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는 원래 뒷담화를 좋아해
지원관실 이전에도 ‘영포 라인’ 비선으로 불법사찰해 ‘정적 제거용’ 등 활용 가능성
… “불법사찰 보고서 밤새우다시피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는 증언 나오는 대통령이 근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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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왜 초법적인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한 것일까?
‘BH(청와대) 하명’ ‘VIP(대통령) 걱정’ 등의 표현이 곳곳에 등장하는 걸 보면, 불법사찰과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지원관실은 과거 정부에서 ‘조사심의관실’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했다가 2008년 7월 부활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인 2004년 9월 서울시 감사반에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를 ‘수색’당한 적이 있다. 공직 감찰을 담당하는 조사심의관실이 ‘이 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서울시 감사반에 통보한 것이다. 이런 과거사 때문에, 조사심의관실이 이 정부 들어 폐지된 것은 이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조사심의관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촛불집회 이후 지원관실로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지원관실이 설치되기 전까지는 이명박 정부에서 불법사찰이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정태근 의원(무소속) 사찰이다. 2008년 4월께 두 사람을 사찰한 이는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일하던 이창화 전 행정관이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공천 반납 요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두 정 의원은 이 전 행정관한테 사찰을 당했고, 이를 알아차린 정두언 의원이 이 의원에게 항의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성헌 새누리당 의원 등을 이 전 행정관이 사찰했다고 의심받는 시기도 이 무렵이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이 전 행정관은 비슷한 시기에 김성호 전 국정원장,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의 부인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샀다. 2010년 11월 이석현 당시 민주당 의원은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이 전 행정관이 지원관실 출범 뒤 그리로 자리를 옮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인사는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매우 자신감에 넘쳤는데, 촛불로 휘청이게 됐다. 그런데 검찰·경찰·국정원 모두 손을 못 썼다. 정권 핵심들은 특히 김성호 국정원장에게 불만이 높았다. 그 틈에 게슈타포 같은 ‘영포 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 인사)이 반대파를 광범위하게 사찰하고, 정권 안위를 위해 지원관실 같은 별동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무렵 이 대통령의 측근 ㄱ씨도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2008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여권의 일부 인사들이 그를 청와대에 기용하자고 추천하자, 이 대통령이 “그렇게 문제 많은 사람을 왜 쓰라고 하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알고 보니 선거 때 상대 쪽에서 음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박영준 라인’ 쪽에서 뒷조사를 했고, 대통령에게 악의적으로 허위 보고를 했더라”며 “결국 대통령이 ㄱ씨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인사는 “지원관실이 생기기 전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도 사찰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공직기강팀장은 현재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5천만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그 역시 박영준 당시 기조비서관과 가깝다.
보고 라인 무시해도 MB “그냥 놔두라”
불법사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가 누구에게 최종 보고됐고, 어떻게 이용되었는가다. 앞의 이 대통령 측근 사례는, 사찰 정보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사실상의 ‘인사 자료’이자 ‘정적 제거용’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 염두에 둔 인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권한이 없는 기관이나 개인이 이런 정보를 불법사찰을 통해 수집하고, 이 대통령이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들과 가까운 박영준 전 비서관 등이 이 대통령에게 직보를 했다는 의혹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좀 과장하면 이 대통령은 불법사찰 보고서를 밤을 새우다시피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의 얘기는 좀더 구체적이다. “‘찌라시’ 수준의 보고서라 해도 이 대통령으로선 난생처음 보는 것이라 매우 좋아했다. 영포 라인은 이런 불법사찰 보고서로 이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국정원도 말 안 듣고, 사직동팀도 없으니 통치권을 탄탄히 지키기 위해 우리 포항이 나서겠다’며 불법사찰을 하고, 지원관실을 이용해 각종 이권과 인사에 개입했다.” 이 대통령이 좋아하니 불법을 저지르며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력을 장악해 전횡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사찰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정식 보고 라인을 무시한 채 보고가 이뤄지는 것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009년 10월께 등 두 차례 이 대통령에게 문제제기를 했다. 직제상 지원관실의 보고 라인은 민정수석실인데, 고용노사비서관실이 이 조직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냥 놔두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지원관실의 보고 라인에 민정수석실이 ‘추가’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조처는 없었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 역시 이 대통령에게 지원관실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장, 기무사령관 독대 보고도 부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표적인 정보기관인 국정원장과 기무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폐지했다. 밀실정치 논란의 뿌리를 없애고, 이 기관들을 국내 정치로부터 독립해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도록 만들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두 기관장의 독대 보고를 부활시켰다. 특히 국정원의 경우엔 전문성이 없는데도 측근인 원세훈 원장을 임명해 직접 챙겼다.
그 결과는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다. 기무사 역시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현장에서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태근 의원은 4월2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하에서 불법사찰의 본질은 ‘국정을 농단한 특정 세력의 권력 사유화’이고, 이를 방치한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혁명이론가 토머스 페인의 저서 <상식>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정부는 최고의 것이라도 필요악일 따름이다. 최악은 참을 수 없는 정부다. 정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정부가 없는 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수단을 우리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불행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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