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상문, 관람후기

연극 '서툰사람들'을 보고

道雨 2008. 6. 27. 11:56

 

 

 

                        연극 '서툰사람들'을 보고

 

 

 

 

 

 

* 그저께(2008년 6월 25일) 저녁,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진료를 마치고, 집사람과 나는 유상 원장 내외와 함께 연극 '서툰사람들'을 보러 갔다. 지난달 부터 연극 몇 편을 보고난 후 연극의 매력에 빠진 나였기에, 이 신선한 느낌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즐기고자 하는 바램이 있었다.

 

 

 

이름부터 특이하고 웃겨주는 듯한 '용천지랄' 소극장은, 지난 달(2008년 5월)에 대연동 부경대학교 인근의 문화골목에 개관되었는데, 개관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인터넷에서 위치약도를 출력하여 들고 찾아갔다.

문화골목 내에는 용천지랄 소극장 외에도 갤러리, 째즈카페, 세미나룸, 클래식 찻집, 게스트하우스까지 여러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둘러보질 못하였다.

 

 

 

부산의 새로운 명소, 대연동 문화골목의 '용천지랄' 소극장 개관기념으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서툰사람들'은, 웃음과 감동의 로망코미디로서, 1997년에 부산 중앙동에 있는 가마골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12년 동안 가마골 소극장을 대표하는 레파토리가 되었는데, 지방공연을 제외하고, 가마골 소극장이 아닌, 부산의 타공연장에서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연희단거리패의 예술감독(이윤택)에 의하면, 문화골목과 용천지랄 소극장의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가마골 소극장 박태남 대표의 양해를 얻어 공연을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업자 정신에도 충실하다고나 할까...

 

장진 작, 이윤주 연출, 연희단거리패 제작이며, 출연진들은 '연희단거리패'의 연극배우들이다. '서툰사람들'의 작가 장진은,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 영화감독으로 다방면에서 활동중이며, 그의 히트 작품으로 '웰컴투동막골'이 있으며,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거룩한 계보> 등은 감독을 맡았다. 

 

 

 

 

 

* 연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설문조사와  장내 정리 겸 소개해주는 분 부터 분위기를 잡아주더니, 연극이 시작되면서는 시종 일관 웃음과 폭소가 끊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젊은층이어서 우리도 20년은 되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마음껏 웃어댔다. 배우의 연기와 대사에 맞추어 관객들도 모두 함께 소리치기도 하는 등, 배우와 관객이 정말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분위기였다.

연극의 3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이라고 하더니, 정말 관객들의 참여는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 연극의 줄거리를 팜플렛의 내용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무관심한 세상을 향한 한바탕 소란극

 

독신자 아파트에 외롭게 사는 여자 '유화이'의 아파트에 초보도둑 '장덕배'가 들어온다.

열려있는 문, 훔쳐갈 물건 없는 살림, 도둑의 존재를 문득문득 잊어버리는 용감한 주인, 모든 상황이 서툴기 그지없다.

여기에 질세라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도둑전선에 뛰어든 장덕배는, 도둑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나 소심하고 인정어리다. 손목을 아프지 않게 하는 매듭법을 연구하는가 하면, 목마른 화이에게 물을 먹여주기도 한다.

숨겨진 비상금 위치를 가르쳐주는 주인, 훔친 돈을 몰래 지갑에 넣고 가는 도둑, 그들은 서로의 신분과 상황도 잊은 채 마음의 문을 열어나간다.

한편 아래층에 사는 남자 김추락은 무관심한 세상을 향한 한바탕 자살 소동을 벌이고, 경찰은 엉뚱하게 한층 위에 사는 화이 집 문을 두드린다.

구애하기 위해 찾아온 자동차 영업사원 서팔호는 덕배의 달변에 쫓겨나게 되고, 이른 새벽 딸을 찾아온 아버지는 덕배를 남자 친구로 오해하며 손을 맞잡아준다.

길었던 밤이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온 새벽, 달려나가는 덕배를 보내고 혼자 남은 유화이.

열린 문을 바라보며, 덕배가 남기고 간 스타킹을 뒤집어쓰며 쓸쓸하게 웃는다. 

 

 

 

 

*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나이도 잊은 채 유쾌하게 웃어댔는데, 장덕배(도둑)가 달려나가고 혼자남게 된 유화이를 보면서는, 주책스럽게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지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점점 늙어가는가 보다. 눈물이 많아지면 늙어간다는 신호라고 하던가?

그런데 연극이 종료되고 나서는 불이 꺼지고, 잠시 숙연한 분위기에 젖어있었는데, 다시 극장 내에 경쾌한 음악(Don't worry be happy)이 흐르고 출연배우들이 모두 나와서 함께, 또 따로 각자 개인기를 보여주면서 마지막 분위기를 다시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출연배우들 3명 모두 관객이 나가는 길목에 서서 관객들을 배웅을 해주는 것도 매우 좋았다. 덕분에 연극배우들과 악수를 하는 기쁨도 누렸다.

80석 정도밖에 안되는, 정말로 소극장다운(?) 소극장이어서 가능했던 것인가, 아니면 배우들의 마음 씀씀이가 그러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진정 관객과 호흡하는 마음자세가 좋았다.

나중에 출연배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기회도 준다고 하였는데, 나이도 많은게 욕심도 많다고 흉볼까 싶어 그냥 악수만 하고 내려왔다.

 

연극의 감동을 안은 채, 소극장 옆의 식당에서 유상 내외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곁들여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연극의 감동과 소설가 이외수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는 벅스뮤직에 들어가 연극 중 흘러 나왔던 노래 두 곡을 찾아보았다.

'Bee Gees'의 'Holiday'와  'Hobos'의 'Don't worry, be happy'를 내 앨범에 추가하고, 감상하였다.

베게스(도둑의 표현대로)의 홀리데이는, 몇 년 전에 나왔던 한국 영화, '홀리데이'(탈옥수 지강현의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유명했던 작품인데, 나는 비디오로 봤었다)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 노래이다. 나는 그 노래를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제 이 연극을 봄으로해서 확실히 기억하게 되었다. 

 

'Holiday'는 무엇인가 호소하는 듯한 노래의 선율이, 연극 중 불우한 나(도둑)의 처지를 이해해달라는 듯한, 애달픈 하소연의 느낌으로 전달되어졌으며, 마지막 이별 장면으로 침잠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한 경쾌한 리듬의 'Don't worry, be happy'는, 현재 소외되고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내일에의 희망을 축복해주는 듯이 여겨졌다. 그리고 덕분에 가라앉은 기분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연극과 문화생활에) 서툰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었듯이, 연극 '서툰사람들'에서 보여준 소외되고 불우한 사람들의 애환을 우리 모두 이해해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이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기대가 된다.

 

 

자, 오늘은 '베게스의 홀리데이'를 감상해보시고, 혹여나 장마철에 기분이 처지면 'Don't worry, be happy'를 틀어볼까요? 

 

 

 

 

 

 

 * 연극을 소개하는 팜플렛.

 

 

* 유화이 역을 한 연극배우 홍선주는 부산 출신이라고 한다. 장덕배 역을 한 연극배우 염순식.

 

 

 

* 1인다역(자살 소동의 김추락, 자동차 판매원 서팔호, 유화이의 아버지 유달수 역 등)을 한 연극배우 김송일. 

 

 

 

 

 

* 지난 5월, 내가 집사람에게 이 연극을 보러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 집사람은 젊은 사람들만 있을 것이라 어색하다고 해서 보류했었는데, 막상 이 연극을 보고나서는 정말 후회할 뻔 했다고 할 정도로 잘 보았다고 하였다.

나는 젊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함께 호흡해보는 것도 매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비교적 늦게 다시 공부를 하면서 그들과 어울렸던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마음 속에서만은 젊은이들과 영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젊은이들의 힘과 사고와 열정을 믿는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