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소 사건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 앞선 유죄 판결 두 건도 재심 기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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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발생 당일 무리한 음주단속에 항의하며 실갱이중인 박철씨와 경찰관. 적법한 업무냐는 항변에 경찰관은 반말과 고함으로 응대했다. 노란 티를 입은 사람은 박씨의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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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1일 낮 12시 39분. 한 통의 문자가 휴대폰으로 들어왔다. 많은 이들에게 공권력 남용 피해자로 알려진 충주 귀농 부부 남편 박철씨의 문자였다. 그래서 열어본 문자는 말 그대로 내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다."반장님. 예상보다 빠르게 대법 선고가 다음 주 목요일인 26일 오전 10시 20분, 2호 법정에서 열립니다. 무죄선고, 강한 예측. 즉시 씩씩하게 전화 드리겠습니다."지난 2009년 6월 27일 발생하여 무려 6년간에 걸친 형사 소송. 같은 사건으로 부부가 번갈아가며 세 번 기소되었고, 모두 합쳐 9번째 재판이 열리는 날. 경찰의 황당한 불심검문에 격분하여 항변한 죄로 먼저 남편이 기소되고, 그 남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내 남편은 경찰의 팔을 꺾지 않았다'는 증인이 위증이라며 또 부인이 기소된 사건. 그리하여 교육 공무원이었던 부인은 유죄 판결로 직위가 파면되었고 귀농의 꿈을 안고 내려간 충주에서 남편은 지독한 고통 한가운데에 있어야 했다. 지난 6년간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경찰, 검찰, 법원의 소환 우편물 앞에서 무슨 희망과 낙이 있었을까. 그런 공권력 남용에 의한 피해 사건으로 이 사건은 기록될 것이다. 청주지법 구창모 부장판사, 고맙다 |
▲ 2015년 8월 19일 세번째 기소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문. 박철씨에게 1심 유죄 선고가 파기된 후 무죄가 내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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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끔찍한 악몽에 희망의 도화선을 그어준 판사가 있었다. 같은 사건으로 다시 기소된 부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편이 "내 아내는 위증을 하지 않았다"며 증언한 것이 또 위증이라며 기소된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을 맡은 사람은 청주지법 제1형사부 구창모 부장판사였다. 이미 세 번째 기소의 1심 판결에서 위증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던 박철씨는 '죽어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어떤 심정으로 항소하신 것이냐고 하니 "희망은 없었지만 끝까지 가보겠다는 결심"이었다고 박철씨는 밝힌다."어떻게 그런 결심이 가능하냐?"며 되묻자 돌아온 답은 간결했다. "나는 경찰관의 팔을 꺾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재판에서는 졌지만 나는 당당했다. 그 진실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그 믿음에 화답한 이가 바로 구창모 부장판사였다. 구 판사는 치밀했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진실을 찾고자 노력했다. 기존의 유죄 의심을 버리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객관적으로 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내려진 판단.구 부장판사는 먼저 유일한 증거자료로 확보된 현장 동영상 촬영본을 국과수로 보냈다. 야밤에 촬영된 동영상을 '최대한 밝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자 보정을 통해 밝아진 화면서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 박철씨에게 팔이 꺾였다고 주장해온 경찰관이 몸을 비틀며 앞으로 수그리던 순간이었다.재판부는 박철씨에게 팔이 꺾였다는 경찰관이 상체를 숙이는 장면에서, 박철씨가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만약 경찰관의 주장처럼 박철씨가 팔을 꺾었다면, 응당 박철씨의 시선은 피해자를 바라봐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화질이 개선된 동영상 속에서 박철씨의 시선은 달랐다. 그 순간 피해자가 아닌 다른 경찰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팔을 꺾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
▲ 경찰이 팔 꺾인 시늉을 하고 있는 장면 |
ⓒ MBC 뉴스투데이 갈무리 | 관련사진보기 |
[ 고상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