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교황 방한과 세월호 특별법, 스텝 꼬인 청와대

道雨 2014. 8. 14. 10:22

 

 

 

교황 방한과 세월호 특별법, 스텝 꼬인 청와대
박근혜는 야당 비난, 교황 방준위는 광화문 단식농성 허락
육근성 | 2014-08-13 11:28: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11개 항에 합의했다며 1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수사권뿐만 아니라 특검 추천권까지 행사할 수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로는 참사 원인 규명조차 어려울 게 뻔했기 때문이다.


‘7일 합의는 여당의 조급증과 야당의 얼빠진 양보

 

이완구-박영선 합의가 나오자마자 세월호 가족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고 곳곳에서 반대집회가 열렸다. 야당 내부에서도 재검토 주장이 대세를 이루자 새정치연합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 백지화와 재협상을 선언했다.

애당초 합의 자체가 엉망이었다는 얘기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졸속으로 작성된 합의내용에 대해 정직하게 협상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세월호 가족들의 요구가 모두 배제된 게 어찌 합의란 말인가. 여당의 조급증에 야당이 휘말린 것뿐이다.

새누리당은 특별법 합의에 조급증을 보여 왔다. 김무성 당대표는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하며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고 애를 썼다. 이런 와중에 박영선 새정치연합 대표가 큰일을 낸 것이다. 여당의 조급증과 야당의 얼빠진 양보의 조합이 지난 7일 원내대표 합의다.

 


 

세월호 참사에 관심 많은 교황, 유족과 학생 만난다

 

여야가 쫓기듯 행동한 이유가 뭘까. 14일부터 18일까지 예정돼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온 교황인 만큼 여야 모두 특별법 처리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지난 4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영문 트윗 공식 계정에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2000여회 리트윗됐으며 이는 영문 트윗 전체에서 15번째로 많은 횟수다.

세월호 참사에 관심 많은 교황이 세월호 피해가족과 단원고 학생들을 만난다. 15일 대전월트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후 김병권 세월호 피해가족 대책위원장과 임원진, 단원고 생존 학생 2명 등 10명이 교황을 접견하도록 돼 있다.

 


 

900km 지고 온 십자가와 진도 바닷물 교황에게 선

 

김병권 대책위원장은 교황께 수많은 어린학생들이 세상을 떠난 이번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도와달라고 하겠다국회에서 특별법 문제가 풀릴 수 있도록 교황의 관심과 도움을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길이 130cm 무게 5kg의 십자가를 지고 안산에서 진도, 다시 진도에서 대전까지 900km를 걸어 도착하는 단원고 희생자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도 교황을 만나 그 십자가와 진도 앞바다에서 떠온 물을 교황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학일씨와 이호진씨는 십자가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혼과 고통이 담겨있으며, 진도 바닷물은 희생된 아이들의 눈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것들을 전달 받는 교황의 심정은 어떨까. 크게 감동할 수 있다.

 

 

 

감동 받은 교황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유족들을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를 향해 특별법과 관련된 발언을 할 테고, 이것이 방한 메시지에 담길 경우 전세계에 유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을 박근혜 정부가 회피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는 야당 맹비난
, 교황 방준위는 광화문 단식농성 허락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은 11일 야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새정치연합이 의총을 열어 ‘7일 합의 백지화와 재협상을 의결할 그 시각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가 정치인들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우물 안 개구리 식 사고로 판단을 잘못한다고 말했다. 야당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한 것이다.

7일 합의한 대로 13일 특별법이 국회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박 대통령은 교황 앞에서 최소한 면이 설 수 있다. 16일 교황이 주재하는 시복식 장소가 광화문 광장임을 들어 이곳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에게 철거를 명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야당의 합의 백지화 선언으로 물거품이 됐으니 얼마나 낭패스러웠을까. 이런 심기가 야당 맹비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가장 당혹스러운 장소가 단식투쟁이 어어지고 있는 광화문 광장이다.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14일로 단식투쟁을 종료하겠다는 게 유족들의 뜻이었지만 불발로 끝난 이상 농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유족-대책위 광화문 단식농성장. 이곳에서 교황 주재 시복식이 거행된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달 14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이어온 단식투쟁을 교황 방한 기간에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교황 방한을 세월호 특별법 투쟁의 계기로 삼으려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야당과 유족들에게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스텝 꼬인 청와대, 안 주고 다 갖겠다는 과욕이 부른 화

 

하지만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측과 천주교단은 유족들의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족들의 단식농성장을 강제철거할 생각이 없다농성장 제자리에서 시복미사를 함께 드리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강우일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은 세월호 유족들은 (특별법이) 타결될 때까지 그 자리(단식농성장)에 계속 남아있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예수님과 사랑의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제 퇴거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교황 방한 이전 특별법을 타결해 그나마 면을 세우고 유족 단식농성장에서 시복식 미사가 거행되는 불상사를 막으려 했던 청와대. 스텝이 마구 꼬이고 있다. 유족과 야당에게 아무것도 내주지 않고 원하는 것 모두를 챙기겠다는 과욕이 부른 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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