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4대강 녹조 번성할수록 간질환·파킨슨병 발병률 높아져”

道雨 2022. 9. 13. 10:06

“4대강 녹조 번성할수록 간질환·파킨슨병 발병률 높아져”

 

 

 

인터뷰|독성 전문가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녹조와 간질환 상관관계, 4대강 사업 이후 더 강화
신경질환 연관성 조사중…노출 경로 역학조사 필요”

 
 
* 지난달 6일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녹조 알갱이를 뜨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4대강 녹조가 번성할수록 비알코올성 간질환은 물론,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조와 공중보건 문제를 연구하는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환경보건학)는 지난 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녹조는 물과 농작물 등을 통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며 “녹조 문제는 환경뿐만 아니라 보건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낙동강 유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녹조 문제를 건강 문제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9년 국제학술지 <유해 조류>에 게재된 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 ‘유해 조류 발생과 간질환: 한국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를 보면, 한강을 제외한 4대강 인근 지역에 남조류가 늘었고, 해당 지역에서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녹조는 강이나 호수에서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해 물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연도별∙행정구역별로 정리했고, 이를 4대강 공사 전(2005~2012년)과 4대강 공사 뒤(2013~2016년)의 녹조 지표인 클로로필-에이(a) 수치와 비교 분석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한강을 뺀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남조류 지표와 간질환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없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증가하면서 상관 관계가 급격히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남조류 특유의 색소인 피코시아닌 수치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클로로필-에이 수치를 사용한 것은 한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교수는 2015년 연구에서, 미국 내 호수에서 피코시아닌 농도를 인공위성으로 측정해, 남조류 발생 면적이 1% 증가하면 비알코올성 간 질환 사망률이 0.3%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경우 해마다 440명이 더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하이오주만 살펴본 2020년 논문을 보면, 녹조가 발생한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간암 발병률이 더 높았다.

 

한국의 남조류 농도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운동신경세포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도 현재 심사 중이다. 특히 남조류 농도는 파킨슨병에 가장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행정구역별로 표시된 녹조 지표인 클로로필-에이 농도(위 지도)와 간질환 발생률(아래 지도)을 비교 분석했다. 농도와 발생률이 높을수록 짙게 표시했는데, 두 지역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유해 조류 발생과 간질환: 한국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유해 조류>(2019)

 

 

 

 

이 교수는 지난 7월 게재한 논문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남조류가 간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순수한 마이크로시스틴보다 같은 농도의 남조류 용해물을 쥐에게 먹였을 때 간암 발병률이 높았다.

이 교수는 “남조류에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유해한 물질이 더 있기 때문으로 본다”며 “사람도 마찬가지로 순수한 마이크로시스틴 형태가 아닌 (다른 독성물질을 포함한) 남조류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녹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피부나 눈, 코가 자극되고 호흡 불편, 설사, 복통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고농도로 노출돼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에 쌓이면 간 수치가 올라가고, 간경화, 간암 등이 생길 수 있다”며 “마이크로시스틴은 생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미국, 세르비아 등에서는 조류 번성 강도와 간질환 사이에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지영 교수 제공

 

 

 

이 교수는 녹조의 대표적인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말고도, 베타 메틸아미노 엘 알라닌(BMAA)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이 물질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물이 호수에서 녹조를 먹어 아나톡신에 갑자기 노출되면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독성물질은 물뿐 아니라 농작물에도 축적된다. 수상활동 등을 통해 에어로졸(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 형태로 흡입하면 직접 섭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말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에게 의뢰해 낙동강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며, 철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당시 대구 매곡 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 0.281㎍가 검출됐는데, 이 교수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아동 허용치인 0.3㎍에 근접한 수치인 만큼, 더 자세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검출 방법을 두고서는 “환경단체가 사용한 정밀효소면역측정법(ELISA)은 빠르고, 한국 환경부가 채택하고 있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는 정확하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두 가지 다 사용해 서로 보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검사 방법의 정확성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녹조 독성물질을 검출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환경부는 명심해야 한다”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학계와 더 소통하면서 녹조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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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썩는다는 과학 상식 부정하는 과학자들

 

 

 

 

과학자가 꿈이었다. 수학을 잘하지 못해서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과학자는 나에게 가장 큰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환경운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실망하게 된 이들도 과학자였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자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가장 대표적인 계기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일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포장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바닥을 수심 6m까지 준설하고 16개 보를 만들도록 했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시는 없었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목적을 숨겨야 했기에, 보 건설과 준설은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비상식적 논리가 과학으로 포장돼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과학자는 세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첫째, 입을 다물었다. 둘째, 정치인의 근거 없는 비전을 포장하고 지원했다. 셋째,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4대강 사업이 훌륭한 사업이라고 과학적 해석을 시도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강물에 배를 띄우면 배에 달린 스크루 덕분에 수질이 좋아진다거나, 녹조를 산업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거나, 강에 건설된 보가 오염물질을 바닥에 가라앉히는 효과를 높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학자가 특정한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을 강조하거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서 반지성적인 주장을 펼치면, 이는 정치적 선동이 된다.

언론에서는 이런 논리들을 사실인 양 보도하고, 보수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은 보와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랜 기간 검토를 거쳐 결정된 금강과 영산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발목 잡고, 한강과 낙동강의 수문을 열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낙동강에서는 2018년 당시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물 1㎖당 126만개를 기록했고, 부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덕산정수장에서는 정수 불가능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낙동강 유역 친환경 농산물과 수돗물에서 확인되고,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낙동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 수문이 개방된 금강 역시 보 하류 하굿둑으로 가로막힌 구간에서는 녹조가 발생했고, 이를 하굿둑 바깥 바다에 배출해 갯벌에 서식하는 동죽과 굴에서도 독소가 검출됐다.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클래머스강 복원사업은 역사상 최대 댐 철거 사업인데, 이 또한 남조류 독성이 문제가 된 경우다. 클래머스강에 4개의 대형 댐이 건설된 뒤, 녹조 현상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시스틴이 태평양까지 영향을 미쳤다.

 

강이 흐르는 효과는 자명하다. 2019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보 수문을 대폭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녹조가 95~97% 감소했다. 강바닥이 살아나면서 잉어과인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이는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1951개 댐을 철거했다. 유럽연합은 6767개 댐이나 보를 철거했으며,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에서 담수생태계 회복을 위해서 2만5000㎞ 길이 강을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기존 네차례 감사 결과와 정부 위원회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4대강 16개 보는 한반도 대운하를 위해서 건설됐기 때문에 운하 외에는 용도를 찾기 어려우며, 담수생태계에는 매우 불리한 시설이다.

 

우리는 최소한 이 정도의 과학적 전제 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시민들의 상식적인 눈높이에서 보자.

 

 

 

신재은 |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