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괴담토론회? 세월호 진실 덮으려는 조선 기사”
조선에 반발…신상철 “참사에 교훈 얻지 못한 언론” 이종인 “박근혜의 충견임을 드러낸 것”
[미디어오늘 / 조현호기자 / 2014-05-29]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반드시 밝혀야 할 의혹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 대해 조선일보가 ‘괴담(怪談) 토론회’ ‘노이즈마케팅’ 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하자 토론회 참석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선일보에 대해 “세월호 진실을 덮으려고 쓴 기사이며, 수백명이 죽은 참사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박근혜의 충견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난 28일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조사가 밝혀야 할 세월호 침몰사고의 의혹’ 긴급토론회를 두고 조선일보는 29일자에서 “‘세월호는 격침’ 국회서 ‘괴담토론회’ 연 통진당”(기사제목)이라고 혹평했다.
조선은 “‘세월호 격침설’ ‘해경의 민간 잠수사 살해 위협설’ 등 괴담 수준의 주장들이 여과없이 나왔다”며 지난 1일 새벽 다이빙벨 작업 중 발생한 해경정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바지선 충돌 사건과, ‘(구조된) 아이들이 계란 냄새가 났다’고 한 증언, 구조자 중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은 이른바 ‘오렌지맨’이 폭발물이나 화학물과 관련한 인물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또한 플로어에 있던 한 시민이 군산 앞바다에서 어뢰가 발사돼 세월호 쪽으로 가는 사진이 있다며 어뢰 격침설을 제기한 것,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세월호의 여러 생존자가 증언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어뢰격침설은 플로어에 있던 시민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장이며, 신 대표는 그 질문에 이런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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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의혹 긴급토론회에서 묵념하는 참석자들. 사진=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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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의혹 긴급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사진=조현호 기자 |
조선은 이 자리가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할 의혹’이라는 토론회의 제목도 담지 않았을 뿐 아니라 토론자가 한 발언도 아닌 플로어에서 나온 주장을 토론회의 주된 의혹인 것처럼 제목을 달았다.
조선은 이들 참석자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행태에 대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저렇게 자극적인 말을 하다 보면, 유족들도 ‘아니’ 싶다가 귀가 솔깃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부 네티즌도 확실히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속셈”이라고 국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도 조선은 다른 야당 관계자의 입을 빌어 “그동안 통진당은 어디에도 낄 곳이 없었다”며 “유족이 참가한다는 호재를 노려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괴담의 가장 꼭대기엔 ‘어린 생명을 구해야 할 해경이 이를 구하겠다고 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저지한 것’이 있다”며 “이보다 더 끔찍한 괴담이 어디있으며, 더욱 끔찍한 것은 이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란냄새가 났다는 것에 대해 신 대표는 “그 청정한 해역에 맑은 공기에 예사롭지 않은 냄새가 났다면 반드시 선내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며 “이를 밝히는 일이 옳지 괴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어뢰 격침설’을 질문한 주장에 신 대표가 ‘여러 생존자가 증언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신 대표는 “나는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며 “누가 얘기했는지도 파악하지 않고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에 대해 신 대표는 “세월호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있어도 이를 명쾌하게 해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야말로 사고를 사건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해체 대상이라고 밝힌 해경의 잘못부터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에게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과연 언론의 자세인가”라고 되물었다.
신 대표는 조선에 대해 “섬이 빤히 보이는 연안에서 한 사람도 못구한 비극적 사건이자 전 세계를 통틀어 초유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하겠다고 나서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흠집이나 잡으려고 연연하는 것이야말로 비극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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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의혹 긴급토론회를 마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사진=조현호 기자 |
대표와 함께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괴담 토론회로 규정한 조선에 대해 “말이 안나온다”며 “정상적 토론을 통해 국정조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언하는 자리를 어떻게 괴담이라 치부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초기구조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오로지 비상식적, 비과학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언론기관”이라고 평가했다.
계란냄새 건에 대해 이 대표는 “계란냄새가 났다 함은 일종의 유황냄새를 맡았다는 뜻인데, 통상 화산지대에 가면 ‘계란 썩은’ 냄새가 난다”며 “그런 냄새가 났다면 공조기를 통해 침몰 전에 어느 위치에서 누가 맡았는지를 조사하면 되는 일이지 괴담이라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해경의 민간잠수사 살해위협설이라는 조선의 표현에 대해 이 대표는 “다이빙벨에 해경정이 와서 충돌한 사건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토론회를 본 사람이 기사를 보고서는 아마도 진실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순전히 자기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골라서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난에 대해 이 대표는 “여당이나 대통령이야말로 방송 앞에서 눈물 흘리고 마치 다해줄 것처럼 해놓고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것은 놔두고 이에 대한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정치적 마케팅’이라고 주장한 것이야말로 정부의 도구 역할에 충실한 글”이라며 “박근혜의 충견으로서 애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29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이 여론을 괴담으로 몰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하는데 플로어에서 나온 질문 갖고 괴담 운운한 것은 실력(취재력)이 예전같지 않아 안쓰럽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덮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계란냄새가 난다는 언급에 대해 이 기자는 “계란냄새가 난다는 아이들의 침몰직전 발언을 듣고 세월호 관계자가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아이들 두번 죽이지 말고, 궁금하면 그동안 고발뉴스 등에서 방송한 내용을 한 번이라도 보고 기사를 쓰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는 28일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주요 내용이자 핵심적인 의혹은 다 빠뜨렸다. 신상철 대표가 발제한 것 가운데 주요 요지는 △왜 하루 이상 떠 있었던 세월호 선수가 가라앉도록 해경은 방치했나 △해군은 초기에 뭘했나 △침몰 전날 밤부터 사고의 앞선 징후는 없었나 △박 대통령이 사고 다음날 방문했을 때 구조에 얼마나 지장을 줬나 등이었다.
신 대표는 특히 선수마저 가라앉도록 놔둔 것에 대해 “거꾸로 뒤집어져 있던 상태에서 선수를 잡았어야 했다”며 “선수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에어포켓이 다 빠져나가고, 그만큼 생존했을 수 있는 승객이 희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해군과 해경 모두 선수를 잡았어야 한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왜 침몰하는데 속수무책이었느냐”며 “선수 좌우에 바지선을 붙여 묶어주기만 해도 가능했으며, 당일 저녁 도착한 해상크레인은 왜 그냥 돌아갔느냐”고 반문했다. 해군에 대해서도 신 대표는 “구축함도 보유하고 있는 목포 3함대는 왜 바로 출동해서 배로 뛰어올라 방마다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나”라며 “배가 기울어졌을 때 구축함 등으로 밀어내기라도 했으면 시간을 더 벌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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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의혹 긴급토론회를 마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사진=조현호 기자 |
이상호 고발뉴스가 제기한 의혹은 △선수를 띄워줄 것이라고 장담했던 리프팅백이 왜 공기주머니로 전락했나 △조명탄을 제대로 발사하긴 한 것인가 △초기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이용욱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 등이 왜 실종자 가족들에게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면서 ‘가족들의 합의를 해오라’고 되레 가족에게 해법을 떠넘겼는가 △다이빙벨을 왜 계속 방해했나 등이었다.
한편, 토론회 중에 일부 희생자 가족이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회를 시작할 무렵 자신을 희생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가 두 사람을 가리켜 “과연 참석할 자격이 되는가”라며 “어떤 자격과 목적을 갖고 왔는지 정확히 얘기하고 진행했으면 한다. 가면을 쓰고 이 자리에 왔다면 희생자 가족 대표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신상철 대표가 발제하는 과정에서 다이빙벨에 대해 “105분 동안 작업이 가능했다는 것은…”이라고 언급하자 이 희생자 가족은 “당신이 105분 작업한 것 확인해봤어”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참석자들이 “얘기는 들어보고 (항의)하라”,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며 만류했다.
이에 반해 자신의 조카가 세월호에서 희생됐다는 다른 유가족은 “저는 이 자리에 저분들의 얘기를 청취하러 온 것이지 항의하러 온 것 아니다”라며 “잘했든 잘못했든 현장에서 뛰는 분의 얘기니 청취하러 온 것이니 항의는 나중에 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또다른 희생자 가족 이 아무개씨는 신 대표가 제안한 세월호 증거보전 가처분 신청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펴기도 했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