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정신분열병)
* 2011년에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調絃病)으로 개명되었음.
** 이 글에서의 정신분열병, 분열병, 이 병, 본 병 등은 조현병을 가리킴.
1. 개요
정신분열병이란 주로 사춘기 이후의 청년에게 많이 발병하며, 특이한 정신상태의 출현과 더불어 인격적 통일이 상실되며, 흔히 만성적인 경과로 진행되고, 대부분의 경우 특유한 정신황폐, 혹은 결함상태에 빠지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이 병은 발생빈도가 다른 정신병에 비해 훨씬 높으며, 예후 또한 원칙적으로 불량한 점이라든가, 독특하고 기괴한 정신증상이 다채롭게 나타나는 점, 또한 이 병의 본태를 아직 완전히 파악치 못한 점 등으로, 정신의학 영역에서는 최대의 관심과 연구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극히 중요한 정신병이다.
가. 출현빈도와 발병연령
이 병의 출현빈도는 각국의 통계가 거의 비슷하게 일반 인구 중 발생률 0.75% 정도이고,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60~70%가 이 병 환자이다.
발병연령은 이 병의 70~80%가 30세 이전에 발병하였으며, 5% 전후는 아동기에 발병되고 있다. 성격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환자의 약 50%가 세장형(細長型) 체격의 소유자이며, 약 17%가 투사형(鬪士型), 약 14%가 비만형, 약 10%가 발육이상형(發育異常型)에 온다고 한다.
나. 원인
이 병은 조울병(躁鬱病)과 같이, 신체적 기초가 不明할 뿐 아니라, 유전적 소질이 그 발병에 가장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므로, 조울병(躁鬱病)과 같이 일반적으로 내인정신병(內因精神病)이라 일컬어 왔다. 그 외의 원인이나 본태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 증상
이 병은 상재적(常在的)인 특별한 신체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그 특이한 정신증상과 경과만을 유일한 근거로 하여 ‘분열병’이란 진단을 내리게 된다. 분열병의 정신증상은 극히 다채로우며 또한 복잡하다.
그 특징만을 간단히 말하면, 본래의 의미에서의 지능저하(치매)는 거의 인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감정, 의지(意志)의 면에서 뚜렷한 이상, 즉 불통일(不統一)을 가져오는 특수한 인격변화인 것이다.
1) 초발증상(初發症狀)
이 병은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와 급격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인 경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정신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가족들도 그 발병 시기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병상에 이르기 전에, 흔히 전조 증상으로서, 이른바 신경쇠약 상태나 또는 억울(抑鬱) 상태가 나타나는 일이 적지 않다. 때로는 히스테리, 강박신경증, 이인신경증(離人神經症), 심기증(心氣症)을 생각케 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神經症型).
이 시기에서는 환자는 아직 병식(病識)은 가지고 있으며, 주로 피로성 항진(疲勞性 亢進), 주의집중의 곤란, 정신작업 능력의 저하, 불면, 두중(頭重) 등을 호소하며,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을 수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는 억울, 감정자극성의 항진, 기분의 불쾌 등의 감정변화가 보이며, 자기 스스로는 이상한 공복감, 적막감, 감정이 냉각되어 가는 느낌, 또는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체험하게 된다.
한편 급격히 시작되는 정신분열병에서는, 이렇다 할 특별한 전조증상 없이(혹은 극히 짧은 기간의 전조기를 갖고) 갑자기 긴장병(緊張病) 흥분이나 혼미(昏迷)의 형태로서, 또는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가출, 자살기도, 여러 가지 반사회적 행위로서 이 병이 시작된다.
이 병은 원래 의식장애가 없는 것이 특징의 하나이지만, 급격히 시작되는 형에서는 흔히 섬망(譫妄) 상태나 몽롱 상태를 나타내는 일이 있다.
극히 급성으로 발병되는 것에서는 단기간에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급성으로 오는 증례 중에서도 다채로운 분열 병상을 나타내는 데도 불구하고, 수일 또는 수주, 혹은 수개월 후에 흔적도 없이 소실되는 경우도 있다. 급성 분열병으로 경과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서 정형적인 분열병으로 이행되는 예도 적지 않다.
2) 사고장애(思考障碍)
사고장애는 이 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증상의 하나이다. 병 초기에는 그 이상을 어느 정도 환자가 자각하고 있으나, 병세가 진행됨에 따라 그러한 병식(病識)은 점차 없어지게 된다.
분열사고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고 과정의 독자성의 이상’이다. 즉 모든 분열병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중(輕重) 여러 종류의 사고관련성(思考關聯性)의 붕해(崩解), 곧 멸렬사고(滅裂思考)가 그 특징이다.
멸렬사고란, 사고과정에 있어서 사고관련이 붕해된 것을 말한다. 즉 개개의 소재를 이루는 관념군(觀念群) 사이에 논리적인 의미 관련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일정한 思考 目的에 대한 지향성도 상실되어, 과제의 엉뚱한 전환이나 탈선을 볼 수 있다.
분열병자의 사고는 흔히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즉 개개의 사고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로서의 통일이 결여된 상태를 말한다.
멸렬사고는 단순히 형식적인 사고의 분산이 아니라, 개개의 관념 그 자체에도 질적인 이상(異常)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思考를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 논리적으로 전혀 별개의 두 가지 개념을 동일시하여 연결시킨다든가, 또는 개개의 낱말도 보편적, 사회적인 의미를 잃고, 개별적,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즉 어떤 낱말은 그 환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言語新作).
또한 분열병의 사고는 부동적(不動的) 不安定이며, 태고사고(太古思考)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무시한, 피아의 대립이 불명확한 思考 내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멸렬사고의 형식적인 특징은, 관념과 관념, 또는 관념군과 관념군 사이의 무관련이다. 차례로 배열되어 나가는 관념이나 관념군이 어느 것이나 비약적이며, 타인의 이해에 필요한 중간 관념의 삽입은 거의 생략된다. 이런 것이 심한 경우에는 문법적 형식은 상실되며, 아무 관계도 없는 낱말의 나열이 된다. 또한 멸렬사고에서는 시문(詩文)과 같은 일종의 음운(音韻)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어희(語戱)라고 한다.
이상과 같이 분열병자는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단히 의외의 것이 많으며, 기묘하고 불가해한 것이어서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
분열병자의 사고과정의 특징으로서 다른 한 가지는 사고두절(思考杜絶)이라는 독특한 체험이 일어난다. 이것은 앞서의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인데, 환자 스스로도 불쾌하게, 또는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으로서, 흔히 망상적으로 ‘타인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이것이 사고탈취(思考奪取)라 불리는 증상이다.
3) 감정장애
감정장애도 모든 분열병 환자에게서 다소간에 반드시 나타나는 중요한 소견이다. 이에 있어서도 환자는 병 초기에 변화되어 가는 자기의 감정상태를 깨닫고, 여러 가지 호소를 하게 된다.
즉 주위의 사물에 대하여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는다든가, 가까운 친지에 대해서도 어쩐지 애정이 적어져 간다든가(離人症的 呼訴), 자기의 감정이 마치 얼음과 같이 또는 죽음의 세계와 같이 냉각해 간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환자 자신도 이를 비관하며, 또한 기분 나쁘게 여기게 된다. 그것이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자각도 희미해진다.
증상이 완성된 분열병의 감정장애의 특징은, 우선 감정둔마(感情鈍痲)가 뚜렷해지는 것이다. 그 공허하면서도 냉각된 감정상태는, 환자가 나타내는 표정(무표정), 태도(무관심, 비소통성), 행동(無爲) 등으로 잘 나타난다. 특히 동정심, 수치심, 미적(美的) 감정과 같은 고등감정의 둔마가 현저하다.
또한 보다 생물학적인 신체감정도 점차 둔해져서, 추위나 더위에 무관해지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불결한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말기에 이르면 감정은 완전히 고갈되어, 안면에는 공허한 치소(癡笑)를 띄게 되어, 마침내 식물생활과 같이 된다. 이런 상태를 감정황폐(感情荒廢)라 한다.
그러나 분열병자의 감정장애의 특징은 단순한 전반적인 감정흥분성의 저상(低上)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그와 동시에 의외로 감정이 촉발되는 경우도 있다. 즉 둔감과 민감 간의 양극단의 감정상태가 분열병 환자에게서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에 특이성이 있다.
환자는 일과성으로(특히 병 초기) 흔히 기분의 불쾌, 자극성, 불안 등을 나타내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지속적인 감정 긴장을 나타내는 수도 있다.
평소에는 매사에 무관심하다가도, 극히 사소한 일에 심한 시의심(猜疑心 : 시기하고 의심하는 마음), 공포심을 가지며, 때로는 동기가 불명확한 분노를 발하여 충동적으로 폭행을 저지르는 일도 적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감정황폐에 빠져 무위호와(無爲好臥)하던 환자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인간다운 온정을 잠깐 비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분열병자의 감정발로는 기발한 것이어서 주위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것이며, 동기(動機)와도 일치하지 않으며, 통일성도 없어 타인에게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환자의 감정상태에서 기묘하게 느껴지는 것은, 상반되는 감정, 즉 愛와 憎, 快와 不快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점이다. 이를 양립가(兩立價)라고 한다. 당연히 성을 내야 할 일에 웃어버린다든가, 가장 사랑하는 모친을 증오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4) 의지욕동장애(意志欲動障碍)
분열병자의 의욕장애는 앞에 서술한 분열사고나 분열감정의 특징을 그대로 겸비한 것이다. 욕동(欲動)은 감정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분열병자의 욕동장애는 분열감정에서 볼 수 있는 비통일(非統一), 부조화, 양 극단의 동시 존재 등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는 동시에, 그 둔마된 정도에 따라 욕동감퇴(欲動減退)나 또는 소실(消失)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의지행위는 사고에 의해서 크게 좌우되는 것이므로, 분열병자의 행위도 멸렬사고를 그대로 반영하여, 정돈되지 않은 기발한 것으로서, 목적이 분명치 않은 부자연스러운 동기불명의 기괴한 행위로서 나타나게 된다.
환자의 감정이 과민하여 긴장되어 있을 때는 발동증강(發動增强)이 있으므로, 정신운동성의 다동흥분상태(多動興奮狀態)가 나타난다. 또한 때로는 의지선택작용을 거치지 않은 돌연한 충동행위(기물파괴, 폭행, 自傷행위, 자살기도)가 일어난다.
분열병자의 흥분이나 충동행위는 흔히 동기불명으로서 예측하기 어려우며, 기괴한 것인데, 그것은 행위의 근원이 되는 감정의 발생이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한 것이며, 動機와도 일치하지 않으며, 주위와도 조화되지 않는 기괴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상태와 발동(發動)이 기묘한 부조화를 보이는 것이 본 병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정형적인 것으로는 긴장병인 때의 혼미(昏迷)와 의미 없는 거절병(拒絶病)이다.
혼미는 감정의 심한 긴장이 있으면서도 자발성이 극도로 저하되어, 환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 때 흔히 동시에 사고의 두절을 수반하고 있으므로 무의지의 상태가 되며, 강경증(强硬症), 명령자동(命令自動), 반향증상(反響症狀), 상동자세(常同姿勢) 등이 나타나게 된다.
강경증이란, 본인의 의지는 완전히 상실된 것 같이 타인이 시키는 대로 되는 상태로서, 예를 들면 환자의 사지를 부자연스런 위치로 타동적으로 옮겨놓아도, 그대로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이다.
명령자동 혹은 반향증상이란, 타인으로부터의 영향을 자동적,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한다.
상동자세는 인형과 같이 언제까지나 不動의 자세로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분열병자의 욕동은 감정과는 관계없이 제멋대로의 욕동이 출몰하며, 실이 끊어진 풍선과 같이 기분 내키는 대로며, 부자연스럽고 일부러 하는 것 같으며, 심술궂고 비뚤어진 행위가 엿보인다. 이런 증상이 현기증(衒奇症), 기태(奇態) 등으로 나타난다.
현기증(衒奇症)이란, 분열병자가 흔히 진기한 복장이나 머리 모양을 하여, 타인들이 웃어도 태연해 한다. 이와 같이 남달리 기발하고 진기한 것을 내 세우려는 부자연스러운 점, 또는 일부러 꾸며서 하는 것 같은 행위를 衒奇症이라 한다.
기태란 현기증 중 특히 기괴한 행위를 뜻한다.
衒奇症은 복장이나 머리 모양 뿐만 아니라, 표정, 자세, 보행, 인사말, 언어, 글씨나 문장 등에도 나타난다. 환자의 담화도 衒奇的이며, 부자연스러운 장난기 섞인 것이 많으며, 특히 어떤 물음에 대한 대답이 즉답적으로 아무렇게나 대답해버리므로, 사람을 놀리는 것 같은 장난기 섞인 대답을 한다.
그리고 의지의 힘이 약해 있어 심신의 메카니즘이 내적인 통제로부터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제멋대로 누출되는 행위가 상동운동(常同運動), 독어(獨語), 어창(語唱), 공소(空笑) 등이며, 표정에서는 입을 항상 꼭 다물어 입이 삐죽 나온 표정을 짓거나, 또는 양쪽 눈썹이 가운데로 모이는 찡그린 얼굴 표정을 짓는 것 등이 이런 기제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5) 자아장애(自我障碍)
자아장애는 분열병자의 주관적 체험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소견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능동의식의 장애이다. 능동의식이란 ‘자기가 모든 심적 작용의 주체’라는 자각이며, 이를 자기소속감이라고도 한다.
이인증(離人症)은 이러한 자기소속감이 희박해진 것인데, 이인신경증(離人神經症)이나 울병(鬱病)의 경우에는 이런 이상한 체험을 ‘타인의 탓’ 또는 ‘딴 것으로부터의 영향’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만약에 ‘타인이나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받는 영향’이라고 생각될 때, 즉 어떤 체험이 전혀 자기에게 속해있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체험은 분열병에 있어서 거의 특징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작위체험(作爲體驗)이라고 한다.
자기소속감의 소실은 분열병자의 모든 정신면에서 나타난다.
이것이 思考面에서 나타날 때는 작위사고(作爲思考)라 하며, 환자는 ‘타인이 내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을 억지로 집어넣어준다’, 또는 ‘신으로부터 어떤 생각을 받는다’(考想吹入),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빼앗아간다’(考想奪取),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은 남들이 알아버린다’(考想察知), ‘내 생각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진다’(考想傳播), ‘내 생각이 남의 간섭을 받는다’(考想干涉)라고 호소한다.
또한 감정면에서 나타날 때는 ‘남이 나를 자꾸 울린다’, ‘남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남이 나를 화나게 한다’고 느끼며, 행위면에 나타날 때는 ‘나의 행위는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등, 피영향적(被影響的으)로 느끼게 된다. 흔히 그 방법을 ‘전기조작’ ‘초단파에 의한 것’, 또는 ‘신통력’ 등이라고 망상적으로 해석하는 수가 많다. 때로는 ‘자연히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등, 타인의 탓도 자기의 탓도 아닌 것 같은 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은 자아장애는 임상적으로 이 병을 특징짓는 것이며, 이 병의 진단에 중요한 의의가 있는 것이다.
6) 환각(幻覺)
의식이 청명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환각은 인격 전체의 장애에 의한 경우이며, 그 대부분이 분열병을 의심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열병 환자가 반드시 환각이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분열병 환자가 가장 흔히 일으키는 환각은 환청(幻聽)이다. 이는 병기(病期)의 어느 시기와는 관계없이 나타난다. 때로는 환청이 시종 유일한 증상인 때도 있다(특히 망상형에 많다).
환청의 종류로서는 모기 우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등 요소적(要素的) 환청인 때도 있으나, 그 대부분은 사람의 말소리이며, 그 내용은 비난, 조롱, 흉, 명령 등 불쾌한 것이 많다. 그 상대도 친척, 친구 등 특정한 지인의 말소리인 때도 있으나, 전혀 모르는 사람인 때도 있다. 사람의 수도 한 사람인 때와 여러 사람인 때기 있으며, 남자인 때와 여자인 때도 있다. 또한 여러 사람의 소리가 어떤 소문을 가지고 서로 떠드는 것 같이 들리는 때도 있다. 이러한 환청을 언어성(言語性) 환각이라 한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신체환각이다. 신체환각이란, 환촉(幻觸), 장기환각(臟器幻覺), 운동환각(運動幻覺) 등을 합쳐 부르는 말이며, 幻觸이란 무엇이 내 몸에 닿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환각이고, 臟器幻覺은 예를 들면 위가 거꾸로 되었다든가, 간이 썩었다고 느끼는 일 등이며, 신체환각은 내 몸이 저절로 움직여진다든가, 온 몸이 흔들린다, 또는 땅 속으로 잦아든다, 혹은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것 같은 환각을 말한다.
환취(幻臭)나 환미(幻味)도 때로 나타난다. 즉 ‘피비린내가 난다’, ‘단 내가 난다’, ‘구린 내가 난다’ 등의 호소를 하며, 이것이 피해망상과 결부되며, ‘음식에서 독약 맛이 난다’, ‘독가스의 냄새가 난다’라고 호소하는 일이 있다.
분열병에서는 환시(幻視)는 다른 종류의 환각에 비해서 퍽 드물다. 오히려 흔히 있는 것은 착각이다. 즉 흔히 자기의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변형되어 거울에 비치기 때문에, 자기 얼굴에 자상(自傷)을 입히는 수도 있다. 분열병에서 환시가 일어날 때는 심한 긴장병(緊張病) 흥분이 있을 때이며, 흔히 의식장애를 수반하고 있을 때가 많다.
7) 망상(妄想)
망상도 모든 정신병에서 볼 수 있는 이상체험(異常體驗)이기는 하나, 환각과 같이 망상만 가지고 분열병의 특징적인 증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분열병에서도 망상형(妄想型)과 같이 불가해한 망상이 장기간(수년)에 걸쳐 유일한 증상으로서 나타나며, 드디어는 정신황폐에 이르는 분열병 환자도 결코 적지 않다.
망상은 그 구조에 있어서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현상학적으로 이를 환자의 성격이나 심리상태, 또는 병적체험으로부터 변화를 상정하지 않으면, 정상인의 체험과는 전혀 이질적 이해불능의 원발망상(原發妄想 : 혹은 眞性妄想)으로 구별된다.
분열병에서 볼 수 있는 망상은 주로 원발망상으로서, 이와 같은 감정이입이 불가능한 진성망상의 존재가 이 병의 진단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다.
8) 기타의 정신증상
이 병은 최초부터 領識(대화나 그림, 영화 내용 등을 이해함)이나 변별식(辨別識 : 指南力 : 人, 時, 場所)의 장애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애는 없으며, 그 대부분이 환자의 무관심과 사고장애(특히 망상)에 기인하는 외견상의 또는 일과성의 불량에 지나지 않는다.
분열병에서는 원칙적으로는 기질치매환자(器質癡呆患者)나 정신박약자에게서 볼 수 있는 記銘, 기억, 주의, 판단, 계산 등의 장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일부 분열병 환자에 있어서는 기억착오 등도 일어나며, 일반적으로 무관심하기 때문에 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주의를 주지 않는다.
또한 망상적 해석을 하는 환자는 어느 의미에서는 판단이 나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광의로 해석한다면 기명, 기억, 주의, 판단 등에도 장애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 정신황폐의 경향이 있는 환자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의식장애도 이 병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급격히 발병하는 경우이거나, 또는 어떤 비정형적인 분열병에 있어서는 의식혼탁을 수반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모든 병례에서 病識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상례이다. 또한 환자가 호소하는 불가해한 이상체험에 대해서도 전혀 반성이나 이상히 여기는 기색이 없으며, 그 불합리한 점을 들어 불가능한 일임을 지적해주어도, 환자는 태연히 ‘나만이 그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특별히 가지고 있다’라고 강변하며, 조금도 의심을 갖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일은 지능이나 교양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조금도 다름이 없다.
2. 증상의 변천
이 병의 여러 증상을 발병으로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강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기로 나눌 수가 있다.
1) 제1기 : 신경증적 시기
분열병의 초기로서 전술한 바와 같은 초발증상이 지속되는 시기이다. 파과형(破瓜型)에서는 이 기간이 비교적 오래 지속되지만, 급격히 시작되는 緊張病에서는 이 기간이 짧아서 뚜렷치 못하다. 이 시기의 증상은 성격 반응적 요소가 강하며, 사회 적응성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는 신경증적 시기라 할 수 있다.
2) 제2기 : 주관적 증상기
자아의 한계가 불명료해지면서 인격변화를 가져와, 내부의 체험이 자기에게 소속된 것이 아닌 것으로서 외계에 투사되든가(환청, 작위체험, 신체환각), 또는 해체되어가는 인격을 재편성하고자 하는 자아의 반응으로서 외계가 변화되어 느껴지며, 이를 주관적, 망상적으로 해석(原發妄想)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서는 환자의 사회적 현실과의 접촉은 심히 왜곡하게 된다. 이 시기를 주관적 증상기라고 한다.
3) 제3기 : 객관적 증상기
인격의 비통일, 붕해와 더불어, 상술한 주관적, 병적체험은 거의 소실되든가, 또는 희미해지면서, 감정황폐, 고도의 滅裂思考, 능동성 소실, 생물학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하층기능의 방종스러운 노출 및 자동증(自動症)의 증상이 뚜렷해진다. 즉 인격황폐의 말기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 시기에서는 주관적인 증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공허한 객관적 증상만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 시기를 객관적 증상기라 한다. 이 시기에는 현실과의 정상적인 접촉은 전혀 소실되고 만다.
3. 병형(病型)
이 병은 그 병상에 따라 일반적으로 破瓜型(病), 緊張型(病), 妄想型(病)의 세 가지 임상형으로 나눈다.
1) 파과형(破瓜型)
파과형은 그 대부분이 조기(早期)에 발병하며(14~15세에서 20세 전후), 병세는 서서히 진행되며, 조만간에 고도의 정신황폐에 빠지는 병형으로서, 가장 정형적인 분열병의 경우를 밟는 형이다(일명 早發性 癡呆라고도 한다)
초기에는 대부분이 신경쇠약이나 또는 抑鬱狀의 전조증상으로 시작되며, 때로는 강박관념, 離人症 등을 호소하는 수도 있다.
병세가 진전됨에 따라 이 병의 특징인 자발성 결여와 무관심이란 증상이 점차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흔히 환청이나 신체환각을 수반하는 피해망상, 관계망상, 추적망상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이로 인해 예기치 않던 기물파괴나 폭행 등을 행하는 일도 있다.
병세가 더욱 악화되면, 이상과 같은 주관적 이상체험은 일단 불명료해지든가 또는 소실되고 말지만, 그 후부터는 멸렬사고와 특유한 무위망연(無爲茫然)한 감정황폐가 점차 뚜렷해진다.
환자의 용모는 독특한 가면상(假面狀)을 이루며, 獨語, 空笑 등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때로는 小兒樣爽快(兒戱性爽快)를 나타내며, 공연히 웃으며 떠들든가, 기교한 행위나 진묘한 복장을 하며(衒奇症), 동일자세나 동일운동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수도 있다(常同症).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불량하며, 중대한 결함상태가 일생동안 지속되든가, 더욱 진전되면 드디어는 식물생활로 전락하는 일도 결코 적지 않다.
비교적 가벼운 병형에서는 병 초기에 약간의 신경쇠약 상태만을 나타낼 뿐, 그 후 특별한 적극적인 증상은 없으나, 감정이 둔마(특히 고등감정의 둔마)되어 언동에 조화가 잡히지 않고, 일생동안 無爲한 생애를 보내는 일이 있다. 이런 형을 파과형의 단순형(단순치매)이라 한다.
이런 환자는 모든 면에서 극히 게으르며, 절도가 없고, 만족하게 일을 해내지도 못하여, 가족들에게 항상 ‘귀찮은 존재’가 되며, 사회적인 상식이나 규범을 무시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낙오된다. 그러므로 흔히 부랑자, 매춘부, 범죄자의 무리에 휩쓸리기 쉽다. 이런 형은 실제에 있어서 정신병질자와의 구별이 극히 곤란하기도 하다.
분열병이 정신박약자에게 합병되어 오는 수가 있다. 정신박약자는 원래 정신기능의 발달이 제지되었기 때문에 정신내용은 빈곤하므로, 항상 그 병형은 파과형으로 오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단순형으로 오는 수가 많으며, 환각, 망상 등의 적극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일은 오히려 드물다. 이런 경우를 접기파과형(接技破瓜型)이라 부른다.
2) 긴장형(緊張型)
이 병형의 발병연령은 대개 파과형과 일치된다. 전조증상을 가지고 아급성(亞急性)으로 시작되는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갑자기 발병된다.
증상도 파과형과는 달리 독특한 정신운동성의 이상을 주징(主徵)으로 한다. 그 경과도 특이해서, 대부분이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경쾌 또는 관해(寬解)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흔히 꼭 같은 증상을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파과형과 거의 구별이 안 갈 정도의 말기상태에 빠지는 병형이다.
이 병형에서는 아무 탈 없이 일상생활을 보내던 사람이, 아무런 전징(前徵)도 없이 갑자기 인격에 변화가 오므로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전조증상이 있다 해도 수일간 불면, 전신위화(全身違和), 억울 기분 등을 나타내는 데 지나지 않으므로, 주위 사람들도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 증상도 대단히 특징적이어서, 소위 긴장병증후군(緊張病症候群)이라 불린다. 즉 한편으로는 기교를 부리며 이해 불가능한 多動과 충동행위를 저지르는 긴장성 흥분이 나타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모든 자발운동의 소실(無動)과 이유 없는 거부(拒否症)를 나타내는 緊張性 昏迷가 주기적으로 또는 양자가 교대로 발작적으로 되풀이 된다.
이 때 흔히 동시에 명료한 환청과 망상, 그리고 고도의 滅裂思考를 갖추고 있으므로, 그 증상이 더욱 특이한 것이 된다.
긴장성 흥분이 있을 때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머리는 산발하고 옥외로 뛰쳐나가며, 전라의 몸으로 날뛰든가 또는 안정감 없이 공연히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 동작은 퍽 변덕스러워서 한 가지 일을 계속하는 일이 없고, 일부러 꾸며서 하는 것 같은 동작이나 행위가 많으며, 기괴한 행동을 취한다. 잠깐 멈추는 듯 했다가는 혼자 중얼거리고, 공연히 웃으며 또는 갑자기 충동적으로 기물을 파괴하든가 폭행을 하는 일도 있다.
혼미 상태에 있을 때도 충동행위가 일어나는 수가 있으니, 즉 인형과 같이 꼼짝 않고 서 있다가도 옆을 지나는 사람에게 충동적으로 폭행을 가하는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흥분이 한참인 때에도 짧은 기간의 혼미 상태에 빠지는 일도 있다.
이와 같은 발작은 흔히는 수개월 이내에(최초의 발작에서는 흔히 1~2주간) 진정되어 평상시와 같이 회복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재삼 같은 발작을 되풀이 하다가 서서히 정신황폐에 빠져, 최후에는 파과형의 말기증상과 다름없는 無爲茫然한 상태로 이행된다.
그러나 이 병형에서도 간혹 발작이 있은 뒤 아무 결함상태도 남기지 않고, 그 후의 재발이나 정신황폐도 없이, 문자 그대로 완전히 관해(寬解)되어 버리는 일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대단히 급격하게 발병되면서 강한 자율신경증상을 나타내고, 無言의 격한 흥분이 있은 후 단시일 내에 사망하는 증례도 있다(致死緊張病).
일반적으로 긴장병이 급격하게 올 때는 다소간에 의식혼탁도 있게 된다. 또한 이 병형에서는 타 병형에 비해 정신분열병 환자가 나타내는 신체소견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내는 일이 많다,
이 병형과 파과형과의 사이에는 증상으로 보나 경과의 과정으로 보나 이행성(移行性)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긴장병증후군이 파과형의 경과 중에도 일과성으로 나타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양자 간에 발병연령이나 말기 상태 등도 거의 같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양자는 소위 분열병 과정에서의 강약, 완급 및 개체의 저항력 여하에 따른 차이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다.
3) 망상형(妄想型)
망상형은 전술한 두 가지 병형에 비하여 발병연령이 늦어서, 그 대부분이 30~35세 전후에 발병한다.
특정한 전조증상도 없으며, 발병되는 것도 그리 두드러진 변화가 없이 온다.
인격 장애가 비교적 가벼우므로, 태도, 언어 등이 외견상 정상인과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이는 수가 많다. 그러나 비교적 정돈된 망상을 강하게 가지고 있음이 이 병형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행동은 흔히 비상식적이고, 불가해한 점이 많으며, 때로는 긴장성 흥분을 생각하게 하는 多動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滅裂思考나 감정둔마(무관심) 등은 저명(著明)하지 않으며, 소통성도 일반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음이 보통이다.
이 병형의 예후는 드물게 寬解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그 대부분이 점진적으로 또는 일진일퇴하면서 오랜 시간을 경과하며 나중에는 정신황폐에 이르게 된다.
망상의 종류도 피해적, 육체적, 추적적인 것이 많으며, 그 내용은 일반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과대망상이나 색정망상(色情妄想) 같은 것도 있지만, 이 병형에서 나타내는 망상은 조병(躁病)인 경우와는 달리, 자기 기분에서부터 유도되는 것이 아니고, 기괴한 망상착상(妄想着想)으로부터 생기는 일이 많다.
망상착상이란 갑자기 계시와 같이 이상한 관념이 직접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이상과 같은 망상으로 환자는 심히 침착성을 잃고, 전혀 그런 괴로움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흔히는 이웃집에 뛰어들어 폭행을 하든가, 돌을 던진다든가, 전파 장치나 폭발물 등을 찾는다고 찾아 헤맨다든가, 친지에게 호소하기도 하며, 경찰에 자기 신변의 보호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자기의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알게 되면, ‘세상에 믿을 것은 나 하나밖에 없다’, ‘내 힘으로 해결할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방위를 위하여 흉기를 몰래 감추어 가지고 다니며, 때로 가상적인 박해자에게 돌연히 대들어 위해를 가하는 일도 있다. 또 어떤 환자는 공포에 떨며 집 주위에 몇 겹으로 철선 등을 둘러치며, 방문자만 보면 도망치고 숨는다.
상술한 바와 같은 이상행동은, 흔히 수시로 일어나는 환각(환청, 신체환각, 환취)에 의해서 망상의 확신도는 더욱 강해지므로 더욱 조장되는 경향이 있다.
이 병형은 병세의 진행이 비교적 완서(緩徐)한 것이기 때문에, 인격의 崩解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반면, 망상은 점점 더 확고해진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는 사이에 인격의 붕해가 이루어지므로, 망상은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더라도, 그 내용은 정돈되지 않은 불명료한 것으로 흔적을 남긴다. 또한 환자 자신도 이에 대해 그리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며, 호소하는 일도 적어진다. 그러면서 점차 정신황폐에 이르며, 드디어는 무위의 상태로 이행된다. 그러나 때로는 다소의 감정둔마만 남고, 관해상태로 멈추는 수도 있다.
이 병형의 환자에게는 흔히 지능이 우수한 자들이 많으며, 이에 반하여 정신박약자에게는 거의 이런 병형을 볼 수 없는 것이 상례이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문화수준이 낮은 민족에게서도 망상형은 적다고 한다.
4. 경과 및 예후
1) 경과
정신분열병은 긴장형과 같이 일부 급격히 발병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서서히 시작되며, 또한 흔히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드물게는 대단히 급속한 경과를 밟으며, 고도의 정신황폐에 이르는 수도 있다.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것에도 두 가지 형이 있다. 파과형이나 망상형과 같이 점진적으로 증악(增惡)되면서 말기 상태로 이행되어 가는 것과, 주기적으로 병상을 반복하기는 하지만 그 이외의 시기에는 정상인과 별로 다름이 없는 상태이거나 또는 정신병질적인 다소의 결함을 남기는 정도로 지나다가 나중에는 병세 진행과 더불어 말기상태에 이르는 것들의 두 가지 형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분열병 환자의 전부가 말기상태에 까지 이른다고는 할 수 없다. 즉 모든 병형을 통하여 모든 病期에 걸쳐 그 병세가 정지되는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병세정지를 寬解라고 한다.
이를 치료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이와 같은 병세정지의 환자는 수시로 병세 增惡의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병세정지에 의해서도 환자가 병 이전의 인격을 완전히 회복한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그 病期에 따라 다소간의 정신적인 결함상태가 반드시 남아 있기 때문이다.
2) 예후(豫後)
통계적으로 정확한 숫자를 들기란 퍽 어려운 일이지만, 대체적으로 보아 분열병군의 1/3~1/4이 완전관해, 1/4이 비교적 정도가 좋은 불완전관해, 1/4은 정도가 좋지 않은 불완전관해, 1/3~1/4이 정신황폐에 이른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병형에 따라 예후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면, 긴장형이 가장 관해율이 높아서 약 1/2 전후가 관해된다. 이에 반하여 파과형은 1/10 정도로 보고 있다. 망상형도 예후가 좋지 않아 2/3 이상이 관해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급성적으로 발병한 것은 예후가 좋으며, 만성적으로 서서히 시작된 것은 예후가 좋지 않다. 또한 주기적인 경과를 밟는 것도 예후는 양호한 경우가 많다.
환자의 병전 성격 및 체형은, 순환기질이나 비만형은 분열기질이나 세장형, 또는 발육부전형에 비하여 예후가 좋다. 또 병전에 지능이 높은 자도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수가 많다.
유전관계에 있어서는 동일 가계 내에 정신황폐나 중한 결함증상을 나타내는 분열병자가 있는 경우에는 역시 그 사람과 같은 황폐경향을 따르기 쉽다. 그러나 단지 유전인자만 농후한 것만 가지고 예후가 불량하리라 단정할 수만은 없다.
다음에 유인(誘因)과 증상에 따른 예후를 살펴보면, 발병 전에 뚜렷한 心因이 인정되는 환자일수록 예후는 양호하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한 일로서, 차라리 分裂病樣 反應과의 구별이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증상과의 관련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躁鬱病狀의 특성을 혼유(混有)하고 있는(예 : 혼합정신병) 것은 정형적인 분열병에 비하여 정신황폐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또한 의식혼탁을 수반하는 病狀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예후는 양호하다고 한다.
초발연령과 예후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연령이 어릴수록 人格崩解가 일어나기 쉽지만, 20세 이하인 자가 20~25세 사이의 환자에 비하여 관해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치료와 예후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발병되면서부터 입원하기 까지의 기간이 짧을수록 관해율이 높다. 즉 입원처치하는 광의의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그 예후가 좋아진다.
그러나 모든 신체적 치료나 정신적 요법을 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일정수의 정신황폐자가 항상 나타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발생률도 특수치료법 등이 없었던 옛날에 비해 별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정신병 치료법의 연구, 개발이 기대된다.
생명에 관한 예후는 특수한 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이 병 자체에 의해 직접 사망하는 일은 없다. 영양부족, 자살, 凍死, 교통사고 사망, 결핵, 그 밖의 전염병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오히려 많다. 그러나 입원치료의 경우, 거의 그런 일은 없어져가고 있다.
5. 진단 및 감별진단
1) 진단
분열병은 전 精神病群으로부터 외인정신병, 전간(癲癎), 조울병, 심인정신병(신경증)을 제외한 나머지를 총칭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병에는 그 진단을 확정지을 수 있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증상이란 신체증상이나 정신증상에서도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병은 신체적인 기초가 오늘날까지도 불명이기 때문에, 부득이 그 진단은 정신증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병의 진단은 세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니, 그것은 경과, 증상, 소통성의 세 가지이다.
경과에 있어서 이 병은 반드시 어느 시기부터 새로운 인격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발병의 기점이 있게 마련이다. 이 병의 진단에는 이 발병시기의 확인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기왕력의 상세한 청취가 꼭 필요하다. 그에 따라 현재의 정신증상이 환자 본래의 성격 혹은 이상성격의 발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예후의 관찰이다. 이 병은 원칙적으로는 진행성이며, 예후는 불량한 것이기 때문에, 그 증상이 간단히 흔적도 없이 완전히 치료되는 것이라면, 분열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증상에 있어서는 이 병의 진단을 적극적으로 방향짓게 하는 중요한 증상을 순차적으로 들면 다음과 같다.
환청 특히 사람의 말소리(비난, 흉을 보는 소리, 조롱, 명령 등), 신체환각(피영향적인 성격이거나 성적인 것이 많다), 滅裂思考, 여러 가지의 작위사고, 사고의 두절, 진성망상(내용은 주로 피해적, 관계적, 추적적), 감정황폐, 자폐, 욕동, 의지 결정시의 작위체험, 자발성 결여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상과 같은 분열증상이 신체적으로 원인불명이며, 의식이 청명한 때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소통성에 따른 진단은, 이 병의 정형적인 환자는 독특한 인간관계의 장애를 나타낸다. 즉 어딘가 살고 있는 세계가 다른 것 같은, 환자와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 놓여 마음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열병자의 모두가 이와 같이 소통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망상형이나 비정형적인 환자는 오히려 소통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수가 많다.
2) 감별진단
(1) 광의의 器質精神病과의 감별
증상정신병, 중독정신병, 노인정신병, 전간, 기질성의 정신쇠약 등의 기질성의 정신병에서는 그것을 일으키게 한 원인이 뚜렷이 인정되며, 각기 그러한 질환을 특징지을 수 있는 신체 소견, 예컨대 진행마비에서의 수액소견(髓液所見), 전간(癲癎)에서의 뇌파소견, 노인치매에서의 X-ray 상에 나타나는 뇌위축상(腦萎縮像) 등이 있으므로, 감별은 그리 곤란하지 않다.
또한 기질정신병에서는 조만간에 본래의 의미에서의 치매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도 감별상 중요한 標識가 된다.
(2) 躁鬱病과의 감별
조울병과의 감별도 때로 곤란한 점이 많다. 혼합정신병과 같이 임상적으로 어느 것이라고 단정하기에 힘든 증례도 있다. ‘모든 조울병 증상은 분열병에도 나타난다’고 말할 정도로 유사점이 만은 것이다. 따라서 분열병과 조울병과의 사이에는 많은 이행영역(移行領域)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3) 神經症과의 감별
특히 곤란한 것은 분열병의 신경증형과의 감별이다. 분열병도 발생원인이 心因性으로 올 수도 있으므로, 발생기제의 유사성을 들어 양자를 근본적으로 구별하지 않는 학자도 있다. 확실히 모든 분열병 증상에는 心因的 요소가 개재될 가능성이 있으며, 양 질환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핵심은 엄연히 다른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구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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