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발언 파장, 그간 무슨 일 있었나
윤미향-최용상 공방... 정의기억연대 "우리가 한 일 수많은 사람이 알아"
▲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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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7일 대구시 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라면서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을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당시 10억 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대표만 알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라는 말도 했다.
기자회견의 파장은 컸다. 정의기억연대는 발칵 뒤집어졌고,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한 윤미향씨는 해명 겸 반박글을 올렸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는 정의기억연대를 향해 할머니의 말을 들으라고 재반박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봤다.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10억 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걸 대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은 8일 오전 자신의 SNS에 이용수 할머니의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늘(7일) 오전에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며,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 (2015년 12월 28일) 당일 이용수 할머니는 일찌감치 사무실로 와서 저와 변호사 등과 함께 TV로 한일합의 발표를 봤고, 끝나자마자 같이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라고 하셔서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실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12.28 한일합의를 발표했을 당시, 이용수 할머니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본은 공식 사죄와 함께 (단순보상이 아니라)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한일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날 임성남 외교부차관이 마포 연남동 쉼터를 방문할 때도 현장에 있던 이 할머니는 "(임성남 차관을 향해) 당신 누구예요? 뭣 하는 사람이에요? 해결했어요? 해결했다고 보고하러 왔어요? 왜 우리 두 번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녜요. 모른다고. 나이 많아서 모른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뭣하는 거예요? 어디 외교통상부예요?"라고 호통쳤다.
이 할머니의 발언은 크게 회자돼, 12.28 한일합의의 부당함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 8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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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집회와 성금
이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을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며 "성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의기억연대는 "부족한 지점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라면서도, 이 할머니에게 1억 원을 준 영수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정의연이 공개한 내역에는 이 할머니에게 1992년 생활지원금으로 100만 원, 2017년 1억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는 영수증이 포함됐다.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운동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라며 "11일에 기자회견 하려고 한다. 묻고 싶은 거 다 물어라. 대답 다 해주겠다"라고 말했다.
수요집회와 성금에 대한 이용수 할머니의 변화는 다소 극적이다. 지난 1월 8일 28주년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당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당시 이 할머니는 연단에 올라 주먹을 불끈 쥐며 "200살까지 살아서 사죄를 받아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세계 평화를 위해 일본은 우리 '위안부' 역사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에 협조해라. 정부는 한·일 합의로 받은 10억엔 전액을 이번 3.1절 전까지 일본에 반환해라"라고 요구했다.
▲ 강제징용피해자를 위해 활동해 온 "가자!평화인권당"의 최용상 비례대표 후보(앞줄 왼쪽 세번째) 등이 2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시민당사 로비에서 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배제 결정에 반발하며 항의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0.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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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최용상 만난 후부터"... 최용상 "나와 관계없다"
윤 당선인은 YTN과 한 통화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비판한 데 대해 "지난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공동대표를 만난 후부터 이 할머니의 생각이 바뀐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최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심경 변화는 나 때문이 아니"라면서 "윤미향씨가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돼 등록되는 과정에서 대화를 하다 발생한 일이다. 나와는 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정대협이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의 한마디 한마디를 진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 "할머니 말을 듣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할머니 생각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잘 인지해, 진정성 있게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 이사인 최 대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 및 희생자 관련 사업을 하면서 이용수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3월 23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배제된 뒤에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행태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보다 더 나쁜 짓"이라며 "민주당이 강제징용을 말한다면 그 입을 찢어버릴 것"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 비난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정의기억연대를 지켜보고 대응할 것은 대응할 것"이라면서 "다음 주쯤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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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영수증 공개 "피해자 지원 등에 돈 사용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부금 사용 지적에 해명... "섭섭함 이해, 할머니 말씀 악용되지 않길"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은 정의연이 2003년 개소해 운영 중인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해 전국에 거주하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 모인 100만 시민모금 기금은, 2015년 말 끝까지 일본정부의 위로금 수령을 반대하며 싸워주셨던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8명에게 개인당 1억 원씩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됐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8일 정오께 낸 입장문 내용이다.
전날(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수요집회) 돈 걷어서 뭘 하나, 하나도 쓴 게 없다"라는 등, 성금·기부금 사용의 불투명성을 지적하자, 입장을 내놓은 것.
정의연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만든 30년 역사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에, 잘못 전달됐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에 입장을 밝히려 한다"라고 밝혔다.
정의연 홈페이지는 8일 오후 현재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의연은 이에 "오후 중 홈페이지를 복구하겠다"라며, 입장문에 덧붙여 국세청 정의연 회계자료 열람 방법, 1992년·1993년·2017년 등 이용수 할머니가 지장·도장 등을 찍은 뒤 수령한 영수증·이체증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다만 이들은 '입장문 발표가 이용수 할머니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측이 8일 정오께 입장문을 낸 뒤 "할머니의 서운함을 이해한다"면서도 "잘못 전달됐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에 입장을 밝힌다"라고 썼다. 정의연 페이스북 갈무리 | |
ⓒ 정의연 페이스북 화면갈무리 |
정의연 "할머니 섭섭함 이해하나...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
이들은 입장문 서두에서 "(논란을) 지켜보며 상처받았을 지지·연대자분들께 사과드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꿈꾸는 정의연의 모든 활동은, 김학순·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 당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전제한 뒤, 자세한 사실관계를 서술했다.
정의연이 "사용 내역은 정기적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 절차로 공개되고 있다"라며, 기술한 성금·기부금 사용처는 크게 세 가지 정도였다.
▲전국 거주 피해자 지원쉼터 운영, 피해자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 제공 등 재정·의료 지원 ▲국제인권대회 참여를 비롯해 UN(국제연합) 등 국제사회 인식 제고, 국제연대 등 피해자 인권회복 운동 사용 ▲ 1992년 1월 8일 시작돼 29년 차를 맞이한 수요시위 운영, 일본정부 측 법적배상 이행을 위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지원, 역사왜곡 정정을 위한 대응 콘텐츠 제작·홍보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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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은 특히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씨(전 이사장)는 위안부 문제부터 해결해야지,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해결해놓고 가야 한다"라고 한 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정의연은 "29년간 때로는 동지로, 딸로 함께해왔던 윤 전 대표가, 지난 3월 대표직을 사임하고 비례대표 의원으로 출마하게 됐을 때, 할머니께서는 축하하면서도 당연히 가족을 떠나보내는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충분히 이해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정의연 활동가들은 언제나 할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90대 고령에도 수요시위에 함께하며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200살까지 살면서 싸우겠다고 했던 이용수 할머니의 당당함을 기억한다"라며 "그렇기에 할머니 말씀이, 그간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피해자들 명예와 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는 데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정의연은 입장문 말미에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과 정의연이 지난 30년간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맺어온 관계는, 혈연가족을 넘어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라며 "이번 일을 (통해) 정의연 활동에서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 피해자들 인권과 명예가 회복되게 노력하면서, 향후 질책·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정의연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앞서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비판에 대해,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렸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가 "10억 엔이 들어오는 걸 피해자들은 몰랐고, 그 대표(윤미향)만 알고 있었다"라고 한 데 대해 "할머니와 통화해보니 할머니 기억이 달라져 있었다"라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 이용수 할머니측 비판에 윤미향 "할머니 기억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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