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그랜드 오픈’과 물고기 떼죽음
지난 10월 22일 저녁 ‘4대강 그랜드 오픈’ 행사가 열린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선 요란한 불꽃놀이가 시작됐습니다.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화려한 불꽃이 낙동강의 밤하늘을 밝혔고, 강정고령보를 밝힌 현란한 조명쇼는 그곳이 강이었단 사실을 잊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현란한 조명과 폭죽 소리에 놀란 것일까요? 그 시각 강정고령댐(수문을 닫아걸어 그야말로 거대한 댐이 되었다)에서 유영하던 누치와 잉어를 비롯한 물고기 수천마리가 강정고령댐 고정보 마루로 흘러넘치는 강물을 타고 댐을 넘어갔습니다.
강물을 타고 그렇게 넘어간 물고기들은 그러나 다음날 아침 사늘한 주검으로 아침산책을 나온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수천마리의 물고기 떼죽음. 그들을 떼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농약병도 아니고, 밧데리 전기도 아닌 바로 낙동강에 가로 놓인 새로운 댐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밤 연예인까지 동원된 화려한 강정고령보 개방 행사를 마친 수자원공사 강정보 건설단은 행사가 끝이 나자 곧바로 수문을 열어 젖혔습니다. 그러자 고였던 물이 빠지고, 고정보 마루를 넘어가던 물길도 끊기고 댐을 넘어간 물고기들은 물이 빠진 계단식 고정보와 돌망태 하상유지공 사이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그만 질식사하고 만 것입니다.
▲ 중앙의 가동보(수문이 있는 보)의 수문을 닫아 고정보(수문이 없다) 위로 물이 흘러넘칠 때의 모습(위)과 수문을 열어 고정보 위로 물이 흐러넘치지 않을 때의 모습(아래)이다. 저 물이 빠진 계단식 보 사이에서 물고기들이 집단 질식사한 것이다
다음날 강정보 건설단은 물고기들이 그곳으로 넘어갈 줄 전혀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물고기가 다니는 길이라는 ‘어도’를, 그것도 ‘2개씩’이나 만들어놓았는데 물고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리라고 도무지 상상을 못했을 것입니다. 오호통재라!
그러나 너무나 지당하게도 물고기들은 그 ‘어도’란 것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사육 받은 애안용 강아지가 아니라, 그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는 야생의 생명체인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가고 싶은 길을 따라 댐을 넘어간 것입니다.
▲ 어도의 모습이다. 물고기가 길을 모를까봐 친절하게? 물고기 동상도 세워뒀다
그런데 갑자기 물길이 끊긴 것입니다. 지난 밤의 화려한 쇼가 끝이 나자마자 더 이상 강물을 가두어놓기가 무엇이 그리 겁이 났던지 댐의 수문을 열자 고정보 마루의 물길은 끊기고, 이미 넘어온 강물은 밤 사이 아래로 다 빠지면서 물고기들은 콘크리트 계단식 보에 갇혀 그만 집단 질식사한 것입니다. 그 수가 수천입니다. 그렇게 어른 팔뚝만한 수천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지난 4월 합천보 바로 위 낙동강에서 멸종위기종 1급 조개인 ‘귀이빨대칭이’ 수천개체가 집단 폐사한 이후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만 두 번째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도대체 이들의 죽음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요?
4대강 댐은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한 물고기들 앞에서 정부가 한다는 소리가 고작 “앞으로 수문 조작을 잘하면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래 달성보에서 담수를 하게 되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운운입니다. 그들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요? 저 어도란 것에서 보듯이 애초에 그들의 상상력에는 물고기의 생태에 관한 것은 전혀 없었는데 말입니다.
▲ 가운데 물길이 어도란 것을 통과해 흐르는 강물이다. 도대체 강에 이런 것이 왜 들어서야 한단 말인가?
그러니 앞으로 이런 문제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홍수와 같은 더 큰 사고를 야기하고야 말 것입니다. 흐르던 물길을 막고 거대한 댐을 낙동강에만 8개나 만들어놓았으니 그 많은 수문을 한꺼번에 ‘조작’한다는 것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 도대체 강에 왜 이런 콘크리트 장애물이 있어야 한단 말인가? 얕은 물이 사라진 낙동강에서 백로도 방황하며 황당해 하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엔 저 거대한 댐을 해체하는 수밖엔 없습니다. 그래야 더 큰 재난도 막고, 남은 생명들도 살리고, 마침내 낙동강도 되살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저 수천의 물고기들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번 외쳐봅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 복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