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선 기획 '100인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에 대해 적어 기사로 보내주세요.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편집자말] |
▲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금강에 중장비가 밀고 들어오던 지난 2009년 말부터 나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에 모래톱을 준설하기 위해 중장비들이 줄지어 서 있다. | |
ⓒ 김종술 |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혼자 금강변을 걷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시작된 탄핵심판은 91일 만에 대통령 파면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강을 향해 "야~호~"라고 한 번 소리쳤다. 코를 타고 들어온 봄 내음이 온몸의 세포로 퍼졌다.
하지만 이제 4대강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한 고개를 넘었을 뿐이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이명박근혜 정권'의 한 축이 무너졌을 뿐이다.
이명박씨는 국민 세금 22조 원을 4대강에 수장시키며, 4대강에서 물고기를 떼죽음시키고, 녹조를 만든 주범이다. 박근혜씨 또한 4대강 사업을 사실상 묵인했으며 미완의 임기 4년 동안에는 4대강을 방치하며, '4대강의 죽음'을 모르쇠 했다.
4대강 사업은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 대운하사업을 이름만 바꾸어 시행한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이명박씨가 내세운 생태 살리기, 수자원 확보, 홍수 조절, 일자리 창출과 관광활성화에 의한 지역경제 살리기, 첨단의 물 통합관리, 그 어느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 국민 세금 22조 원을 그냥 날려버린 것이다.
오히려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물고기들이 죽고 있다. 해마다 짙어지는 '녹조라떼'는 이제 4대강의 대명사가 되었다.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에서도 독소를 내뿜는 남조류가 번성하고 있다. 4대강에 세운 16개의 댐으로 인해 정체된 수역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 이제는 그마저도 살지 못하고 산소 제로 지대인 하수구에서나 발견되는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만 들끓고 있다.
▲ 지난 2월 2공주보 상류 300m 지점 수상공연장 앞에서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속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올라왔다. | |
ⓒ 김종술 |
4대강 사업, 환경파괴하고 주민들의 삶도 망쳐
생명이 숨을 쉴 수 없는 곳에선 사람도 살 수 없다. 4대강 사업으로 인근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하천변에서 농사를 짓던 분들은 강에서 쫓겨났다. 그 대가로 보상을 받은 분들의 상당수는 대토를 구하지도 못했다. 그조차 보상금을 노리고 몰려든 도박꾼들과 꽃뱀들에게 탕진해서 가족이 풍비박산난 경우도 있다. 보상을 받은 분들과 받지 못한 분들 사이의 갈등으로 마을공동체도 해체되기도 했다.
강바닥에서 퍼 올린 모래와 자갈을 팔아 지역을 살리겠다는 이명박씨의 장밋빛 약속도 모래바람 속에 날리는 휴짓조각이 되어 버렸다. 바람만 불면 모래 적치장의 먼지가 마을을 덮쳤다. 생활하기 불편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피부병 등 건강 문제도 일으켰고, 적치장에서 흘러나온 오폐수 때문에 식수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먼지를 뒤집어쓴 농작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농단을 이은 박근혜 정부도 4대강 사업의 비리와 폐해를 덮는 데에만 급급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혀 내지 않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미봉책만 제시할 뿐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에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서부터 박근혜 정부 초까지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당시 감사결과를 기초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비리와 부정을 제대로 조사하여 책임자를 엄벌에 처했다면, 강도 살리고 죽은 강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과 어민들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그들은 터무니없는 녹조 대책을 내놓았다. 농사를 위해 물이 많이 필요한 봄에 간헐적으로 수문을 활짝 열어 지하수위를 가뭄 수준으로 낮추어 인위적인 가뭄을 겪게 하겠단다. 간헐적 수문 개방은 농사짓는 데 어려움을 가져올 뿐 녹조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없다. 연중 수문을 열어놓는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해 8월 녹조가 가득한 백제보 상류에 수자원공사는 조류제거선을 띄웠다. | |
ⓒ 김종술 |
탄핵은 '4대강 사업' 청산의 신호탄이다
4대강 사업의 토목공사를 하는 동안 최소한 22조 원의 세금을 쏟아부었고, 4대강 사업 이후 그 폐해를 감추려고 매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흔히들 국책 등에 의한 대규모 토목공사의 경우 사업비의 최소 15%가 비자금으로 빠져나간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일부이지만 그런 4대강 사업의 비자금 조성이 밝혀졌지만 형식적인 처벌에 그쳤다. 그래서 몸통을 숨기고 꼬리를 잘라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나는 이정미 헌재 소장 대행의 이 말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최대 적폐인 4대강 사업 청산의 신호탄으로 들렸다. 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기만한 사업이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서 드러난 민주적 절차도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조사도 두 달 만에 형식적으로 끝냈다.
▲ 지난해 8월 23일 오후 충남 부여 금강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서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강바닥의 토양을 채취해 살펴보고 있다. | |
ⓒ 이희훈 |
박근혜의 청와대와 재벌이 탄핵 반대 집회를 지원하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명박씨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때와 너무 닮아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한 교수들을 국정원이 사찰하고, 거짓 홍보자료를 만들어 국민을 속이기까지 했다. 80:20의 절대적인 박근혜 탄핵 찬성여론을 50:50의 양분된 여론인 양 홍보하듯이 '기레기 언론'을 동원해 70:30의 절대적인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을 희석시켰다.
민주절차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부정과 비리, 그리고 폐해를 덮는 일을 박근혜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가 이어간다면 국민들이 다시 광장에서 생고생을 하며 국정을 바로 잡는 불행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은 이런 역사의 죄악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동안 과거 정부에서 국민을 기만하며 사리사욕을 채운 역사의 죄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을 차기 대통령 후보는 명확하게 선언해야 한다.
그런 선언과 행동의 가장 큰 획 중 하나가 4대강 사업 청문회를 공약하는 일이다. 세금을 도적질한 박근혜씨도 문제이지만, 개인의 업적을 위해 세금을 허투루 낭비한 4대강 사업도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의 하나이다. 정권에 아첨하고 기생하며 훈·포장을 흥청망청 나눠 먹었던 언론과 학자들도 청산해야 한다.
이게 겨우내 광장에서 불을 밝힌 촛불의 명령이다.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은 그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이명박으로 옮겨 붙어야 한다. 전 세계를 전율케한 촛불 혁명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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