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 로비’ 담당 검사 회피 신청, 공수처 수사 차질 없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구명 로비’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을 변호했던 전력이 드러나 회피 신청을 했다고 한다.
또 공수처 차장 직무대행을 맡아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부장검사도, 같은 이유로 지휘·보고 라인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채 상병이 숨진 지 1년이 다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공수처 수사가 더 지장을 받게 생겼다.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은 대통령실이 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에 개입했는지를 설명해줄 핵심 이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을 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다.
김 여사와 직접 아는 사이인 이 전 대표는, 채 상병 사건이 터진 직후, 지인(공익제보자)에게 ‘브이아이피’(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부탁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전 대표는 “브이아이피는 김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다.
그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 경질과 해병대 4성 장군 배출 계획 등, 정권의 내밀한 정보도 잘 알고 있었다.
이처럼 중대한 수사 고비에서 ‘담당 검사 교체’라는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공수처는 공익제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이종호 전 대표를 변호한 기억이 떠올라 부랴부랴 회피 신청을 했다고 설명한다. 같은 부서라도 조사 담당이 다른데다 조사 내용을 즉시 공유하지 않아서 생긴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건 공수처가 그만큼 결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수처는 이 사건 초기부터 더딘 수사 진행과 소극적인 태도로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8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고발을 접수한 뒤, 5개월이 지나서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해, 국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피의자들은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마땅했다.
해병대 관계자 등에 대한 통신영장이 세차례나 법원에서 기각되는 등 수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은 이런 공수처를 기대한 게 아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공수처는 적극적인 태도로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 2024. 7. 1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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