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손댄 삼성 합병은 ‘정경유착 끝판왕’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삼성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겨레>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안 전 수석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지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삼성-최순실’로 연결되는 정경유착의 그림이 그려지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성사가 절실했던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최씨에게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했다.
최씨에게 직접 건넨 돈만 78억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건넨 16억원 등 모두 합치면 300억원에 이른다.
최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삼성 합병이 통과된 지난해 7월17일과,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7월24일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또 문 장관은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뒤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지부 관계자는 “삼성 합병 건에 대한 ‘보은 인사’로 안 전 수석이 힘을 발휘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시켜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고, 숙원 사업을 이룬 삼성은 그 보답으로 최씨에게 거액을 건넸으며, 이 과정에서 공을 세운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국민연금은 2200만명의 국민이 노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내는 보험료로 조성·운영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튼실히 불려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재벌 총수를 도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삼성은 29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삼성이 이런 얘기를 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선후가 뒤바뀌었다.
지금은 또 정경유착에 휘말린 데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할 때다. 정경유착의 악습을 단절할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놔야 한다.
[ 2016. 11. 3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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