상이 발생한 매카니즘이 동일하기에 결코 감추어질 수 없었던 것이지요.
3. 국방부(합조단)의 클리닝 여부에 대하여
피고인은 국방부 혹은 합조단이 천안함 인양 후 선체외판에 대하여 워싱(Washing) 혹은 클리닝(Cleaning)을 실시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고압분사(High Pressure Water Jet) 방식으로 ‘외판세척’을 실시하였는지 여부 또한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국방부 혹은 합조단이 어떠한 형태든 외판에 대한 세척행위를 실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그렇게 추정하기에 충분한 합리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설사 국방부 혹은 합조단이 외판세척을 실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국방부(합조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들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4. 정작 중요한 것은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존재했는지 여부>
천안함 사고에 있어 <길이방향 스크래치>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좌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선박이 좌초하여 해저지반을 파고 들면 해저의 돌, 자갈 등과의 접촉으로 인하여 선저하부에 길이방향의 스크래치가 반드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체 인양 당시 TV생방송을 통하여 천안함에 발생한 ‘현측외판 스크래치’를 피고인 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정작 피고인이 천안함 외판을 처음으로 조사하였던 2010. 4. 30 당시 현측외판의 스크래치 흔적이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진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문제 삼았던 것이 첫 번째 논점의 핵심입니다.
지난 1월 30일 공판에서 김형두 재판장님께서는 검찰에 대해 “천안함이 육지로 인양되고 나서 2010. 4. 30까지 사이에 천안함 선체에 대한 청소(Washing/Cleaning) 작업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시행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셨습니다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천안함 하부에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군 당국이 인정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왜냐하면 군 당국은 <스크래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 길이방향 스크래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국방부
국방부는 천안함이 좌초함으로 인해 발생하였던 모든 현상(찢김, 긁힘, 소나돔, 프로펠러)에 대해 부정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으며 그 내용을 국방부 조사보고서 48쪽과 49쪽에 수록해놓고 있습니다.
국방부 조사보고서 49쪽
이와 같이 천안함 선체 인양 후 선저에 대한 조사결과, 좌초로 인해 침몰되었다고 추정할만한 선체 길이방향의 긁힘(스크래치)이나 찢김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군 당국에게, ‘스크래치를 없애기 위한 워싱(Washing) 혹은 클리닝(Cleaning)을 실시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그리고 군 당국이 어떠한 답변을 보내올지는 너무나 자명한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국방부가 <스크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사보고서에 기록할 만큼 자신 있게 주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천안함 인양 이후 <스크래치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져 버렸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만약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천안함 인양 초기 외판하부에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국방부의 답변 내용과는 상관없이 <천안함 외판에 대하여 누가 어떠한 목적이든 모종의 작업을 실시하였고, 군 당국 스스로 스크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서에 기록할 만큼 현저히 희미하게 만든 상황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6. 국방부의 말 바꾸기
군 당국이 천안함 조사보고서에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록한 것은 2010년 9월입니다. 그런데 이후 수년간의 재판과정과 언론사 추적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측외판 및 선저하부에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황한 군 당국은 말 바꾸기를 시작합니다.
2018. 3. 28 <KBS 추적60분 - 8년만의 공개, 천안함보고서의 진실>편에서 천안함 외판의 스크래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증언을 포함, 심층적인 분석 보도를 하자, 군 당국은 소위 <팩트체크>를 발표하며 <스크래치가 침몰 후 또는 인양 시 바닥에 쓸려 발생했을 가능성>을 주장합니다.
2018. 3 <KBS 추적60분>에 대응하여 국방부가 공식발표한 팩트체크
결과적으로 군 당국은 2010년 9월 조사보고서에 <길이방향 선체 긁힘 자국 : 없음>이라고 못박았던 사실을 스스로 뒤엎고, 2018년에 이르러 ‘팩트체크’발표를 통해 <스크래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스스로 기존 주장을 번복하는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선박은 항상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에 해저지반과 접촉하지 않는 한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특히 조선소에서 수리(2009. 12)하고 나온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천안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할 것입니다.
참고로 연평해전(2002. 6) 당시 좌초가 아닌 포격에 의한 파공으로 해저에 침몰해 있다가 무려 50일만에 인양된 참수리 357정의 선체하부와 비교한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 : 참수리 357 - 파공으로 침몰하여 50일간 해저에 있다가 인양됨
하 : 천안함 함미 - 좌초후 충돌로 침몰하여 20여일만에 해저에서 인양됨
7. 선박 전문가들이 판단한 천안함 길이방향 스크래치의 존재
침몰 선박의 인양.구조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인양업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판단이 스크래치 존재여부에 대한 진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하며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천안함 인양에 직접 참여하였던 전문가의 견해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것입니다.
(1)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의 천안함 외판 조사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30년간 인양업무에만 종사한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가 2010. 6. 22 민중의소리 기자들과 함께 평택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을 직접 조사한 사실이 있습니다.
합조단이 공개한 천안함 사진과 언론 사진만 보고 “천안함은 좌초했다”고 주장했던 이종인 대표는, 평택2함대에 거치된 천안함 선저하부의 <길이방향 스크래치>를 확인하는 등, 2시간 넘게 조사 후 “폭발은 없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가 <길이방향 스크래치> 부분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민중의소리>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온 해난구조 및 인양 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22일 평택 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을 직접 봤다. 이날 방문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요청을 국방부가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이종인 대표는 애초에는 지난 10일 이정희 의원과 함께 2함대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당시 국방부에서 ‘합조단 주요 관계자들이 UN 브리핑을 위해 출국한 관계로, 이종인 대표 같은 전문가에게 답변을 해 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이 대표의 방문을 거절한 바 있다. 30년 동안 해난구조업에 종사해 온 이종인 대표는 어뢰 폭발한 배를 직접 조사하고, 화물선이 절단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등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베테랑 인양전문가다. 2시간 넘게 천안함 꼼꼼히 본 이종인 대표 “폭발은 없었다” 이종인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경 평택 2함대를 방문해 2시간 이상 천안함을 꼼꼼히 살펴봤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가스터빈실 외벽에는 직접 올라가 살펴보기도 했다. 그간 민군합동조사단이 공개한 천안함 사진과 언론 사진 등을 보고 좌초설을 제기했던 이 대표는 천안함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도 “폭발은 없었다”고 확신했다. 이날 방위사업청 직원과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과장이 이 대표를 안내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했는데, 이 대표는 “군에서 성의껏 설명을 해줬는데, 군의 설명에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동의하지 못해 미안한 감 마저 들었다. 원인을 밝혀내는 게 그만큼 중요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천안함을 살펴보는 2시간 동안 군 관계자들과 이 대표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 대표는 함수 우현 골격에 녹 난 것을 보고는 “이런 게 좌초 현상이다. 꺾어져서 (침몰한) 다음에 좌초현상이 이렇게 되는 게 맞죠? 거기(천안함이 침몰한 장소)가 전부 암반이었거든, 우리 동료들이 가서 작업을 했으니까 (내가 알고 있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피하모니라고 거제도 앞 바다 89m 해저에 폭발해서 가라앉은 배가 있다. 그걸 잠수해서 촬영하고 그랬는데 그거(폭발한 피하모니) 보면 정말 처참하다”라고 말했다. 과거 경험과 비교해봐도 천안함은 폭발로 볼 수 없다는 말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이종인 “찢어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국방과학연구소 “제 분야가 아니어서 모르겠다” 찌그러지고 찢겨진 함 안정기 아래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군에서는 버블 압력에 의해 찌그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이정희 의원실의 요청으로 흡착물질 채집을 위해 2함대를 방문한 국방과학연구소 직원까지 가세해 ‘디싱현상’이라는 전문용어까지 써가면서 애써 설명했다. 이 대표는 찢어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고 물었고, 국방과학연구소측에서는 “그것은 (제 분야가 아니어서) 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배가 잘라지는 것 봤냐. 15만톤 화물선이 잘라지는데 (내가 거기서) 20일동안 먹고 자고 그랬다. 배 잘라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정주영도 못 보고 누구도 본 사람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모두 앞쪽으로 휜 우측 프로펠러 날개 앞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군에서는 “저희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나 상당히 고민을 했는데, 이 프로펠러가 스웨덴 가메와 제품입니다. 가메와에 확인하고 저희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급정거를 해서 관성 모멘트에 의해서 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종인 대표는 “이게 무슨 버스냐. 버스가 가다가 서면 승객이 앞쪽으로 쏠린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니, 그게 이해가 되냐”라며 “이거(프로펠러) AS 안 되냐. 이 두꺼운 게 관성에 의해 휠 정도면”이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프로펠러는 고속 후진하면서 생긴 손상으로 보인다. 고속 후진하면서 단단한 사주(모래언덕)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인 대표는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은 가스터빈실 외벽도 꼼꼼하게 살펴봤다. 가스터빈실 외벽은 가스터빈 잔해와 함께 보관돼 있는데, 합조단에 따르면 바로 수중 비접촉 폭발이 일어난 지점이다. 가스터빈실 외벽은 선저(배밑바닥)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다. 이 대표는 “날카로운 바위에 부딪힌 흔적은 없으나 중앙이 움푹 들어갔는데 버블이 거기만 치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천안함 갑판도 봤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군에서는 공개하지 않은 지역이라면서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절단면이 부분적으로는 딱(한번에) 부러진데도 발견되지만, 이는 철판의 강도 때문이지 폭발에 의해 잘린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철판이 뜯겨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또 찢어진 함 안정기, 함체의 금속 스크래치, 앞으로 휜 프로펠러 등은 좌초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라고 말했다. 이종인 대표는 얼마나 답답했던지 군 관계자들에게 “폐선을 하나 사서, TNT 250Kg을 수중 비접촉 폭발을 시켜보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직접 실험을 해서 따져보자는 것이었다. 이종인 대표는 “실험결과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군에서는 그걸 왜 하냐고 반문하던데 정말 그렇게 해보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03135.html |
(2) 함수 인양업체 현대기술개발 전중선 대표의 증언
전중선 현대기술 개발 대표는 천안함 함수를 인양한 업체의 사장입니다. 그는 <KBS 추적 60분>과의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은 “폭발한 배가 아니다”며 “바닥에 무언가에 긁힌 듯한 스크래치”를 지적합니다.
국내 유수한 인양 전문가이자 천안함 함수를 인양한 업체의 대표가,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에 대한 증언의 무게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닐 것입니다.
천안함 외판에 발생한 길이방향 스크래치 (KBS 추적60분 캡처)
전중선 대표는 <KBS 추적60분> 강윤기 PD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크래치가 있는 것을 선명하게 다 봤다”며 “어뢰를 맞았는데 스크래치가 왜 생기냐?”고 반문합니다.
현대기술개발 전중선 대표의 증언 (KBS 추적60분 캡처)
심지어 전 대표는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군 당국의 주장에 대해 “북한에서 어뢰가 와서 쏴? 십원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였습니다.
현대기술개발 전중선 대표의 증언 (KBS 추적60분 캡처)
(3) 함미 인양업체 88수중개발 정호원 부사장의 증언
함미를 인양한 88수중개발 정호원 부사장은 2017. 11. 14 천안함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바 있습니다.
정 부사장은 ‘천안함 하부의 스크래치가 천안함이 침몰해 해저에 있을 때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방부의 변명에 대해서도 “선저의 스크래치가 해저에 가라앉은 후 생긴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8. 천안함 선체외판에 발생한 길이방향 손상 및 스크래치 현황
천안함 선저 외판에는 좌초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형태의 스크래치 및 손상부위가 존재합니다.
(1) 현측외판 : 길이방향 스크래치 - 벗겨짐 현상
앞에서 예시한 인양 당시의 장면에서 선명하게 나타난 선저하부의 스크래치는 전형적인 <페인트 벗겨짐> 현상입니다.
천안함 선체는 세 가지 색상의 페인트 - 회색, 흑색, 적색 페인트가 적용되는데 사진과 같이 선저하부에 길이방향으로 나타난 흔적은 좌초시 해저지반과의 접촉에 의해 일부 페인트가 벗겨져 나타난 모습입니다.
(2) 선저외판 : 길이방향 미세 스크래치들
천안함 하부에서 발견된 길이방향 스크래치 사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의 현장조사,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의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선저하부의 길이방향 스크래치들은 모두 좌초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들입니다.
(3) 가스터빈실 프레임 부위 길이방향 손상
가스터빈실은 길이 88m인 천안함 선체의 중앙부에 해당하며, 천안함 침몰 당시 함수, 함미와는 별도로 분리되어 침몰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천안함이 <반파되었다>고 발표했지만, 12m에 달하는 가스터빈실의 규모를 볼 때, 두 토막이 아닌 <세 토막 났다>고 발표했어야 정확한 것입니다.
특히 가스터빈실은 선체 중앙부에 해당하므로, 만약 국방부의 발표대로 선체중앙 하부에서 360kgTNT 규모의 어뢰가 폭발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폭발과 충격파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어야 할 터인데, 가스터빈실 인양 결과 나타난 모습은 폭발과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스터빈실은 국방부 최종 발표일(2010. 5. 20) 하루 전날인 5. 19일에 인양되었습니다. 폭발 최근접 위치이자 선체 중앙부에 해당하는 가스터빈실이 인양되었다면, 정부와 군 당국은 그 다음 날로 예정된 최종발표를 취소하고 가스터빈실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어야 함에도, 군 당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최종 발표를 강행하였습니다.
군 당국이 가스터빈실 인양사실을 은폐하고 최종결과발표를 강행하였던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폭발이 존재했다면 당연히 선체 중앙부인 가스터빈실 외판에 폭발에 의한 손상들이 나타났어야 함에도, 그러한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군 당국의 철저한 은폐로 인해 가스터빈실 문제는 공개되지 않은 채 덮어지는 듯 했으나, 가스터빈실 인양 사실과 군 당국의 은폐 정황을 알게 된 언론사 기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인하여, 2010. 6월 중순 군 당국은 가스터빈실을 언론에 공개하게 됩니다.
2010. 6 기자들 항의에 못 이겨 국방부가 공개한 천안함 가스터빈실
그런데 언론에 공개된 가스터빈실 외판을 보면, 프레임(내부 골조)을 따라 길게 페인트가 벗겨진 손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선저하부가 해저지반과 접촉했을 때 해저의 돌, 자갈 등으로 인해 선체에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선체의 돌출된 프레임을 따라 길이방향으로 페인트가 벗겨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며, 이 또한 스크래치와 함께 ‘좌초’의 결정적 증거로 그 손상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폭발이 존재했다면 위 사진과 같이 폭발에 노출된 부위 전체가 손상을 입어야 합니다. 그러나 폭발이 아닌 좌초와 같이 물리적인 접촉이 발생했을 경우, 아래와 같이 돌출된 부위가 집중적으로 손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스터빈실 외판에 나타난 프레임 부위 외판의 페인트 벗겨짐 손상은, 물리적 접촉 손상인 ‘좌초’의 결정적 증거인 것입니다.
9. 군 당국이 실제로 실시한 외판 고압세척의 증거
김형두 재판장님께서 검찰에 대해 석명을 요구하신 사항은 2010. 4. 15 ~ 4. 30 즉, 보름의 기간 사이에 군 당국이 선체 외판에 대해 클리닝 혹은 워싱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그 기간 뿐만아니라 그 이후의 선체에 대한 조사 때마다 선체에서 고압세척의 흔적들을 발견하였지만, 실제로 군 당국이 고압세척을 실시한 정확한 일자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기에)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여 지금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지난 10년 동안 군 당국이 천안함 외판에 대하여 어떠한 명목으로든 고압세척을 실시하여 외판에 발생한 거의 대부분의 스크래치 흔적을 지워버린 실제적 사례 및 증거에 관한 것입니다.
<참고> 고압세척의 패턴
선박이 수리를 위하여 조선소에 입고하였을 때, 통상 선체외판에 대하여 고압세척을 실시합니다. 그 이유는 외판에 달라붙은 이물질들을 모두 깨끗이 털어낸 후 페인트 도장을 새로 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선체하부의 경우 고압세척이 필요한 이유는, 따개비 등 해양생물체들의 접착력이 높아 일반적인 워싱 혹은 클리닝으로는 털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고압세척의 사례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 참고자료 : 선체 외판에 대한 고압세척의 방식 (업체 사이트 발췌)
그런데 고압세척을 실시할 경우 고압분사기의 압력이 너무나 높은 나머지, 분사 물줄기가 지나간 흔적이 아래 사진과 같이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 참고자료 : 고압세척시 외판에 나타나는 흔적의 패턴(업체 사이트 발췌)
고압분사기는 워낙 압력이 높아 부착물들을 쉽게 제거하며, 세척 후 분사물줄기가 지나간 흔적이 위 사진과 같이 남게 됩니다. 고압세척 물줄기의 흔적은 분사기 노즐의 형태에 따라 원형 혹은 타원형 등으로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천안함 선체 곳곳에서 이러한 고압분사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실시한 정확한 일자에 대하여 피고인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러한 고압세척의 행위가 존재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며, 다음과 같이 그 상세를 밝힙니다.
(1) 천안함 선저외판에 대한 고압세척 (가스터빈실) 증거
가스터빈실 외판의 고압세척 흔적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2) 천안함 선저외판에 대한 고압세척 (절단부 주위) 증거
선저외판의 고압세척 흔적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길이방향의 스크래치 흔적들은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3) 현측외판 고압세척 (좌현 절단면 – 녹색계열 페인트 제거) 증거
(4) 선저외판에 설치된 함안정기 고압세척 증거
함안정기의 손상형태는 ‘좌초’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자료입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고압세척 클리닝 및 코팅으로, 함안정기의 손상형태를 전혀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아래 Before & After)
함안정기 고압세척 증거 (Before & After)
(5) 선체외판 클리닝 업체 투입
국방부는 ‘부식방지’의 명목으로 아예 클리닝 업체를 선정하여, 외판에 대한 대대적인 클리닝 및 코팅 작업을 실시하였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피고인이 증거인멸의 문제제기를 하였던 2010년 6월 이후에 실시된 것입니다만, 이러한 외판에 대한 클리닝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국방부와 합조단은 소송의 증거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어떠한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수시로 행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협회의 천안함 장기보존을 위한 연구용역(백서 p109)을 거쳐, 2011년 8월 ㈜아이티시에스라는 회사의 부식변환제 ‘노-블라스트’라는 제품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아이티시에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
이렇듯 국방부는 ‘고압세척’과 ‘코팅’을 통해 선체외판 및 함안정기 등에 대한 손상의 흔적과 형태를 알 수 없도록 지속적으로 작업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장기보존을 위한 부식방지’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금속은 한 번 부식이 발생하면 부식 자체가 하부의 부식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부식된 채로 10년 이상 세월이 흘러도 ‘보존’자체의 목적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천안함 사고원인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손상의 형태가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식방지를 위한 고압세척’의 명분보다는 ‘증거보존’의 중요성이 더 크므로, 일체의 클리닝 작업을 하지 말았어야 하며, 설사 그러한 필요성이 있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와 동의를 거쳐 실시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10. 결론
(1) 조사위원으로서의 문제제기
피고인은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서 천안함 선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던 중, 인양 당시 TV생중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선저하부의 길이방향 스크래치가, 거의 알아보기 힘들만큼 희미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던 것입니다. 즉, 천안함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서 선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후 조사위원으로서의 견해를 밝히고, 그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하여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2) 재판부의 석명요구 사항
김형두 재판장님께서 석명을 요구하신 첫 번째 사항 - <천안함이 육지로 인양되고 나서 2010. 4. 30까지 사이에 천안함 선체에 대한 청소작업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시행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에 대한 군 당국의 답변이 어떠할지 피고인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피고인은 당시 외판에 대한 세척 행위가 존재했을 것으로 의심할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이며, 실제로 그 기간 이후에 그러한 행위가 행해졌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증거정황이라 판단합니다.
또한 군 당국의 주장과는 상관없이 <과연 천안함에 스크래치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일 수 있다는 사실과, 아울러 군 당국은 <천안함에 스크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최종보고서에 적시하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군 당국 스스로 <스크래치의 존재 사실을 인정>한 것 만으로도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3월 20일
피고인 신상철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