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4대강- MB운하, 낙동강의 재앙
낙동강은 MB운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3년 5개월이 지났지만, 4대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4대강사업 예산의 52%를 투입해 가장 크게 변화된, 결과적으로 가장 크게 망가진 강인 낙동강은, 보를 개방하는 것조차 진척이 없다.
일부 농민의 반발과 경북 지자체들의 반대, 정부의 의지 박약이 합쳐져 시간만 흐르고 있다. 정부는 낙동강의 보를 개방해서 수질이 좋아지는지 평가를 해야 보를 해체할 것인지, 둘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고 해왔는데, 경북 지자체의 반대로 보 개방을 못하니 계속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뉴스타파는 4대강사업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낙동강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몇 달 간 취재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수심 6미터 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간곡히 건의했지만 MB가 강행했다”
낙동강은 사실상 MB의 운하라는 것이 본질이다. 2018년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운하를 염두에 두고 낙동강 수심 6미터를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고, 보수언론들과 야당은 정권따라 감사 결과가 바뀐다고 폄하했다.
▶ MB는 4대강 대운하 사업이 국민의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낙동강의 경우 수심6미터를 지시한 것으로 감사원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책임자들을 조사한 뒤 나왔다. 취재진은 감사보고서에 E단장이라고 표현된 사람을 찾았다. 그는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뉴스타파에 “감사보고서에 나온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그는 2009년 4대강사업의 계획을 수립할 당시 청와대가 대운하 안인 수심 6미터를 주장했고, 국토해양부는 낙동강에서 수심 2.5-3미터 안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수송할 화물이 없기 때문에 대운하는 안된다”고 했다면서 “당시 추진했던 사람들이 배 통행을 위해 수심 6미터를 주장했는데,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김희국 의원 “준설과 보 설치로는 수자원 확보 어렵다고 보고했으나 정종환 장관이 묵살”
김 의원은 당시 준설과 보 설치로는 수자원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를 정종환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대통령에게 보고하냐”고 했다고 감사원에 증언했다. 김 의원은 뉴스타파에 “수자원확보를 하려면 댐을 만드는 게 맞다. 홍수가 오면 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내야 하는 보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이 말은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수자원 확보나 홍수조절 효용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댐은 거대한 공간에 들어오는 물을 담아 놓음으로써 하류의 홍수를 방지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보는 홍수가 오면 무조건 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내야 한다. 수문을 닫으면 위로 넘쳐서 홍수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는 홍수 때는 다리와 비슷해진다. 다리가 홍수를 조절할 리 없다.
죽음의 강 만드는 4대강 보
낙동강은 8개의 보가 생긴 뒤 저수지처럼 물흐름이 느려졌다. 저수지에 피는 연꽃이 피기시작했고, ‘블루길’이 저수지에서 내려와 낙동강 전역에 퍼졌다. 녹조가 창궐했고 흐르는 낙동강에 살던 물고기들은 절멸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낙동강의 어종이 사업 전 25종에서 14종으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개체수는 6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 낙동강에는 유속이 느려지면서 저수지에 서식하는 연꽃이 피기 시작했고 여울마자,흰수마자 같은 멸종위기 동물이 사라지고 블루길이 전역에 퍼졌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는 녹조 독성을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2015년 4대강의 녹조 독성을 조사했는데, 낙동강 달성선착장에서는 456마이크로그램/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도의 농도면 다른 나라에서는 수돗물로 정수하지 않는다”고 했다. 녹조의 독소는 수중생물에 축적되고 농작물에도 축적된다고 했다.
보를 항상 열어둬야 녹조가 안 생긴다
그는 또한 “녹조는 수온이 15도일 때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에 보를 개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녹조가 이미 생긴 여름에 보를 개방하는 것은 녹조를 하류로 내려보내는 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녹조가 생긴 뒤 하류로 보내면, 결국 해양생태계에 축적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보를 열었다 닫았다 하기보다 항상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 개방을 반대하는 경북 지자체들
낙동강 보 개방이 안되는 이유는 경북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보 개방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보를 개방하려면 낙동강 물을 쓰는 취수장과 양수장의 취수구를 밑으로 내리는 공사를 해야 하는데 지자체가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녹조는 물보다 가벼워서 물 위로 뜨는데, 취수구가 물 표면 가까이 있으면 녹조를 그대로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니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역주민의 수돗물 안전을 위해서나 농작물 안전을 위해서나 취수구를 아래로 내리는 것이 좋다. 그런데도 경북 지자체들은 극구 공사를 못하겠다고 버티는 중이고, 환경부는 강제수단이 없다며 속수무책이다.
▶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2018년 촬영)
특히 달성군은 관내에 3개의 보가 있는데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달성군과 경북 지자체들의 보 개방 반대는 해당 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하류지역인 부산과 경남 주민들의 안전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낙동강은 특정 지자체의 것이 아니다. 수백만 명이 식수원으로 쓰는 곳이다.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상류는 보를 완전개방하면 지하수에 문제가 생긴다.
낙동강 상류(상주-구미 구간)는 km당 2백만 입방미터의 준설을 했다. 금강보다 km당 준설량이 5.7배나 많다. 모래톱 사이로 얕은 강이 흐르던 곳에 배가 다닐 수로를 뚫느라고 강을 너무 많이 팠다. 따라서 강바닥이 4대강사업 이전보다 5미터 이상 낮아졌고, 보를 완전히 개방하면 수위가 4대강사업 이전보다 5미터 이상 내려가게 된다. 강의 수위가 내려가면 주변 지하수의 수위도 내려간다. 환경부의 의뢰로 낙동강 지역 지하수 조사를 한 구민호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낙동강 상류지역의 경우 보를 완전개방하면 지하수를 못 쓰는 곳도 꽤 생긴다'고 했다.
▶낙동강은 대규모 준설로 수심이 깊어져 보를 개방하면 수위가 4대강 사업 이전보다도 내려가게 되고 지하수 수위도 낮아져 지역 농민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강바닥을 준설 이전 수준으로 복원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강을 복원할 총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환경부는 “농민들에게 생기는 지하수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역행침식이 생길 가능성이다. 보를 개방해서 낙동강 본류의 수위가 내려가면, 본류로 들어오는 지류의 수위와 낙차가 생기고, 물흐름이 빨라져 지류 강바닥이 파이는 등 여러가지 부정적인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문재인정부에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을 복원할 총체적인 계획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에 여러 부처가 파견돼 4대강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환경부의 일개 국인 4대강조사평가단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4대강조사평가단에 주어진 임무는 보를 개방하는 것이지 강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강바닥을 복원하는 문제는 아직 국토교통부 하천계획과가 담당하는 업무다.
MB의 운하, 이제는 극복해야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하사업이었다. 4대강을 운하로 활용하겠다고 하지 않는 한, 4대강의 보, 그리고 깊이 파인 강바닥은 아무 효용이 없고, 피해만 생길 뿐이다. 4대강사업을 할 때 마스터플랜부터 만들었듯이 복원에도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니터링은 충분했다. 이제 계획을 세우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차근차근 강을 복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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