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 선거개입 안했다더니...'작전폰'으로 대선기사에 집중댓글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
“이정희 철딱서니없이 대들어”
국방부 수사발표와 정면배치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심리전단(530단) 요원들이 사령부로부터 지급받은 ‘작전폰’을 활용해, 민감한 대선이슈를 다룬 포털의 언론사 기사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단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심리전단 요원들의 아이디를 확보해 포털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한 결과, 요원들은 작전폰을 통해 대선후보 티브이(TV) 토론, 엔엘엘(NLL) 문제, 후보단일화 등 민감한 대선 이슈와 관련된 보도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댓글들은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편을 들거나 문재인, 이정희 후보를 거칠게 비방했다.
이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전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심리전단 요원들이) 북한과 심리전을 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을 일부 거론한 것이지 대통령 후보에 대해 대선에 개입할 의도나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이버사 소속 군무원인 ㅈ씨는 2012년 11월27일 0시57분, 네이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에 “엔엘엘에 대한 사수 의욕이 없는 사람이 대통이 된다면 유사시에 북한에 나라를 내주는 꼴이 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은 모바일에서 작성한 글로 나타나 있다.
이 기사는 전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엔엘엘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며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데 대한 보도였다.
ㅈ씨는 20시간여가 지난 뒤인 이날 밤 9시30분 전후 zlrun, ekfflal 등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해 같은 기사에 “대통령이 될 사람이 모호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등,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댓글을 6~9분 간격으로 3개 올렸다.
ㅈ씨는 앞선 11월21일 후보 단일화 관련 <한겨레> 기사에는 “내가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란 댓글을 올렸다.
심리전단 소속인 이아무개 중사는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첫 티브이 토론을 보도한 12월4일치 <연합뉴스> 기사에 “솔직히 이정희는 철딱서니 없이 대드는 걸로만 보이던데? 문 후보는 답변 짧고, 박 후보는 답변 길고, 이정희가 멀 먹거나 작정하고 나온 거 같은데, 자길 깎아내리고 나한테 박근혜 뽑으라고 말하는 거 같더라”는 댓글을 달았다. 작전폰 댓글이었다.
이 중사는 1분 뒤엔 이정희 후보를 겨냥해 “철딱서니 없더라 닭대갈아ㅋㅋ”라는 댓글을 올렸다.
당시 티브이 토론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인지, 이 기사엔 심리전단 요원들이 많은 댓글을 달았다.
lee****라는 아이디의 요원은 새벽 2시46분 “뇌물 하면 다이쥬와 뇌물현을 빼놓으면 섭하제?”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문 후보를 연관시키는 듯한 댓글을 달았다. 이어 5분 뒤인 새벽 2시51분엔 “니들 머리 위에 북한 핵 떨어질 때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장차 나라의 안위가 걱정이다 풍전등화로구나”란 댓글을 달았다.
kino****란 아이디의 ㄱ중사는 “이정희가 함께 월북하자 한다면? 갈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만 이정희를 감싸 안으세요”란 댓글을 올렸다.
사이버사 요원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은 팔로어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완곡한 편이지만, 포털 기사 댓글들은 대선후보를 직접 겨냥했고, 훨씬 공격적이고 수위가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군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포털 댓글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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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후보 비난 댓글이 대선 개입 아니란 말인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전 심리전단 인원수를 2배 이상 늘리는가 하면, 요원들은 최신형 스마트폰인 이른바 ‘작전폰’을 통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 등을 포털에 올렸다고 한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대선 후보 티브이토론이나 후보 단일화 등 민감한 대선 이슈 관련 보도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여했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발표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사이버사는 지난해 9월까지 심리전단 요원이 61명이었으나, 10월부터 갑자기 132명으로 배 이상 늘렸다. 지난해 증원한 79명 가운데 71명을 댓글·트위트글 작업을 벌이는 심리전단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 부대 하나를 통째로 늘리다시피 한 것은, 대선을 의식한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심리전단 요원들이 포털에서 작성한 댓글 내용을 봐도, 대선 개입이 없었다는 국방부 발표가 새빨간 거짓임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대선 후보 토론 뒤인 11월27일 네이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에 요원들은 “엔엘엘 사수 의욕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유사시에 북한에 나라를 내주는 꼴이 될 것은 뻔한 이치”라거나, “대통령이 될 사람이 모호한 안보관을 갖고 있다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12월4일에는 후보 토론 관련 <연합뉴스> 기사에 “뇌물 하면 다이쥬와 뇌물현은 빼놓으면 섭하제?”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11월21일 후보 단일화 관련 <한겨레> 기사에는 “내가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라고 글을 올렸다.
국방부는 포털 댓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지만, 19일 중간발표엔 이런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의도적인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작전폰까지 받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연제욱 당시 사이버사령관이 심리전단장한테서 문제 되는 내용들을 “보고는 받았으나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입건한 심리전단장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기소하는 것도 법률상식에 반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수사일 뿐 아니라 의도적인 축소·은폐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진행될 마무리 수사마저 이런 식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명백하게 드러난 증거들을 고의로 무시하거나 빼돌린다면,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2차 범죄’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특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 2013. 12. 2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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