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국정원 특활비 40억 원을 가져와 썼다는 게 밝혀졌다. 지금 검찰은 그 돈을 박근혜가 무슨 용도로 썼는지를 밝힌다고 한다.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40억 원이 모두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5만 원권 지폐다. 그 행방을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이 특활비 용처를 굳이 다 밝힐 필요는 없다. 그렇게 안 해도 법원에서 뇌물죄 인정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왜? 뇌물죄에서 직무와 관련해 뇌물(돈) 받은 것만 밝히면 범죄증명은 끝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관련자들의 충분한 진술이 있고 정황증거가 있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검찰이 용처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시중의 의혹을 밝히는 것인데, 만일 그게 밝혀지면, 박근혜에 대한 법정 선고형량은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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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박근혜다. 이 뇌물죄가 보통 범죄가 아니다. 40억 원이면 특가법에 의해 형이 가중된다. 최저 형량이 징역 10년이다. 용처는 이제 박근혜가 밝힐 일이다. 그 돈을 전적으로 공적인 업무에 썼다면, 판사가 형을 선고할 때, 그 정상을 참작할 것이다.
박근혜는 이제 40억 원이 각종 성형시술 비용으로, 수백 벌의 의상비용으로, 최순실의 도피자금으로, 변호사 비용으로 쓰이지 않았고, 그것들은 그가 별도로 꼬불쳐 놓은 다른 비자금(단 그 돈이 불법적인 돈이어서는 안 됨, 만일 그런 돈이었다면, 또 다른 수사를 받을 것임)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박근혜에겐 상상력이 필요하다. 누가 들어도 대통령으로서 청와대에 배정된 특활비론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믿을만한 정도의 주장(도대체 그런 일이 무엇일까? 나로선 상상이 안 된다.)을 해야 한다.
이것은 고도의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평소 독서력이 부족한 그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더욱 그 증거까지 대야 한다. 물정 모르는 그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국선변호인에게 이런 상상력과 증거수집을 바랄 수도 없다.
그럼 박근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완전한 자복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정상참작의 여지마저 스스로 없애는 일이다. 잘못했음을 완벽하게 시인하고 선처를 눈물로 호소하는 일이다. 그것뿐이다.
사족: 10만 원권 지폐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부터 나는 결사코 반대했다. 이번에 그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만일 10만 원권 만들었다면 박근혜가 국정원으로부터 가져간 돈이 40억 원이 아니고 80억 원이 되었을지 모른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