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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전 총장의 정권 협박성 발언

道雨 2011. 12. 17. 13:20

 

 

 

        김준규 전 총장의 정권 협박성 발언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재임 시절 로비스트인 문환철씨의 소개로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총수가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의 피고인을 만난 것부터 부적절하기 짝이 없지만 더욱 해괴한 것은 그의 변명 태도다.

 

그는 엊그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장으로서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매우 묘한 말을 남겼다. “내가 열 받아서 (총장 때 일을) 다 까버리면 국정운영이 안 된다”는 발언이다.

 

전직 검찰총장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발언이다. 예전에 장세동씨가 “내가 입을 열면 국가와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말을 한 적도 있지만, 김 전 총장의 발언은 이에 못지않다.

 

김 전 총장의 발언은 아무리 봐도 현 정권과 검찰에 대한 경고 내지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검찰로서는 이 회장이 비망록을 통해 주장해온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한 형편이 됐다.

원칙적으로 김 전 총장도 수사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게다가 김 전 총장은 “1심 재판이 끝난 시점에 이 회장을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한번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남산의 한 클럽과 강남의 고급식당에서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끝난 것이 2010년 11월19일이었으니 김 전 총장은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시점에도 이 회장을 만난 셈이 된다. 이런 기초적사실관계부터 확인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전 총장은 누구보다도 현 정권의 비밀과 구린 구석을 시시콜콜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재임 시절 다룬 사건만 대략 꼽아봐도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 에리카 김에 대한 면죄부 등 핵폭탄급 사건들이 널려 있다. 하나같이 진실이 밝혀지면 정권의 명운을 뒤흔들 사건들이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이 재임중 취득한 비밀을 개인의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너무나 비겁하고 치졸하다. 정말 묵과할 수 없는 정권의 잘못이 있었다면 이를 낱낱이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는 게 오히려 올바른 태도다.

 

검찰 역시 김 전 총장의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이 사건의 흑막을 얼마나 철저히 파헤칠지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