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정부, 국정교과서 예비비 '함구령' 내려"
"비밀스러운 국정교과서 추진, 청문회-국정조사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기재부와 행자부, 교육부, 국사편찬위는 예비비 관련 일체의 내용을 함구 중이다. 어떤 자료제출도 거부하라는 내부지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정교과서 예비비 관련 언급을 기피하는 정부를 질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전하며 "내부 정보를 종합해 볼때 이번 예비비 승인은 정상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99% 심증을 가진다"고 불법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상적으로 예비비 편성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한 전주 차관 회의에서 안건이 논의됐어야하는데 이 사실조차 행자부는 답변을 피하고 있다"며 "설사 예비비 신청이 의결 하루 전인 12일 이뤄졌다고해도 예비비 실무작업은 최소 1주일이 걸려서 5일에는 시작됐어야한다. 황 장관은 그러나 8일 마지막 국감에서 '국정화 결정은 되지 않았다. 부분고시가 확정되는 11월 2일부터 절차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위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화 과정에서 이 일을 규명하기 위해 당장은 청문회 실시를 요구하고, 더 크게는 지난 1년간 국정화 추진에 어떤 비밀 작업이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11월 2일까지의 행정예고기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에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며 "예비비의 편성은 재난상황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긴급한 사유’에 한한다는 법 규정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국회의 예산심의권조차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국민의 정신을 지배할 수는 없다"며 "당장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고, 불법적인 예산 편성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정부여당과 청와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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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 저린 ‘편법 예비비’ 국정화 예산 처리
정부가 13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 44억원을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몰래 의결했다고 한다.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를 우회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인데, 교육의 기본인 교과서 편찬 작업을 이렇게 군사작전 하듯 비밀리에 졸속 추진해도 되는 건지 아연할 따름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얼마나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듯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예비비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재난으로 긴급하게 예산을 써야 할 경우, 정부가 먼저 예비비를 집행한 뒤, 국회엔 사후보고를 할 수 있게 규정했다.
즉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게 예비비의 목적이다.
그런 예비비를 교과서 편성 작업에 쓴다는 건, 위법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명백하게 편성 취지를 어기는 행위다. 이런 식으로 예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모든 정책 집행을 손쉽게 예비비로 먼저 하고 국회에는 나중에 보고하면 될 것이다.
정부도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명분을 대기가 궁색했는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교과서 편찬은 예측하지 못한 사안이었다. 또 제작에 15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11월엔 (편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 말대로라면 최근 들어 즉흥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했다는 건데,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기초인 교과서 편찬을 이렇게 졸속으로 해도 되는 건지 한심스럽다.
또한 역사교과서처럼 사회적 토론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을, 굳이 시한을 정해놓고 편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좀 더 시간을 갖고 추진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편찬 작업을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긴급한 재난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아무리 문제 있는 정책이라도 추진 과정만은 최소한의 절차와 정당성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정문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담을 넘어 들어가려는 건 도둑들이나 하는 짓이다.
국정교과서 추진에 드는 비용은 떳떳하게 교육 예산에 편성해서 국회의 심의를 받는 게 정도일 것이다.
물론 논란과 비판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포기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2015. 10. 2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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