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340조’ 세수전망 무려 60조 펑크…3년 연속 ‘수십조 오차’
기재부 세수오차 제도개선 필요
올해 세수 펑크(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50조∼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 등 부실 재정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규모 추계 오류가 정부의 자의적인 지출 삭감과 경기 대응 약화 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큰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0일 재정 당국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올해 세수 재추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3조4천억원이나 줄며 대규모 세수 결손(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것)이 확실해지자, 뒤늦게 세수 전망 수정치를 마련한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애초 기재부가 예상했던 올해 국세 수입은 지난해 걷힌 국세 대비 1.2%(4조6천억원) 늘어난 400조5천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7월까지 걷힌 세금이 2000년 이후 최저인 연간 목표치의 54.3%에 그쳤다. 정부 안팎에서도 올해 세수 실적이 기존 전망액보다 50조∼60조원 남짓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수 펑크 규모가 사상 최대인 6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추계 오류가 발생하며, 정부는 3년 내리 수십조원 규모 세수 오차를 내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과 지난해엔 올해와 정반대로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 세수’가 각각 61조3천억원, 52조6천억원에 달했다. 세수 예측과 실제 실적이 3년 동안 냉·온탕을 오간 셈이다.
이처럼 세수 오차가 커지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수전망 오류가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처럼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 재정 당국은 임의로 지출을 줄여 경기 둔화를 부추기거나 세무 조사를 강화하는 등, 재정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커진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13∼2014년 당시, 기존에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거나 이듬해로 넘기는 이월·불용액을 예년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연간 25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이 기간 세무 조사 건수도 연 1만7천건 이상으로 2015∼2021년 평균(연 1만6천건)보다 늘어났다.
세무 당국 관계자는 “세무 조사를 하는 직원 입장에서도 세수 결손이 생기면 정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펴낸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보면, 세수 실적 대비 세수 전망치의 차이를 뜻하는 ‘세수 오차율’은 2020년 -2.3%에서 2021년 17.8%, 지난해 13.3%로 커졌다. 올해도 50조∼60조원 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오차율이 -14.3∼-17.6%에 달하며 1988∼1990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게 된다.
정부의 연평균 세수 오차율(절대값 기준)은 2000∼2009년 4.0%에서 2010∼2019년 4.8%, 2010∼2022년 6.2%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정부 세수 추계의 기준이 되는 경제 성장률과 세수 증가율 사이의 관련성이 약해지고, 경기 상황 등에 따라 변동폭이 큰 법인세·소득세·자산 관련 세수의 비중이 커진 점을 꼽았다.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 특정 계층으로의 세수 쏠림이 심한 것도 세수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기재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독립된 세수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세수 추계에 정부 성향이 반영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기재부가 매년 7월 말 기준으로 이듬해 세수 전망을 하는데, 앞으로는 하반기 기업 실적 등을 반영해 연말 국회의 예산안 합의 전에 업데이트된 세입 예측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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