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핵심은 '직접 수사 확대' 여부... 상위법과 충돌 가능성도
참여연대 형사사법개혁사업단은 지난 15일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아래 '개정령안')에 대한 입법예고 의견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규정 개정은 검찰 직접수사와 특수수사 중심 검찰 구조를 부활시키는 등 그동안 추진돼온 검찰개혁을 역행시키는 것으로, 상위법과 충돌할 우려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자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절차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기자말
*참여연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의견서 제출
6월 14일, 검찰 직제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아래 개정령안)'이 입법예고됐다. 개정령안은 지난주 차관회의를 통과해 21일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령안은 검찰 직접수사와 특수수사 중심 검찰 구조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지난 몇 년간 추진된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며,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직접 수사는 '확대'
2020년 개정된 검경수사권조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찰의 무제한적인 직접 수사권을 분산하며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과도한 검찰권을 분산시켜 오남용을 방지하자는 검찰개혁의 일환이었다.
다만 이때의 검경수사권조정은 타협에 산물로 정작 검찰의 특수수사는 줄어들지 않았다. 2022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추가로 개정되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한 차례 더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령안은 그 동안의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기조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다. 형사부를 축소하고 직접수사 부서를 확대하는 동시에, 일반 형사부의 업무 분장 규정을 폐지해 사무분장을 검사장 재량에 일임하고 있어 검찰의 직접수사가 대폭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범죄를 제대로 처단할 수만 있다면 시민의 입장에서 형사부의 명칭이 바뀌거나 직제가 개편되는 일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핵심은 '직접 수사 확대' 여부다. 수사 과정에서 한 번, 기소 과정에서 한 번, 재판 과정에서 한 번. 죄가 있는 사람을 처벌하고 죄가 없는 사람을 구해내는 3단계를 구축하는 것은, 각 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각각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전제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가 조직적으로 분리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에 있다.
개정된 법률과 충돌할 가능성이 큰 시행령
이번 개정령안의 또 다른 문제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다. 개정령안은 서울중앙지검에 중요범죄조사부를 둬 검사장이 지정하는 고소·고발·진정사건을 처리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일반적인 고소 및 고발사건뿐만 아니라 진정사건까지 수사하고 이와 관련한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것은, 시행령을 통해 우회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
2020년 수사권조정에서 6개 범죄로 축소된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2022년 2개 범죄로 한 차례 더 축소(9월부터 시행 예정)됐는데, 개정령안에 따르면 '조사' 혹은 '진정사건'이라는 명목으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예정하는 범위를 넘는 검찰의 정보수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부서에게 사실상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검찰의 무제한적 수사권 축소와 권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개정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다. 나아가 상위법 위배 소지로 인해 수사 권한 없는 수사라는 위법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으며, 중복수사 가능성과 함께 경찰과의 수사 영역 충돌도 야기될 수 있다.
14일 올린 문서에 '6.14~6.15 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이라니
내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접 수사 확대 가능성, 상위법과의 충돌 가능성 등 여러 문제를 갖고 있는 개정령안이었지만, 입법예고 기간은 이틀(사실상 하루)에 불과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을 듣는 시늉만 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14일에 게재된 개정령안에 이미 "입법예고(2022. 6. 14. ~ 6. 15.)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이라고 적시하며 미래까지 내다보는 능력을 발휘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애초 없었던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드는 예지력이다.
검사 출신 법무부장관은 정작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은 채, 검찰제도를 개혁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직제 개편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말도 과분한 현실이다. 법 위의 시행령을 만들어 개혁을 무위로 돌리려는 시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우려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검토는 없었다. 무소불위의 검사 권한을 복원하고, 정부의 모든 요직을 검사들이 차지하는 '검사들의 왕국'이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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