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걸린다더니... 단 3일만에 쌍용천 뒤덮은 초록물의 의미
[최병성 리포트] 서강변 매립장 건설은 안된다는 사실 스스로 입증한 쌍용의 실험
▲ 절벽 틈새에서 초록색 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최병성
절벽 아래 바위 틈에서 초록색 물이 펑펑 솟아 나오고 있다. 주변 하천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다. 4대강의 녹조가 아니다. 4대강의 녹조는 강물이 흐르지 않아 생긴다. 그러나 이곳은 두꺼운 얼음 밑으로 초록 물이 계속 흐르며 쌍용천을 점점 더 초록으로 바꾸고 있다. 눈이 내리고 얼음 꽁꽁 어는 겨울 쌍용천에 갑자기 나타난 초록색 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 초록으로 물든 쌍용천 ⓒ 최병성
쌍용양회는 쌍용천 바로 옆 자신들이 60년간 석회석을 채굴하던 곳에 축구장 35개 크기의 국내 3번째 규모의 매립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매립장 예정지 지하에 동공(텅 빈 굴)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지난 12일 초록색 형광물질인 우라닌(Uranine)을 부었다. 그런데 안전을 확신한 쌍용의 기대와 달리, 매립장 예정지 지하에 뻥 뚫린 동공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마시던 샘으로 우라닌이 흘러나온 것이다. 쌍용천이 물들기 시작한 건 15일부터다.
문제는 초록 물이 쌍용천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 2.5km 떨어진 곳에 서강이 있다. 쌍용천은 흘러 서강으로 유입된다. 16일 쌍용천과 서강이 만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나였다. 쌍용이 부은 초록색 형광물질이 이미 쌍용천을 지나 서강을 시퍼렇게 물들인 상태였다. 두꺼운 얼음 밑으로 초록으로 물든 서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강은 영월 읍내에서 동강과 만나 남한강이 된다. 남한강은 다시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서강은 주변 주민들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2000만 시민의 식수원이다. 쌍용양회가 수도권 시민의 식수를 위협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쌍용천을 타고 흘러내린 초록색 형광물질이 서강을 초록으로 오염시켰다. ⓒ 최병성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 12일 형광물질 투하... 15일부터 물들기 시작, 삽시간에 서강까지
폐기물은 늘어나는데 매립장은 부족하다. 그 결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쌍용양회가 석회석 폐광산을 복구하기보다 매립장을 만들려 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60년간 파먹은 폐광이니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다. 엄청난 쓰레기를 갖다 부을 수 있으니 매립장 허가만 받으면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쌍용양회는 환경영향평가서에 '차수시설 미설치시 침출수 누출 발생 15년 경과 후에는 쌍용천까지 유입'이라고 했다. 또 차수시설을 한 후에 '오염 확산 범위는 오염 발생 10년 후 384.5~386m까지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매립 시설 외부로 오염 물질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이곳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부지로 적지라고 했다. (* 차수시설: 수분 침투와 침출수의 외부 유출을 막는 시설)
▲ 침출수가 쌍용천까지 15년 걸린다고 했으나 단 3일만에 하천을 물들였다. ⓒ 쌍용양회
그러나 침출수가 15년이나 걸려야 쌍용천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동공을 확인하려고 부은 초록 형광물질이 단 3일만에 쌍용천을 뒤덮어 버렸다.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였던 것이었다.
쌍용양회는 지질 조사 결과 매립장 예정지 아래 동공이 없으며, 침출수 유출이 되더라도 15년이 걸릴 만큼 확산 속도가 느려 안정된 곳이라며 매립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쌍용양회의 주장과 달리 매립장 아래엔 구멍이 뻥 뚫린 동공들이 있으며, 쌍용천까지 단 3일에 도달할 만큼 확산 속도가 빠른 곳임이 증명됐다. 결국 매립장을 지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 지역임이 확인된 것이다.
▲ 쌍용매립장 예정지(사진 위)와 초록물이 흘러나온 쌍용천 현장(사진 아래 동그라미) ⓒ 최병성
쌍용은 왜 이런 실험을 했나
필자는 지난 2020년 8월 11일 기사(영월 서강의 위기... 수도권 식수 위협하는 산업쓰레기매립장 http://omn.kr/1rfdj)에서 쌍용양회 매립장이 안 되는 이유를 지적했다.
지난해 54일간 장맛비가 내렸다. 장마 기간이던 8월 4일 잠시 비가 멈춘 틈에 드론을 올려 매립장 예정지를 살펴보았다. 빗물로 가득했다. 한쪽 벽에서는 주변에서 스며든 물이 펑펑 쏟아져 들어왔다. 가득한 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렇게 많은 물이 그대로 고여 있다니 쌍용양회가 매립장을 해도 될 만큼 안정된 곳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되었다.
8월 12일 다시 드론을 올렸다. 지난 일주일간 쏟아지는 폭우의 양은 줄었지만 비가 그친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벽에 뚫린 구멍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도 1주일 전보다 수위가 훨씬 낮아져 있었다. 일주일간 비가 내렸으니 하늘로 증발해 물이 줄어들 수는 없었다. 그 많은 빗물이 지하로 새 나간 것을 확신했다.
8월 21일 또 현장을 찾아 드론을 올렸다. 믿기지 않았다. 그 많던 물이 다 빠져나갔다. 바닥에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 그 많던 빗물이단 며칠 만에 모두 지하로 새나갔다. 이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지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최병성
지하에 얼마나 큰 동공들이 뚫려 있기에 그 많은 빗물이 다 사라졌던 말인가? 웅덩이에 고인 물은 하늘에서 쏟아진 빗물만이 아니었다. 마치 대형 모터로 물을 끌어오듯 매립장 예정지 밖 빗물도 벽에 뚫린 구멍으로 펑펑 쏟아져 들어왔다. 그 엄청난 물이 단 며칠 만에 다 사라졌다.
이번에 쌍용이 동공 조사를 한 이유는 필자가 찍은 빗물이 새나간 이 드론 사진을 반박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하지만 매립장의 안전성을 입증하려고 우라닌을 부었다가, 지하 공동의 존재를 스스로 입증한 상황이 됐다.
자승자박... 법원도 이미 '석회 광산에 매립장 안돼'
쌍용양회의 '쌍용'이란 이름은 이 지역 마을명인 '쌍용리'에서 따온 것이다. 이 마을엔 쌍용굴이라는 커다란 수직굴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매립장 예정지다. 쌍용은 그 쌍용굴을 60년간 발파했고 여기서 얻은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만들었다.
물에 잘 녹는 석회암 지역은 지하에 동공이 발달한다. 심지어 이곳은 발파로 지하에 암반 균열이 심각하게 일어난 곳이다.
지난 2014년 11월 6일 청주지방법원은 석회암 폐광산에 매립장을 지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A사는 단양군에 매립장 허가를 신청했다. 단양군은 침출수 위험을 들어 불허했다. 그러자 A사는 ▲ 시추 조사, 시추공 영상촬영, 지하수 조사로 지반의 안전성을 조사했으며 ▲ 침출수 발생을 근원적으로 막고자 매립장 전체를 에어돔(air dome)으로 씌울 예정이며 ▲ 바닥엔 3중의 차수 시설을 하고 ▲ 그런데도 발생하는 침출수는 외부로 배출해 침출수 유출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완벽한 매립장을 만들 예정이라며 단양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 이곳이 석회암의 특성상 수직 절리 또는 균열이 발달하여 싱크홀이 발생하는 지역이며 ▲ A사가 과학적인 지반 조사를 했다 할지라도, 석회암의 특성상 현재 상태가 앞으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폐기물 매립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으며 ▲ 외국에서도 카르스트 지형에 매립장을 짓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며 단양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또 지난 2019년 10월 16일 대구지방환경청은 B사가 문경시에 건설하려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대하여 ▲ 석회암 지역으로 침출수 유출시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있고 ▲ 과거 석회석 채굴을 위한 발파로 암반 균열 위험이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서 자체를 부동의해 사업을 백지화했다.
쌍용양회 30년사를 보면, 이곳을 발파해 왔다는 사실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매립장을 지으려는 곳 바로 옆에는 쌍용의 또 다른 석회석 광산이 있다. 여기서 매일 발파가 이뤄지고 있다.
▲ 매립장 예정지는 60년간 석회석을 채굴하기 위해 수없이 발파한 곳으로 지하에 암반 균열 위험이 높은 곳이다. ⓒ 쌍용양회 30년사
쌍용양회가 직접 실시한 동공 조사에서, 단 3일 만에 침출수가 서강으로 유입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쌍용양회는 스스로 이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잘못된 사업을 고집하며 더 이상 부스러기 돈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제 쌍용양회의 서강변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설은 물거품이 된 것과 다름없다. 20년 전에도 서강변에 건설하려던 영월군 생활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막아 서강을 지켜낸 적이 있었다. 20년이 지난 오늘 또 다시 서강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다.
▲ 생태보고인 서강은 보존돼야 한다. ⓒ 최병성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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