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종편의 뿌리
2011년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한 이후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종편은 2016년과 2017년 촛불 항쟁의 중심에 있었고, 최근에는 무명 가수들을 국민가수로 만들어주기도 했고, 낚시가 국민들의 최고의 취미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공헌하기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카더라’ 통신이 양산되면서, 집합시설에서 하루 종일 종편의 뉴스가 돌아가는 새로운 선거 풍속도 나타났다.
종편 채널은 2009년 7월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미디어 관련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국회 상임위에서 직권상정되었던 미디어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직권상정되었고, 야당의 반대 속에서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발생했다. 첫 투표에서 부결된 뒤 재투표를 통해 통과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국회는 ‘개인 신상 비밀 보호’를 이유로 투표 당일 본회의장의 폐회로티브이(CCTV) 화면 공개를 거부하였다.
미디어 관련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참여 및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이 포함된 부분이었다. 이 조항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미디어의 경쟁력 향상과 품질 경쟁 확대를 통해 방송이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 역시 미디어법 찬성의 주요 논거였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언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가 없을 경우 특정 언론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기업의 방송 산업 진출이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보다는 특정 계층이나 정파의 입장을 대변할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 역시 강조되었다.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논란의 과정에서 찬반양론의 중심에 있던 언론사를 통해 통계를 왜곡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미디어 관련법은 2009년 10월과 11월 헌법재판소가 두 차례에 걸쳐 야당의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 및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면서 효력이 발생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종편 채널 신청서를 받았고, 2년간의 논의를 거쳐 4개의 종편 채널이 발족하였다.
10년이 된 지금 종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최근 몇년에 걸쳐서 종편 채널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가 있었고, 이 중 몇 곳은 종편 채널의 기준을 지키지 못해 퇴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방송 편성의 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과 함께,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 내용이 일부 종편 채널이 기준을 넘지 못한 중요한 이유였다. 몇 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최종 선고는 계속 유예되면서, 사실상 종편에 대한 심사가 효과가 있는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종편 채널의 문제에 대해서 10여년 전 미디어 관련법 입법 당시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 문제와 함께, 헌법 21조에 규정되어 있는 언론 관련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관련된다.
헌법 21조의 1항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2항은 언론이 허가나 검열의 대상이 아님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4항에서 언론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4항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있어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특히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는 공동체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 말은 부인하지만, 말할 권리는 절대 옹호한다”는 말을 통해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력하게 옹호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진실에 대한 접근과 알 권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중 하나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볼테르는 무분별한 자유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네게 부조리를 믿게 만든 사람들은, 네가 포악한 행위도 저지르게 만들 수 있다.”
거대 신문의 방송 겸영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었다. 이제 객관적으로 종편을 평가할 때가 되었다. 역사학자로서 미디어 관련법 통과 당시의 상황도 다시 한번 재조명되었으면 한다. 야당이 그렇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투표라는 의혹까지 뒤집어쓰면서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2005년 사립학교 관계법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인들이 왜 정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러한 법들에 대해 정당의 명운을 걸면서까지 찬반 논란을 벌였는지, 팩트체크를 해보고 싶다.
박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04272.html#csidx6a2d661fdd76a25804616ef60706e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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