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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의 우정 (2007. 6. 30)

道雨 2007. 6. 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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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선수의 우정

                                                               -  오봉 렬 -

 

                        

 

 

*   어제 저녁 한국과 이라크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A매치)이 있었습니다.

최근의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좋지 못한 내용을 보여준 탓에 그리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우리나라가 3:0 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스코어를 떠나 경기 내용면에서도 거의 6:4 정도로 우리가 앞섰던 경기라고 생각됩니다.

 

**  첫번째 골은 골키퍼가 쳐 낸 볼을 염기훈 선수가 문전 귀퉁이에서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고, 두번째골은 센터링 올라온 볼을 이천수 선수가 멋지게 헤딩으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골은 이천수 선수의 드리블에 의한 어시스트로 A매치에 처음 출전한 이근호 선수가 멋진 논스톱 골로써 마무리 했습니다.

 

***  모두가 열심히 뛴 결과이고 모두 멋지게 들어갔지만, 저는 그 경기에서 골 장면 보다 더욱 멋지게 본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헤딩골을 성공시킨 이천수 선수가 골 세리머니를 하면서 벤치로 달려가 조재진 선수와 포옹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재진 선수는 지난 번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하여 이번 경기에는 뛰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감독이나 코치가 아닌, 또 어시스트를 한 다른 선수도 아닌 부상 중인 조재진 선수와 포옹하는 순간,저는 가슴이 메어지는 느낌과 함께 눈에는 감동의 눈물이 서렸읍니다.

  하루가 지나고 인터넷에 올라온 아래의 사진을 스크랩하여 지금 이 글을 쓰는 데, 다시금 감동의 눈물이 납니다.

  "내가 이 골을 부상 중인 너(조재진 선수)에게 바친다. 그러니 얼른 회복돼서 함께 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저는 이천수 선수가 꼭 위와 같이 (가슴 속으로)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꼭 말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아마 같은 선수의 입장에서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은 터이기에, 이심전심으로,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전해졌다고 생각됩니다.

 

***  예전에 저는 이천수 선수에 대하여 약간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인가, 평가전인지 잘 기억이 되지는 않지만, 이천수 선수가 상대방 선수를 일부러 발로 차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라(TV 슬로우 화면으로 보여줌), 매너가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방 선수라 하여도 비신사적인 행위는 지탄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아마 이천수 선수도 그 당시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이천수 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아마 그 장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의 시련을 거치고 국내로 복귀한 이후의 이천수 선수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이나 그 이후의 대표팀 경기에서도 이천수 선수는 늘 최상의 활약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해설자로 등장한 이영표 선수도 이천수 선수에 대하여 좋은 점을 많이 이야기 했습니다.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이천수 선수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기에 실수도 했고, 시련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신뢰할 수 있는 행동과 실력으로 우리들 앞에 돌아왔습니다.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 의욕을 가지고,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뛴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이천수 선수가 그 모든 아픔을 딛고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신뢰를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서 그동안 이천수 선수의 좋은 점을 간과하고, 그의 부정적인 점만 생각해 온 저도 반성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천수 선수의 앞길에 멋진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   저도 축구를 좋아하는, 그러나 지금은 부상으로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즈음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가 봅니다.

   

 

                                    

 

 

 

 ***  후기 : 

  위의 경기 후 1주일 뒤(7월 5일)에 있었던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조재진 선수는 전반전에만 출전하였는데, 두 골을 넣음으로써 한국의 2:1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