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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휘말린 삼성물산·한전
캐나다 공공정책 믿고 온타리오 주정부와 계약, 8조 에너지사업 ‘발목’
캐나다에 진출한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휘말림에 따라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구멍이 뚫렸다.
외국 투자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특성상 한 국가의 공공정책은 물론 그 정책을 믿고 투자한 국내 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실제로 캐나다 주정부를 믿고 투자한 삼성물산과 한전은 투자자-국가 소송제 때문에 아무런 잘못 없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등은 지난해 1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 2016년까지 총 2500㎿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 및 생산 복합단지를 개발해 20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신재생에너지 역사상 최대 규모인 70억캐나다달러(약 8조원)였다. 특히 삼성물산은 캐나다 그린에너지법의 발전차액제도(Feed-in Tariff)에 따라 온타리오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과 인력을 풍력발전에서는 25%, 태양광발전에서는 40~50% 이상 사용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현지 사용 비율을 50%, 60%로 높인다. 주정부는 신재생 에너지를 일반 전력보다 최고 20배 비싸게 사들이지만 현지 인력 채용으로 1만6000여개의 직간접 고용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공해가 없는 신재생 에너지도 개발하고 고용도 늘리겠다는 취지의 공공정책이다.
이 제도에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곳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정부였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9월 “온타리오주 정부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나 불공정한 대우를 통한 차별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며 제소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8월에 공정무역에 어긋난다며 싸움에 합류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제소를 당한 이후에도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캐나다가 발전차액제도를 밀어붙이자 이번에는 미국 기업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의 투자자-국가 소송을 빼들었다. 미국 기업들은 특히 삼성물산에 칼을 겨눴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특혜를 받았다”며 “제3국 투자자와의 차별을 금지한 최혜국대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업체들이 온타리오 주정부의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체결된 삼성물산과 온타리오주의 계약이 철회되거나 발전단지 조성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는 전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휘말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다. 삼성물산은 중재 당사자가 아니지만 이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연합의 세계무역기구 제소나 미국 기업의 투자자-국가 소송 청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뿐 아니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캐나다의 정책이 위기를 맞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외국 투자자가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것만 30건에 이른다. 예를 들어 2009년 캐나다 정부가 디트로이트 강에 다리를 새로 건설하려고 할 때 기존의 다리를 소유·운영하던 미국 기업이 반대하고 나섰다. 2006년에는 캐나다 퀘벡주 정부가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며 특정 화학물질을 잔디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자 그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제기했다. 또 2001년에는 담뱃갑에 ‘순한 맛’ 표기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미국 기업이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고 반발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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