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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 국방장관, ‘문민’ 법무장관 필요한 때다

道雨 2025. 6. 10. 15:11

문민 국방장관, ‘문민’ 법무장관 필요한 때다

 

 

 

역대 미국 국방장관 가운데 군 장성 출신은 단 3명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역대 한국 국방장관 가운데 군 장성 출신 아닌 사람은 없다.

 

미국은 국가안전보장법에 ‘국방장관은 반드시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 출신이 국방장관이 되려면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한다. 이 ‘7년’ 기준을 못 채워 상원 인준을 거쳐야 했던 이는,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마셜(1950년·전역 3년·육군 원수 출신), 제임스 매티스(2017년·전역 3년·해병대 대장 출신), 로이드 오스틴(2021년·전역 4년·육군 대장 출신) 등 3명뿐이다.

 

미 국방장관은 최고경영자(CEO), 금융인, 정치인, 교수 출신들이 많았다. 제럴드 포드와 조지 부시 정부 등 두차례나 국방장관을 역임한 도널드 럼즈펠드는 대통령 비서실장, 제너럴 인스트루먼트 회장 출신이고, 베트남전을 치르며 국방장관을 가장 오래(7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 조지 부시 정부에서 임명돼 버락 오바마 정부까지 연이어 역임한 로버트 게이츠는 역사학 교수 출신이다.

 

 

미 국방장관들 중에는 군대 경험이 아예 없는 이들도 많다. 다만 조직 운영 경험이 많거나 민간 분야 군사·경영 전문가인 이들이 많다. 미 국방장관은 군사작전 수행보다 예산과 전략목표 설정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이 국방장관 자격으로, 오히려 군인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군이 아닌) 국민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는 문민통제(civilian control) 원칙을 구현하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도 제2공화국 때까진 민간인 국방장관이었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은 군사독재 체제 유지를 위해 믿을 수 있는 후배인 육사 출신을 국방장관으로 앉혀 일체화를 도모했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은 모두 육사 출신이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비육사 출신 국방장관이 일부 있었을 뿐이다.

선진국에선 군 출신 국방장관을 보기 드물다. 군복이 어울리는 국방장관은 개발도상국 풍경이다. 이런 말을 하면, ‘남북 대치 국면’을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방부를 자신의 인맥으로 장악하려 하고, 군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군 출신 국방장관의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이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국지전을 유도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삼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북 대치 국면’에서 누가 더 안보에 위협적인가. ‘12·3 내란’ 직후인 바로 지금이 민간인 국방장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조직 경험이 없는 사람은 해당 조직의 장을 맡아선 안 된다. 경험 없는 이가 조직을 맡으면, 두가지 중 하나를 좇는다. 리더십 강한 조직에선 윗선 지시 이행에만 충실하고, 리더십 약한 조직에선 아랫사람 말만 듣고 이들의 대변자가 되기도 한다. 둘 다 자기 생각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조직은 망가진다. 따라서 군인만 아니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하마평에 오른 이들 외에도 이젠 장성 출신 아닌, 국방 개혁을 이끌 적임자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 규모는 61조원을 넘고, 방위산업 육성 등 미국처럼 국방부의 예산 운용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군 아닌 민간인 출신이 국방장관에 더 적합한 요인이 늘고 있다.

 

 

국방장관과 함께 또 다른 ‘문민’이 필요한 곳이 법무부다. 과거 쿠데타를 우려했던 무력 조직은 ‘군’이다. 군의 쿠데타 우려가 사라진 뒤, 등장한 실질적인 무력 조직은 ‘검찰’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등장을 합법적인 검찰 쿠데타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세력이 ‘12·3 내란’으로 자멸한 그 자리를, ‘문민’으로 채워야 한다.

‘문민’이란 군사정권의 대척점을 뜻하는데, 민간인인 검찰의 대척점을 ‘문민’으로 표현하는 건 어색하다. 그 ‘어색함’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것이 검찰의 현주소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오광수 민정수석 임명에 그렇게 많은 이들이 우려 섞인 반대를 한 것을 검찰은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법무장관은 대부분 검찰이 맡았다. 민주화 이후 보수 정부에서 검사 출신 아닌 법무장관은 판사 출신인 이정우(노태우 정부), 안우만(김영삼 정부) 2명뿐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강금실(변호사), 천정배(판사)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는 박상기 조국(이상 교수), 추미애 박범계(이상 판사) 등 의도적으로 검사 출신을 피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직후인 바로 지금 검찰의 ‘문민’ 통제 또한 절실하다.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