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형님 봐주기' 사실이었건만... 윤우진 기소, 윤석열은 불기소
검찰, 6년 10개월 만에 과거 판단 뒤집어... 윤의 '직권남용' 등 혐의는 "공소시효 지났다"
▲ 세무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업가에게서 뒷돈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12월 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빠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팀은 거기서 멈췄다. 당시 봐주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같은 날 공소시효 도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은 탓에, 윤석열 후보의 영향력 행사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진 것이다.
경찰은 2012년 윤우진 전 서장이 성동세무서장이던 2010~2011년 육류도매업자 김씨로부터 현금, 갈비세트, 골프비용 대납 등의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골프비용 대납을 확인하기 위해, 2012년 일곱 차례에 걸쳐 인천의 한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가운데 여섯 차례를 기각했다.
결국 이날 검찰 수사팀은 "이번 재수사를 통해, 종전에 불기소 처분했던 피의사실 중 대부분의 혐의를 밝혀 기소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당시 봐주기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 또한 공소시효에 발목을 잡혔다. 검찰 수사팀은 2012년 검찰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일곱 차례 중 여섯 차례 기각하는 등, 경찰 수사를 방해해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를 받은 윤석열 후보(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윤대진 검사장(대검찰청 중수2과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도과에 따른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윤우진 전 서장 사건은 검찰이 스스로 정의를 세우기는커녕 이를 훼손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네가 윤우진 만나봐라" 했던 윤석열, 줄줄이 불기소... 왜?
검찰, 변호사법 위반 등 공소시효 이유로 재판 못 넘겨... 윤우진 뇌물 혐의만 추가 기소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윤우진 전 세무서장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수사 무마 의혹은 재판에서 밝힐 수 없게 됐다. 검찰이 29일 공소시효를 넘겼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과 함께 수사 무마 의혹에 연루됐던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또한 불기소 처분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강범구)는 이날 "윤 전 검찰총장 등이 윤우진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고, 인사청문회 및 국정감사에서 허위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허위 증언을 했다는 내용의 고발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변호사)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 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 번 만나봐라'."
윤 후보자를 둘러싼 윤우진 수사무마 의혹과 변호사법 위반 논란의 시발점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마무리께 터진, <뉴스타파> 취재진과 윤 후보자의 2012년 12월 통화 내용이었다. 줄곧 자신의 측근인 윤대진 당시 대검중수2과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을 위해 그의 형 윤우진에 후배 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한 바 없다고 부인해 온 윤 후보자의 주장에 금을 낸 내용이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윤 후보를 기소하지 못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할 당시 이미 각각의 공소시효가 도과되어, 공소권 없음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시기는 2012년으로, 변호사법 위반 공소시효 5년을 이미 넘긴 상태라는 이유다.
윤우진도 "윤석열이 소개했다" 했는데...
윤 전 서장 변호사 소개 사건과 관련, 검찰총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소개해 준 적 없다'고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건은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검찰은 "인사청문회 관련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는 공직 후보자 자격으로 제출한 것일 뿐, 중앙지검장 직무와 관련해 작성된 공문서라 볼 수 없어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말했다.
당시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 소속인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권 진영이었다. 김 의원은 특히 청문회 현장에서 윤 후보자의 통화 음성을 들려주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논란을 고발한 주체 또한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었다.
이후 윤 전 서장은 지난해 12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이남석(변호사)이 문자가 와서, 윤석열 선배가 보냈습니다, 만나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난 걸로 그렇게 기억은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뿐 아니라, 윤 전 서장 사건 수사무마 의혹 또한 공소시효를 넘겼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윤 후보자가 대검 중수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하던 당시, 윤 전 서장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경찰의 영장 신청이 총 6번 기각된 사실 때문에 '봐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인사청문회 현장에서 "영장이 여섯 번이나 기각되는 등 아주 기형적으로 처리"됐다면서 의혹을 증폭시킨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윤 전 서장의 또 다른 뇌물 수수 혐의를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세무사로부터 1억 6천만 원, 2011년 11월 육류업자로부터 세무업무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4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이다. 뇌물을 준 공여자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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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진 수사 무마’ 의혹, 이제 와 “공소시효 지났다”는 검찰
검찰이 육류업자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29일 기소했다. 범죄 행위가 일어난 지 10년 만이고, 경찰 수사를 받은 지 9년 만이다.
그러나 같은 날, 이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서장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주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그의 측근이자 윤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봐주기 수사를 하지만 않았어도 오래전 사법적 판단이 끝났을 공직자 뇌물 사건을 이제야 기소하면서, 그 과정에 개입된 의혹을 받아온 이들을 공소시효를 들어 무혐의 처분한 것은, 법리를 떠나 기가 막힐 따름이다.
윤 전 서장은 2011~2012년 한 육류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골프 접대와 법인카드 사용 등 4300만원을 받고, 2004~2012년에는 한 세무사로부터 세무 업무 관련 각종 편의 제공 등을 대가로 1억6천만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육류업자 뇌물 사건의 경우, 2012년 경찰이 수사에 나서 윤 전 서장의 골프장 출입 기록 등을 확인하기 위해 7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6차례나 영장을 반려했다.
윤 전 서장은 그해 8월 국외로 도피했다가 이듬해 4월 타이에서 붙잡혀 송환됐지만,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다시 풀려났다. 그 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18개월을 끌다가 무혐의 처분했다.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2019년 7월 윤 후보의 검찰총장 청문회 과정에서 재조명됐다. 윤 후보가 경찰 수사 당시 윤 전 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후배 변호사를 소개해준 의혹을 부인하다, 이를 뒤집는 육성 녹음을 <뉴스타파>가 공개한 것이다.
청문회 뒤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재수사가 시작됐으나, 검찰은 시간을 끌었고, 결국 윤 후보의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
검찰은 윤 후보의 청문회 답변서가 허위였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피한 채, 공직 후보자 자격으로 낸 국회 답변서는 공문서가 아니라고 무혐의 처분했다. 윤 후보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는 점에서 형식논리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벌인 재수사에서도 검찰은 자기 조직의 잘못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두말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 2021. 12. 30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25295.html#csidxf876058296a9d2d9800f2655cb25d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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