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임기단축‧탄핵 봇물 터졌다…"정치적 비상사태"
공천 개입 통화 녹취 '스모킹건'…야권 "게임 끝났다"
다만 탄핵, 자진 하야, 임기 단축 등 방법론은 혼재
시민사회 원로들 긴급 제안 계기로 개헌론 급부상
'개헌 준비 연대' 결성…곧바로 의원 20여 명 참여
"임기 단축이 가장 합리적…국민투표로 직접 해고"
탄핵보다 더 빠르고 국힘 타협 가능성도 더 높아
조국혁신당은 이달 중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예고
진보당 제안 야권 '탄핵 의원 연대'도 곧 공식 출범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통화 녹취 공개가 결정적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윤 대통령 퇴진론이 야권에서 본격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 거취에 대해 다소 유보적이던 의원들도 '스모킹건'을 확인한 만큼 게임은 이미 끝났고, 윤 대통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는 인식이 확고해지는 기류다.
다만 퇴진의 방법론을 두고 탄핵과 자진 하야, 임기 단축 개헌론이 혼재돼 있는데, 조만간 큰 물줄기가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화 원로들의 긴급 제안을 계기로, 임기 2년 단축 개헌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민주화 원로들 "탄핵보다 임기 단축 개헌" 긴급 제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국회 본청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참석한 '비상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밤늦게 소집한 회의지만 약 17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지금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정치적 비상사태'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 나라 국정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도 한참 많이 벗어난 것 같다"며 "제가 참으로 걱정되는 것은, 안 그래도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쁜 이 국면에서 '전쟁을 획책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석회의 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부의 국정 운영이 마구잡이, 범죄 행위, 불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범죄적 국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냥 무법천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나라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 선거 과정, 또 선거가 끝난 후, 그리고 국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불법이 횡행하고, 아예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그런 정권, 처음 봤다"며 "국민은 물과 같아서 정권을 세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것, 명심하기 바란다"고 여권에 경고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민 여러분, 비상 상황이다. 불법과 허위의 시궁창을 기어 권력을 찬탈한 김건희‧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막아야 한다"면서 "국회만으로는 안 된다. 모여주시고 모아달라. 포악한 이단 무신 정권을 끝내야 하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2일 오후 2시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말이 들통나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도 스스로 결단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김병주) "하루라도 빨리 국정에서 손을 떼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언주) "수습 불가, 게임은 끝났다. 하야가 답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송순호) 등,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최고위원들 발언이 줄을 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추진 움직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날 시민사회 원로들의 제안을 신속하게 수용한 것이다.
민주당 민형배·장경태·문정복·김용만 의원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 준비모임' 결성을 선언했다. 전날부터 모집을 시작한 개헌 연대 준비모임에는 하루 만에 총 20여 명의 의원이 참여 의사를 나타냈으며, 앞으로 그 숫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 원로들이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제안했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질 때 큰 가르침을 주는 원로분들의 제안에 깊이 공감하고 지지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이에 따라 뜻이 같은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부칙 개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시키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헌법 개정을 통한 새로운 시민혁명으로 부를 수 있고, 한편으로는 기존 탄핵 제도를 활용하지 않으나 실제 탄핵의 효과를 내는 일종의 '연성 탄핵'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더욱이 기존 탄핵 제도에서 소외되어 있던 국민이 직접 심판하는 방안이다. 대통령 재임 중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조차 없는 대통령을 탄핵 대상으로 삼는 것조차 과분하고 국민투표로 직접 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장점을 사회 원로들의 제안 때보다 더욱 상세하게 열거했다.
첫째, 탄핵 사유에 대해 지루한 법리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 국민투표로 국민이 직접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위헌‧위법 사유로 한정된 탄핵과는 달리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국민이 직접 회수하는 방식이라 미완의 촛불혁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과정도 될 것이다.
셋째, 시간상 탄핵보다 늦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탄핵 절차보다 더 빠르게 추진할 수도 있다.
넷째, 탄핵보다 여야 정치적 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과 헌법 개정은 국회 의결 정족수가 같다. 즉 여당의 기대 이탈표가 동일하다. 범야권은 헌법 개정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주도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국민적 불신을 돌파할 힘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탄핵을 두 번 당한 정당으로 기록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며, 그나마 탄핵보다는 정권 재창출 가능성과 당의 존립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므로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섯째, 최근 속속들이 증거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지난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는데,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은 국민이 직접 이를 바로 잡는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여섯째,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킨다고 해서 법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기 종료 후 신속한 법적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헌법 개정과 특검 또는 수사기관을 통한 수사와 처벌은 얼마든지 병행 가능하다.
일곱째, 헌법 개정을 통한 촛불혁명의 도약, 완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연대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제7공화국을 새롭게 열어낼 수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탄핵은 이미 시작됐다. 조기 종식을 위한 절차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어냈다면, 2024년 헌법 개정은 국민에 의한 대통령 직접 해고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국민투표를 통한 독재정권 조기 종식은 우리 역사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 여러분들에게 제안하다. 이번 개헌에 적극 동참하시길 바란다"며 "국회의 권한을 아낌없이 활용해 국민이 원하는 새 시대를 국민과 함께 열어내겠다"고 확언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원로들이 새로운 해법, 새로운 대안으로 임기를 2년 단축시키는 개헌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면서 "개헌을 한다면 빠르면 내년 5월에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 된다. 탄핵보다도 사실은 더 빠를 수 있다"고 적극 동조했다. 그는 "임기 2년 단축을 주장하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탄핵과 달리 개헌은 국민투표로 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직접 이 정권을 심판하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장점"이라고 짚었다.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200석 이상이다. 범야권 의석은 192석으로 8석이 모자란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두 번 연속 대통령이 탄핵되는 당으로서 정치적으로 큰 시련을 겪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당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데, 차라리 임기 단축을 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는 데 같이 동참한 정치 세력으로 남는 것을 택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고, 역사의 책임을 그래도 조금은 지는 자세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달 안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못박았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현재 탄핵소추안을 작성 중이고 11월 중 초안을 공개할 것"이라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탄핵소추안을 쓰겠다. 홈페이지에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국민들이 댓글로 의견을 달면 당 법률가들이 검토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별도로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하야 및 민주당 탄핵 동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내 '3년은너무길다특별위원회' 소속 정춘생, 신장식, 김선민, 차규근, 이해민, 강경숙 의원 등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공천 거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보다 더 명백한 탄핵 사유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을 경우 답은 탄핵밖에 없다"면서 "구체적인 탄핵 사유를 적시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고 국민 모두와 함께 탄핵소추안을 완성해 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그리고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의원이 동참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원내 4당인 진보당 의원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국회는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종오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대해 "이는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이며, 형사처벌 대상이며, 명백한 탄핵 사유"라면서 "권한이 없는 사람이 친분을 활용해 국가 권력을 휘두르는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게이트'와 판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는 11월 공식적으로 출범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민주당 강득구·김준혁·김정호·민형배 의원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사민당 한창민 대표 등 야 4당 의원들은 지난 9월 11일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 연대'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동료 의원들의 동참을 당부한 바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선도하고 탄핵 이후 사회 대개혁 방안까지 연구하자는 취지였는데, 이제 '준비'에서 '실행'을 위한 연대로 공식 발족한다는 얘기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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