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지 않는 감시견, 아양 떠는 애완견
잠자는 감시견, 주권자가 깨워야
언론의 책무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왜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데도 언론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와 버금가는 '제4부'로 높여 부를까요?
왜 기자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칭할까요?
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구성된 입법, 사법, 행정의 3부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주권자를 대신해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언론이 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책무 저버린 '한국 저널리즘'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 우리 기자들은 어떻습니까? 제4부의 위상에 걸맞은 일을 하고 있나요? 무관의 제왕으로서 '유관의 제왕'의 일탈과 과감히 맞서 싸우고 있나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쏟아져 나온 엉터리 보도를 계기로, 기자를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조롱하는 신조어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신조어 속에 기자를 조롱하는 의미와 함께, 타락한 기자들이 제 길로 돌아가도록 깨우치려는 각성제도 들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각성하지 못한 탓에, 지금은 기레기보다 더 험한 '기더기'(기자+구더기의 합성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 '언론 신뢰도 세계 꼴찌'라는 기록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한국 저널리즘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진실, 공정, 권력 감시는커녕 편파적 권력 추종 기사 범람
미국의 언론인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저널리즘의 교과서'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저널리즘의 목적을 "사람들이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다스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학자가 이견 없이 동의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진실, 공정, 권력 감시 세 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정의와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 언론이 쏟아내는 뉴스를 관찰하면, 현재 우리나라 언론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이 "사람들(주권자)이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다스리는 데 필요한 정보"보다 권력자 편들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또 진실 경시, 편파 보도, 권력 추종 기사가 판을 치고 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윤석열 정부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가히 '브레이크 풀린 폭주 기관차'라고 부를 만합니다. 불과 0.7% 차이로 신승한 대통령이 마치 100% 승리를 거둔 양, 5년 한시 정권이라는 것도 무시하고 겁도 없이 내달리고 있습니다. 폭주 사례가 너무 많아 아닌 걸 찾기가 더 쉬울 지경입니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언론 탄압 기술자' 이동관 씨 방통위원장 지명, 대통령의 서울 법대 친구의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임명, 평화통일 반대론자의 통일부 장관 임명 강행이 눈에 띕니다. 모두 국민의 뜻과 헌법 규정, 민주주의 정신을 무시한 폭거입니다.
잠자는 감시견, 주권자가 깨워야
하지만 윤 정권의 이런 폭주를 입법부도 사법부도 견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 바로 나서야 할 곳이 바로 제4부인 언론 아니겠습니까.
언론학자들은 언론의 기능을 흔히 개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권력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감시견, 권력에 아부한다는 뜻에서 애완견, 체제를 수호한다는 의미에서 경비견이 대표적인 비유입니다.
어느 면에서 보나, 지금은 단연 폭주하는 권력을 견제하는 감시견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맹렬하게 짖어야 할 감시견은 잠자고 있고, 권력에 아부하는 애완견만 득시글거립니다.
아부하는 애완견을 잠재우고, 잠자는 감시견을 깨워 짖게 해야 합니다. 언론이 스스로 하지 못하면, 주인이 나서 그렇게 하도록 조련해야 합니다.
그도 안 되면 그런 개를 새로 들여와야 합니다. 그래야 권력의 폭주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오태규 칼럼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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