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명함에 영장없이 조사... 흥신소 직원이 따로없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지난 2008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이 사찰과정에서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불법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 가 입수한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2008년 9월 29일께 국민은행 관계자를 만나 김 전 대표를 사임 시키라는 압력을 가한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 중 한 명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점검반 이석재'라는 명함을 사용했다. 이 인물은 며칠 뒤 KB한마음 사무실을 방문해 압수수색영장 없이 각종 서류를 임의로 제출받을 때도 이 명함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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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과정에서 이석재란 명함을 사용한 인물이 실은 김충곤 당시 점검 1팀장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과 접촉했던 국민은행과 KB한마음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사진을 확인한 결과 이 명함을 건넨 사람으로 김충곤 전 팀장을 지목한 것이다. 김 전 팀장은 경찰청 보안3과에서 근무한 경찰(경정) 출신으로 총경 진급에서 누락되자 지난 2008년 6월 명예퇴직한 직후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가명을 사용했을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 과장의 검찰 진술 조서에 나온다.
검사 : "기획총괄과장인 진술인(진경락 전 과장)이 알기에 이석재라는 사람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근무하였던 사실이 있는가요."
진 전 과장 : "제가 공직윤리지원관실 설치시점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데, 이석재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검사 : "국민은행 노무팀장 원OO와 부장 김OO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점검팀으로 방문한 사람 중에 이석재라는 인물이 있었고, 그로부터 이러한 명함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떠한가요."
(검사가 국민은행 김OO 부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이석재의 명함 사본을 보여주자)
진 전 과장 : "예, 명함을 보니 공직윤리지원실 직원이 사용하는 명함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었으며, 그 당시 점검팀의 이름을 가명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실제로 팀별로 가명을 만들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직원들이 오히려 '정당한 공무를 수행하는데 왜 떳떳하지 못하게 실명을 사용해서 안 되느냐'고 하는 등 가명을 쓰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아져서 결국 가명을 쓰지 않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가명을 사용하였을 수도 있는데, 당시 국민은행을 방문하였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중 한명이 이석재라는 가명을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진 전 과장의 진술대로라면 신설된 공직윤리지원관실 내에서 가명 사용에 대한 의견이 있었고, 또 실제로 일부 직원들이 가명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 수사과정에서 가명을 사용한 사실을 부인했던 김 전 팀장은 이후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가명을 썼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비노출?간접 접촉 활동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보원 정보관 등 정보 요원과는 달리 공직자에 대한 공직 감찰 활동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가명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선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광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는 < 오마이뉴스 > 와 한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공무원은 공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히게 되어 있다"며 "설령 공무원이 '가명을 사용해선 된다', '안 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정신에 비춰볼 때 공무원의 가명 사용은 상당히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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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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