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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24번 휘두른 윤석열에, 헌재연구원도 "안 돼"

道雨 2024. 10. 15. 12:08

거부권 24번 휘두른 윤석열에, 헌재연구원도 "안 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거부권 남발 도마에

"윤 부부 특검에만 5번 거부권 행사, 이해충돌"

이완규 법제처장과 여당 측은 "제한하면 안 돼"

헌법재판연구원 "입법권 침해, 권력 분립 훼손"

"정파적, 무분별한 행사 말고 국회와 협치 필요"

거부권 남용에 탄핵 재판받은 미국 사례 소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4일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남발하는 행태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지금까지 총 24번의 거부권을 사용한 윤 대통령은 그때마다 국민의 원성을 샀지만, 반성은커녕 눈치도 살피지 않는다. 이대로 두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사용한 45번의 거부권을 쉽게 따라잡을 상황이다. 

 

법사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윤 대통령은 24번의 거부권 중 5번을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특검에 행사했다. 거부권의 20% 이상이 이해충돌적인 사안에 행사된 것"이라며 "거부권이 헌법적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내재적 한계가 있다. 모든 권한은 이해충돌이 발생했을 때 회피·제척·기피해야 한다. 헌법재판관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명태균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3억 6000만 원어치의 여론조사를 해줬다고 한다. 사실이면 당선 무효형"이라며 "이 의혹까지 넣어 특검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거부하는 게 대통령 고유 권한이냐"고 따졌다.

 

이에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완규 법제처장은 "이해충돌에 따른 거부권 행사가 제한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를 두고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과 대학 동기이자 연수원 동기, 검찰총장 징계 사건 변호인 등, (특수 관계 때문에) 지금 무조건 대통령 편만 드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검찰 재직 때부터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었고, 22대 국회 직전까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었던 주진우 의원은 "헌법상 권한은 이를 행사하는 자가 정무적 책임을 지는 것이지, 내재적 한계 여부를 누군가가 판단해서 제안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거부권은 야당이 위헌적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재적 한계란 법률상 권한이 정해져 있으며 권한의 행사 범위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13일 공개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 연구 보고서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할 때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돼 권력 분립 원칙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헌재 산하 기관으로, 향후 헌법재판으로 다뤄질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연구해 헌재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주지하는 대로 윤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많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15대 김대중 대통령,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17대 노무현 대통령은 6건,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1건,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2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이 사용된 이유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 '헌법에 위배' '재정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해서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헌법 위배' '정책적 부당' 사유를 들어 거부권을 사용했다고, 헌법재판연구원 보고서는 밝혔다. 헌법 위배를 이유로 거부된 법안은, 김건희 특별법, 채상병 특검법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사용한 이유로, 야당에 의해 법률안이 강행 처리돼 '권력분립 원칙과 민주주의 원리가 훼손'되기 때문이라고 내세우곤 한다.

 

 

보고서를 집필한 장효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헌법에서 '거부권 행사 요건'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헌법 제53조 제2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같다"고 기재돼 있지만, 이의서에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지 기록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거부권 행사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헌법 개정, 법률 제정 등이 언급되지만, 장 책임연구관은 "제도적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미 여러 번 좌절됐고,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면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책임연구관은 "결국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 스스로가 이송된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에서의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파적으로 또는 무분별하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협치를 통해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법률안을 헌법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고, 정책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법률안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장 책임연구관은 미국 의회가 거부권을 남용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시도한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의 10번째 대통령인 존 타일러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의회의 법률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다 탄핵 재판을 받았다.

 

 

 

김민주 기자minju@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