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그때 그 사람들’로 미운털… ‘광해’ 흥행에 청 압박. 영화 <변호인>이 결정적 이유

道雨 2016. 11. 18. 11:50

 

 

 

‘그때 그 사람들’로 미운털… ‘광해’ ‘변호인’ 흥행에 청 압박나서

 

 

CJ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박
조원동 개인 일탈로 착각
녹음파일 청와대 보내며 일러
되레 심기 더 건드려

문체부 미적대자 공정위 내세워
고강도 조사로 32억원 과징금
검찰·국세청도 잇따라 손보기

 

 

 

 

씨제이(CJ)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감지한 건 2013년 7월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회장을 한 호텔로 불러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손 회장은 이를 이 부회장에게 알렸고, 이 부회장은 믿기 어려웠는지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확인해보라고 부탁한다.

조 수석과 손 회장의 통화는 이 부회장 방에서 스피커 폰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내용은 고스란히 녹음이 됐고 최근 들어 <엠비엔>(MBN)에 공개됐다.

 

씨제이에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한 건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게 정부와 씨제이 쪽의 공통된 의견이다.

2005년 개봉된 이 영화는 10·26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로, 박지만씨가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크게 반발했다.

씨제이는 이 영화의 배급을 맡았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그 뒤에도 씨제이가 투자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나 씨제이가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이 방영한 정치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건 정설이다.

 

그러나 2013년 말까지 청와대의 압박은 말로만 이뤄졌지 행동은 없었다. 그러니 씨제이도 크게 겁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는 조원동 수석이 괜히 ‘대통령의 뜻’을 입에 올리며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한 것으로 봤다. 그래서 녹음 파일을 청와대로 보내며 조 수석의 월권행위를 일러바친다. 그게 2014년 1~2월 무렵이다.

씨제이가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부당한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으러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부당한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으러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결정적인 건 씨제이가 투자사로 참여한 영화 <변호인>이었다. 2013년 12월 개봉된 이 영화는 한달여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청와대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 이 영화 이후로 청와대는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돌입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손을 보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이다.

 

 

문체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그때는 정확히 이유를 몰랐으나 요즘 들어 당시 일했던 사람들과 이리저리 퍼즐을 맞춰보니, 결국은 영화 <변호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한국의 밤’ 행사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경 부회장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고 한다. 씨제이로서는 매를 번 셈이다.

 

문체부가 미적거리자, ‘행동대장 역’은 공정거래위원회 쪽으로 넘어갔다.

물론 유진룡 장관을 비롯해 문체부의 고위 공무원들은 그 뒤 줄줄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씨제이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청와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청와대의 의지를 읽은 공정위는 2014년 4월부터 씨제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3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뿐만 아니라, 2014년에는 검찰과 국세청도 차례차례 씨제이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인다.

씨제이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들이닥치니 정신이 없었다. 윗분들이 ‘검찰에서 조사하는 것 말이야’라고 물어보면, ‘검찰에서 조사하는 게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 뭘 말씀하는 거죠?’라고 되물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이미경 부회장은 결국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2014년 9월 미국으로 떠났다. 아직 경영 일선에 복귀할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한다.

씨제이 관계자는 “씨제이와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은 <그때 그 사람들>로 시작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거쳐 <변호인>으로 끝난, 영화에서 시작해 영화로 끝난 역사”라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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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CJ 압박, 영화 <변호인>이 결정적 이유”

 

 

 

문체부 관계자들 증언 잇따라

 

김기춘, 모철민 교문수석 통해 문체부에 “손 좀 봐라” 주문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미경 부회장 퇴진 종용 전화
민정실, 자체조사 나섰다 덮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청와대가 씨제이(CJ)그룹을 압박한 결정적 이유는 영화 <변호인> 때문이었다
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넣은 조원동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당시 청와대 자체 조사가 이뤄졌으나, 조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진술해, 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겨레>가 문체부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씨제이그룹에 대한 청와대의 압력이 본격화한 것은 2014년 초부터다. 문체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2013년 중순부터 청와대에서 ‘씨제이 쪽을 조사해서 손을 좀 보라’는 주문이 문체부에 간간이 내려오기는 했으나, 2014년 초부터는 그 강도가 갑자기 높아졌다”며 “당시는 영화 <변호인>이 1000만명을 돌파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다시 살아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청와대의 지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지시해 문체부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1981년 9월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2013년 12월18일 개봉해 한국 영화로는 9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남겼다. 주인공 변호사의 모델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그러나 “문체부가 청와대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자, 그 과제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며 “문체부를 대신해 숙제를 떠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왜 우리가 덤터기를 써야 하느냐’며 문체부 쪽에 강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4월4일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씨제이 이앤엠(CJ E&M)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그해 12월 씨제이에 대해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했다.

씨제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를 나왔으나 크게 문제삼을 게 없자, 이 사안과 별 관계가 없는 영화진흥위원회까지 다그치는 등, 뭐라도 찾아내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조원동 수석이 이미경 씨제이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녹음 파일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조원동 수석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이 2014년 1~2월 무렵 청와대에 들어와, 민정 쪽에서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녹음 파일의 진위 여부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조 수석을 조사했는데, 조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말해, 더 이상 조사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수석에 대한 조사 결과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정식으로 보고를 올렸다”며 “보고 며칠 뒤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인 안봉근 비서관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그 사건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