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사드 3불’ 논쟁과 국익

道雨 2021. 8. 9. 08:49

‘사드 3불’ 논쟁과 국익

 

윤석열 후보의 사드 발언과 이에 대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반박이 파문을 일으켰다. 윤 후보는 7월15일 한 인터뷰에서, 사드 체계 배치는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 대사는 다음날 같은 신문의 반론에서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국 인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 레이더 위협론을 전적으로 부인했다.

 

먼저 윤 후보의 이 발언 중 일부는 사실관계에서 착오가 있다. 사드 배치가 우리의 주권적 사항임은 틀림이 없으나, 이는 중국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고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싱 대사의 태도도 문제다. 공보관의 팩트 체크 보도문 하나로 대응해도 충분할 사안을, 대사가 전면에 나서서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와 같은 자극적 발언을 쏟아낸 것은, 반중 정서를 가진 일부 인사들에게 오히려 호재를 제공한 셈이다.

 

여기서 정작 유탄을 맞은 것은 문재인 정부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 2017년 10월 한국 정부가 중국과 체결했다는 사드 ‘3불 합의’에 있다고 말한다. 당시의 ‘합의’는 우리의 ‘외교권과 자주권을 포기한 굴욕적 약속’이었고, 미·중에 대한 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장차 우리 안보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주장이다.

 

상황을 복기해보자.

이 무렵 한국 측은 중국의 보복 철회와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과 두차례 비공식 접촉을 가진 바 있다. 여기서 중국이 네가지 이슈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배치된 사드의 즉각 철수, 둘째, 사드 추가 배치 반대, 셋째, 미국 주도의 동북아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참여에 대한 우려 표명, 마지막으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이에 대한 한국 측의 대응은 다음과 같았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한-미 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므로 번복할 수 없다.

또한 추가 배치는 여러 여건으로 보아 어려우므로, 그 점을 중국 측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래 정부의 성향을 막론하고 한국형 엠디를 일관되게 추진해오고 있으며,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미국 주도의 역내 엠디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의 경우,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 공조라는 기존 안보협력 틀을 유지하지만, 일본과의 군사동맹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렇듯 당시 한-중 사이의 비공식 접촉에서는, 중국의 문제 제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과 설명이 있었을 뿐이다. ‘사드 3불 합의’라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의 주장대로 합의나 약속을 했다면 이를 문서화하거나 관례대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야 했을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한국 정부 입장은 기존 정책에 기초한 지극히 상식적인 설명에 가깝다. 이 설명의 어느 대목에 한국의 주권과 독립을 저해하는 굴욕적 요소가 있다는 것일까.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중국 측이 주장하는 ‘합의나 약속’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를 근거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태도다.

그리고 이러한 외교적 노력 덕에 그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가능했고, 아직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으나 중국의 사드 보복 제재 역시 이전과 비교해 크게 완화되지 않았는가.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논쟁도 마찬가지다.

사드 추가 배치를 허용하고, 미국 주도의 엠디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맺어 ‘전략적 명료성’을 보여줘야만 수평적 한-중 관계가 보장되고, 우리의 안보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미국과 동맹을 돈독히 하는 동시에,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어떤 모호성이 있다는 것인가.

 

국익의 잣대로 보자면, 이러한 현상 유지 접근이 옳은 선택일 수 있다. 편가름의 외교로 중국과의 적대 관계를 앞당겨 자초하는 일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조성하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노골적으로 주문하는 목소리가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미-중 경쟁에 관한 논의를 정치 논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이 타당한 처사인지 심사숙고해볼 일이다.

 

 

문정인 : 세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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