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국선 변호인 같았던 원세훈 1심 판사(이범균), 승진 배경 의문”

道雨 2015. 2. 17. 17:02

 

 

 

 

“국선 변호인 같았던 원세훈 1심 판사, 승진 배경 의문”

[인터뷰]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 “정의롭지 못한 불순한 재판… 면죄부 주려 작정하고 법리 두들겨 맞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12년 대선개입 혐의를 유죄선고한 김상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판결을 두고 하급심(원심) 재판장이었던 이범균 대구고법 부장판사(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장)의 판결과 재판과정, 승진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2~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상환 서울고법 재판부의 원세훈 선거법 유죄판결에 대해 “‘앞으로 국가기관은 이런 짓 하지 말라’는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단죄안하면, 이와 같은 행위를 국정원은 물론이고 정부 모든 부처, 수사기관에서 재판이라는 이름의 형태로 허용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며 “권력기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처벌할 것이냐 허용할 것이냐 두가지 뿐인데, 그 기준으로 놓고 보면 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비춰 이범균 원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박 의원은 “우리 선거법이 선거운동이라는 개념정의를 해놓고 있으며, 이에 대한 판례조차 있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이범균 부장판사는 목적성 계획성 능동성을 들어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균 대구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이범균 판사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무죄)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원심(1심) 재판장으로 이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정치관여에 관한 지시를 넘어서 선거운동을 지시했다거나 그에 따라 위 직원들이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박범계 의원은 “이범균 판사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정부부처 권력기관이 선거 개입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법의 논리라는 것은 사실관계에 법률을 적용할 때의 법리를 뜻하는데, 헌법에서 정한 공직 제도와 선거 제도의 으뜸되는 기준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인도 불법선거운동을 하면 처벌되지만, 공무원의 불법선거는 더 엄하게 해왔고, 더 엄하게 봐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범균 판사는 면죄부를 주려는 목표를 정하고 법리를 두드려 맞춰 이상한 결론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범균 판사가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을 들어 박 의원은 “심리전단 안보5팀 요원이 자신에게 쓴 메일의 존재 그 자체가 증거”라며 “그런데도 이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면죄부를 목표로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상환 판사의 판단에 대해서는 박 의원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찍은 지지자조차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안된다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며 이는 국민적 컨센서스”라며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선거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평가했다.

 

 

김상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대법원이 향후 이 판결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박 의원은 “대법원이 이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할 일도 아니고, 현란한 법리의 문제로 접근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이를 허용할지 말지 간명한 기준으로 놓고 보면 답은 자명하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무엇보다 김상환 재판장이 김씨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증거로 인정한 것은 1심 재판장이 간과했던 것을 치밀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고 파기하려면 매우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법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 자체가 매우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는 상당한 국민의 법감정에 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3일 대법원 인사에서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이른바 ‘고등부장판사’ 승진을 한지 엿새만인 9일 이 판사가 내놓은 판결이 뒤집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승진인사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이 판사가 대법원장과 인연이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이 된 구조 외에 이 판사의 재판과정도 편파적으로 진행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가 직접 가기도 했고, 우리 보좌관이 재판에 방청해온 결과, 재판 후반부엔 거의 ‘국선변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공소유지 수사팀이었던 윤석열 검사에 이어 박형철 검사도 인사조치되는 등 잦은 검사의 교체 이후 ‘원세훈 변호인이 있는데도 판사가 너무 검사를 몰아세우고 국선변호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며 검사가 딱해보일 정도였다’는 것이 우리 의원실 방청 평가”라며, “변호인이 지적할 내용을 재판장이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 의원은 “이범균 판사의 원세훈 김용판 재판 태도와 절차가 정의롭지 못하고 불순했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이를 지켜본 우리 당의 판단”이라며, “대법원의 이범균 판사 승진 인사가 이래서 문제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용판 재판의 경우 처음엔 서울경찰청 분석실의 경찰관들이 입을 맞추고 나온 것에 대해 ‘짜고 나왔느냐’고 지적하더니, 나중엔 이들의 말이 일치하니 ‘권은희 전 수사과장 말은 믿기 어렵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그는 이를 두고 “이렇게 증거능력 타령을 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재판부가 피고에게 ‘심증개시’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또한 원세훈 재판의 경우도 425지논 파일이나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계속 알려줘 왔으며, 이는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대상을 축소해간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이 판사의 판결과 함께 그의 승진을) 승복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이범균 판사를 훌륭한 판사라 했다는데, 이 판사의 ‘원판’ 재판전이 훌륭했다는 것인지, 재판과정이 훌륭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 과정에 심증을 열어 검사를 쪼그라들고 위축되게 만든 점이 잘했다는 것인지 정말 되묻고 싶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 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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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의 오만에 대한 펀치

 

 

드라마 <펀치>에는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이 만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틀어쥐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만들어내고 관리한다. 무고한 사람들이 그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진실’이 아니라 권력을 향한 ‘파워게임’이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동력이다. 그들의 대화 속에 헌법은 없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우리 사회 권력기관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철저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국정원장은 오만한 권력을 남용하며 정치개입, 선거개입으로 국민의 주권을 유린했다. 경찰은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부실한 수사결과를 대선 기간 중에 서둘러 발표했다. 법무부 장관은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했고, 그 결과 불구속 기소라는 형태로 타협이 이루어져야 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정보를 조회한 시점은 채 전 총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그날이었음이 추후 드러났다.

초유의 헌법 유린 사태를 처리하는 우리 사회의 방식은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었다. 헌법이라는 좌표를 외면하고 권력을 해바라기한 그 권력자들에 의해 헌법 질서는 좌초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체면보단 실리야. 윗분들 이쁨 받자고 돌 맞을 거 알면서도 증거 조작하고, 반대 여론 흐름 끊어주자고 무죄 날 거 알면서도 기소하는 거, 보고도 모르나? 법원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정치개입은 했으나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 이런 판결이 나오는 거지. 나쁜 놈 편들어 돈 버는 변호사야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 법조는 쪽팔린다고 못하는 짓 따윈 없는 조직이에요.”

 

드라마 <오만과 편견>의 대사 중 한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겠는가. 선거 시기에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안 했다는 1심 판단은 상식적 판단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제 “헌법과 법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기록에 나타난 증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성을 다해 탐구하려고 진지한 노력을 다했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용기있는 판단으로 상식은 겨우 제자리를 잡았다. 권력기관의 오만에 대한 준엄한 펀치가 사법적 판단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항소심 결과는 ‘사필귀정’이지만, ‘만시지탄’인 측면도 존재한다. 항소심 판단까지 ‘시간의 정치’는 결코 민주주의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사이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았고,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더이상 제도적인 방식의 문제제기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고 했던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반면에 소신을 지키려 했던 검사들은 내쳐지고, 징계를 받아 좌천되기도 했다. 국회의 국정원개혁특위는 변죽만 울리다가 실효성 있는 개혁조처 없이 종료되었다. 게다가 대법원 판결 시점이 되면 논의의 생명력인 현재적 의미가 탈색되고, 결국 법원의 최종적 판결은 회고적 평가에 그칠 수도 있는 일이다.

 

초유의 헌법 유린 사태인 ‘국정원 댓글 사건’이 더이상 ‘만시지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대한 분노해야 한다.

권력기관의 오만에 대하여 주권자인 우리가 펀치를 날리기 위해서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안기부 지부장 등 기관장을 모아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하고자 했던 ‘초원복집 사건’의 주인공이 현재의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사실을.

비서실장이 교체될 경우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바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공직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며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축소하려 했던 현재의 법무장관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사회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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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황교안 법무부장관, 처지 옹색해졌지만…

 

 

원세훈에 선거법 적용 반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갈등
‘사초폐기’도 무죄판결 나왔지만
되레 박대통령 신뢰 두터워질듯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폐기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2012년 대선 개입 논란의 주인공인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은 법정구속되면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처지가 옹색해졌다. 자신있게 밀어붙인 ‘공안’ 사건들이 법원에서 연거푸 제동을 당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9일 법정구속된 원 전 원장은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수사받을 때 구속영장이 청구되지는 않았다.

공직선거법 위반행위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2013년 6월, 황 장관은 선거법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를 재가하지 않으면서 보름 이상 수사를 지체시켰다. 황 장관은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된 사안에서 “법률가로서의 양심”까지 거론하며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되 선거법은 적용하는 것으로 절충이 됐다. 하지만 실형 3년 선고에 따른 법정구속이라는 항소심 결과는 황 장관의 판단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도 편파 수사 논란이 일었다.

수사는 ‘대화록 폐기’와 ‘대화록 유출’ 두 갈래로 진행됐는데, 여당에 불리한 유출과 관련해 검찰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이를 정식재판에 회부해 검찰의 구형보다 2배 높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야당에 불리한 ‘폐기’와 관련해서는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고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6일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 부처 가운데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중요한 법무·검찰을 이끄는 황 장관이지만, 가치관이나 지향점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간첩 증거조작 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건 등과 관련해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을 때 황 장관의 행보는 청와대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쳤다.

 

이러한 논란에도 정치권에선 황 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을 ‘승리’로 이끈 ‘공’도 있다.

 

하지만 중요 사건들에서 자신과 검찰이 패착을 거듭함으로써 진퇴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원 전 원장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황 장관은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황 장관은 그간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등 관련 수사를 방해해왔는데, 이번 판결로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됐다”며, “황 장관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면서까지 수사를 방해한 이유를 명확하게 해명하고, 본인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환봉 하어영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