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던 정옥자(73) 서울대 명예교수가 “역사학계 90%를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그런 무식한 정치인이 과연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그 자격이 의심스럽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단 초청 재외동포정책 포럼에서 “우리나라 역사학자 90%를 좌파학자가 점령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 명예교수는 23일 <교통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하도 우스워서 말이 안 나온다. 정부에 적극 동의하지 않으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모양인데, 현 정권이 우파 전매특허 냈냐? 어떻게 역사학계 90%가 좌파냐.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가 그럴 수(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죠. 우리나라가 그런 사상(역사학자 90%가 좌파)의 자유까지도 어느 정도 허용하는 나라니까. 그런데 그런 무식한 정치인이 과연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그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정 명예교수는 “국정교과서가 올바른 교과서라는 그런 등식이 성립되는지 묻고 싶다”며, “검정이 소홀해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이미 벌써 다 고쳤는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정을 해야 올바른 교과서가 나온다는 그런 편협한 사고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동기 자체가 불순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지금 정치인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무식하고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역사학계를 난도질해가면서 강행을 하려고 하면, 역사학계가 바보냐”라며 “가만히 있다고 바보 취급을 하나본데, 그렇다면 우리도 그냥 있을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정 명예교수는 기존 교과서가 패배주의를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결국 학문이라는 게 일종의 자기반성이다. 특히 역사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런 전철은 우리가 밟지 말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게 역사니까, 그런 측면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극우처럼 무조건 ‘우리가 잘했다, 우리가 최고다’, 그런 식으로 아주 배타적인 쪽으로만 가면, 이거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정화 강행 배경에 대해 그는 “국정으로 하면 어떠한 사람들을 동원해서 마음대로 농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 미흡한 사람들이 나서니까 교과서 수준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그러면 기껏해야 그거 2년짜리다. 앞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좌든 우든 그 교과서 폐기처분할 거다, 아마 틀림없이”라고 단언했다.
정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어른들이 사심과 정치적인 의도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아이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역사학계를 좌파로 몰아가면서 역사학계를 함부로 농단하고,…이게 지금 할 일이 아니잖나. 정치판이 할 일이 아니잖나”라고 반문한 뒤 “지금 사회통합을 하는 게 대통령의 의무지, 갈등을 일으키는 게 대통령 할 일이 아니지 않나. 평지풍파에요, 왜 이렇게 국력을 소모하고 국비를 낭비하냐. 계속 이걸 강행한다면 이 일이 박근혜 정권 최대의 실책이 될 것”이라고 꾸짖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