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펀드' 아닌 '익성펀드' 였다…코링크PE 범죄의 '공범들'
[조국 사태의 재구성] 10. 판결로 확인된 코링크PE 범죄의 ‘공범’, 익성
조범동 1, 2심 판결에 명시된 “공범들”, 익성 일당
기소되지 않은 익성 일당을 “공범”으로 명시한 이유
코링크PE ‘레드펀드’, 익성 자금을 일당이 직접 운용
‘조범동은 코링크PE 의사결정권자’, 익성 일당 지위는?
앞서 살펴봤듯이, ‘조국 사태’에서 당초 검찰 수사의 초점은 ‘사모펀드’ 수사였다. 이 사모펀드 관련으로 검찰과 언론은 갖은 혐의들을 거론하며 마치 확정된 팩트인 양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종 결론인 법원 판결문의 문턱을 넘은 혐의는 단 하나도 없어 ‘전면 무혐의’, ‘전면 무죄’였다.
그런데, 코링크PE에서 사모펀드 관련 범죄가 아예 없었느냐 하면, 전혀 아니다. 수많은 관련 정황상 검찰의 사모펀드 수사는 처음부터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막고 또 끌어내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지만, ‘오비이락’으로 실제 코링크PE에는 사모펀드 관련의 여러 금융 범죄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범죄들 중 상당수가 조범동에 대한 별도의 재판에서 사실로 밝혀졌고, 조범동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조범동 재판에서 확인된 코링크PE 범죄들의 범인은 조범동만이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조범동 재판에서 조범동 이외의 “공범들”이 추가로 드러났고, 더욱이 이 조범동 이외의 공범들이 주범인 정황들도 우수수 쏟아졌다.
조범동 1, 2심 판결에 명시된 “공범들”, 익성 일당
아래는 조범동의 1심 재판을 맡았던 소병석 재판부가 피고인 조범동에 대한 양형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조범동과 별도의 “공범들”에 대한 판단을 가장 요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2) 유리한 사정 이 사건 각 횡령ㆍ배임범행으로 취득한 이득 중 일부가 차입금 변제에 사용되거나 공범에게 귀속되는 등 범행이득 전부가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귀속되지는 않은 점, 이 사건 횡령ㆍ배임범행 중에는 이봉직, 이창권 등 공범들과의 범행이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는 피고인의 가담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한 범행들도 있는 점, |
보다시피, 조범동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는 “이봉직, 이창권 등”을 “공범들”이라고 적시하고 있고, 범죄 수익 중 일부가 이 공범들에게 넘어갔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조범동이 단독 기소된 재판에서 뜬금 없이 튀어나와버린 “이봉직, 이창권”은 자동차 흡음재 제조회사인 “익성”의 대표이사 회장과 부사장이다.
더욱이 이런 조범동 1심의 판단은 2심 판결(구자헌 재판부)에서 철회되거나 부인되기는커녕, 1심과 같은 판단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 유리한 사정 (전략)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들은 전체적으로 익성의 신규 사업인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WFM을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그 중 이봉직의 요청에 따라 허위 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익성 자금 10억 원을 횡령한 범행, WFM 인수과정에서 익성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변제하는 과정에서 김ㅇㅇ의 특허를 담보로 WFM 자금 13억 원을 횡령한 범행, IFM에 대한 대여 명목으로 WFM 자금 7억 원을 횡령한 범행, 음극재 설비대금 과다계상에 의하여 WFM 자금 10억 원과 3억 원을 각 횡령한 범행 등은 사실상 그 대부분의 이익이 익성, 이봉직, 이창권 등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횡령·배임범행으로 취득한 이득 중 일부가 차입금 변제에 사용되거나 공범에게 귀속되는 등 범행이득 전부가 피고인에게 귀속되지는 않았다. 피고인이 이FF, 이동근 등 공범들과 함께 저지른 횡령·배임범행 중에는 피고인의 가담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행들도 포함되어 있다. |
보다시피, 2심의 판단은 “이득 중 일부”가 공범에게 귀속되었다던 1심의 판단에서 더 나아가, “그 대부분의 이익이 익성, 이봉직, 이창권 등에게 귀속”되었다는 것이다. 또 보다시피 이 2심의 판단 요지에는 이봉직과 이창권이 코링크PE와 WFM에서 어떤 어떤 부분에서 범죄 수익을 얼마나 가져갔는지까지도 요약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코링크PE와 WFM을 둘러싼 범행들은 조범동 1인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익성 일당과의 공동 범죄라는 것은 두 차례의 판결을 통해 공식화된 사실이다. 나아가서, 2심 판단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모든 범죄들이 ‘익성이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사실과, 다수 혐의에서 범죄 수익 대부분이 조범동이 아닌 익성 일당에게 넘어간 사실을 감안하면, 조범동 포함 공범들 중에서 ‘주범’은 조범동이 아닌 이봉직 등 익성 일당들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기소되지 않은 익성 일당을 판결에서 “공범”으로 명시한 이유들
기본적으로 형사재판은 검찰에 의해 기소된 피고인의 사건을 다룬다. 따라서 피고인이 아닌 자들을 판결문에서 “공범”으로 명시하는 일은 당연히 흔한 일일 수 없다. 그럼에도 조범동에 대한 재판에서 1심, 2심 공히 이봉직, 이창권 등 익성 일당을 “공범”으로 명시한 것은, 검찰이 기소한 조범동의 혐의들 대부분이 익성 일당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조범동 스스로 기소된 혐의들 다수가 익성의 지시에 따라 행했던 ‘업무’들이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범동 재판에서 확인된 바 실제로 그러했다.
조범동의 1심, 2심 재판부는 조범동의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익성 일당이 코링크PE에 깊이 관여한 사실들을 판결문의 많은 부분에서 조목조목 명시했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재판에서 확인된 익성과 코링크PE의 관계, 그리고 익성 일당의 주요 범죄사실들을 요약해보기로 한다.
조범동 1심 판결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조범동은 2013년에 익성 부사장 ‘이창권’, 2014년에 익성 회장 ‘이봉직’을 알게 되었다. 조범동은 이후 익성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익성의 이사 명함을 사용하며 익성의 자금 유치 등 IR 업무를 했다. 즉 조범동은 사실상 익성의 직원이었다. (다만 조범동은 신용불량자였던 관계로 익성과 코링크PE 어디에도 공식 직함을 갖지는 못했다.)
이후 조범동은 2015년 말부터 익성의 서울 사무실에서 이창권 등과 함께 코링크PE의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즉 코링크PE 설립 역시 익성의 업무로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코링크PE 설립시 주주로 등재된 인물들 대부분은 익성 부사장 이창권의 지인들이었다.
코링크PE 설립 후 코링크PE가 입주한 건물 3층에는 조범동과 익성 회장 이봉직, 익성 부사장 이창권의 사무실이 나란히 있었고(이창권은 코링크PE에 상주하고 이봉직은 자주 방문), 2층에는 코링크PE의 다른 직원들이 근무했으며, 지하층에는 익성의 자회사 IFM이 입주했다. 또한 코링크PE에서는 조범동과 명의상 대표 이상훈 외에 이창권도 ‘대표’로 불리며 실제 권한도 행사했으며, 코링크PE의 ‘회장’으로 불린 인물이 있었으니 익성의 회장 이봉직이었다. 실제 이봉직과 이창권은 각각 코링크PE의 ‘회장’, ‘CEO’ 명함을 사용했다(이봉직의 큰아들로서 코링크PE에서 근무하던 이헌주 역시, 조범동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체로 이봉직에게 유리하게 증언을 하면서도 “이창권 익성 부사장은 코링크PE 대표 명함이 있었고, 아버지는 회장 명함이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 조범동, 이창권, 이상훈, 이봉직 4명은 코링크PE의 법인카드도 발급해 사용했다. 조범동은 여기에 더해 익성의 법인카드도 사용했다. (이것만 봐도 익성과 코링크PE가 사실상 ‘한몸’ 혹은 매우 밀접한 관계사인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익성 이봉직 회장의 큰 아들 이헌주는 코링크 설립 초기인 2016년 6월부터 내내 코링크PE에서 근무했으며, 코링크PE의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컴퓨터 등 집기 구입비용도 익성이 부담했다. 또한 코링크PE 관련자들 다수의 일치된 법정 증언에 따르면 코링크PE의 주요 의사 결정은 조범동과 이창권이 협의해 결정했으며, 명의상 대표였던 이상훈은 ‘이창권이 이봉직에게 보고했다’라고 증언했다.
즉 여기까지만 봐도, 코링크PE는 익성의 관계사로서 설립되었다는 사실에 의문의 여지가 없고, 설립 이후로도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익성과 코링크PE 사이에 경계가 모호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코링크PE ‘레드펀드’, 익성 자금을 익성 일당이 직접 운용
‘코링크PE’는 2016년 2월 15일자로 설립 등기가 되었는데, 두 달 후인 4월 12일에야 사모펀드 운영 인가를 받았다. 이 시점이 사모펀드 운영사로서의 코링크PE의 업무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링크PE는 그 직후 시점인 4월 29일에 첫 펀드로 ‘레드펀드’를 설립했다.
이 레드펀드에는 총 40억 원이 출자되었는데, 40억 전액이 익성이 출자한 것이다. 다만 이 40억 원이 익성의 자금이라는 사실은 판결문에서 언급된 내용은 아니다. 재판에서 기소된 조범동과 기소되지 않은 익성 일당은 서로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대립했는데, 양측 모두 재판에서 레드펀드 자금 40억 원이 익성의 자금이라는 사실을 거론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익성의 레드펀드 출자금 40억 원 중 13억5천만 원은 익성 주식 3만 주를 취득하는 데에 쓰였는데, 당시 매수한 익성 주식은 익성 회장 이봉직이 경영권 문제로 다투고 있던 제3자 이근ㅇ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었다.
이봉직과 익성의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이근ㅇ는 익성의 관계사로 설립되었던 건축자재 회사 (주)익성텍(현 ‘익성텍린텔’)의 대표이사다. 익성텍은 2003년에 이봉직을 대표이사로 하여 설립되었다가 2011년에 이근ㅇ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이봉직과 이근ㅇ는 다수의 건축자재 관련 특허를 공동으로 출원했고, 현재까지도 공동으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오래되고 밀접한 관계다. 두 사람은 익성 및 익성텍 관련으로 동업자 관계였다가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레드펀드가 이렇게 보유하게 된 익성의 주식 3만 주는, 이후 코링크PE가 WFM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던 2017년 10월에 당시 WFM의 대표 우국환에게 매도했다.
즉, 익성의 ‘법인 자금’이 코링크PE의 레드펀드를 거쳐 투자 목적이 아닌 이봉직의 ‘개인 경영권’ 강화에 이용된 것이다.
익성이 출자한 레드펀드의 나머지 자금 중 대부분인 25억 원은 익성의 우회 상장 작업을 위해 ‘아큐픽스’(이후 ‘포스링크’로 상호 변경)라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에 쓰였는데,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이를 주도한 사람은 조범동보다는 익성의 부사장 ‘이창권’이었고, “이봉직도 회장으로서 결정에 참여”했다고도 되어 있다.
또한, 당시 아큐픽스 측에서 코링크PE 측과 지분 인수 협상을 했던 민정환 부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조범동, 이창권으로부터 코링크PE가 두 사람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라고 증언했으며, 더불어 ‘코링크PE의 주된 업무는 아큐픽스를 통해 익성에 투자를 한 후 익성을 직상장 혹은 우회상장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레드펀드는 아큐픽스(포스링크) 지분 매입 이후 당초 목표였던 익성의 우회상장에는 실패했으나, 아큐픽스가 자회사 ‘써트온’을 통해 진행했던 가상화폐 사업의 이익을 나눠가짐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민정환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의 계획에서 익성 상장을 추진하는 방식은 “상장사인 아큐픽스를 통해서 익성에 투자를 한 다음, 익성을 키워 나중에 익성을 직상장이나 우회상장”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조범동 1인이 대표인 회사가 아닌, 익성 임원이었던 이창권도 독자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코링크PE의 애초 주목적이 익성의 ‘상장’이었다는 사실도 조범동 재판에서 판결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아큐픽스 지분 인수 직후 익성 일당의 행적도 눈길을 끈다. 아큐픽스의 사옥에 이봉직의 사무실과 이창권의 지인 회사 사무실이 입주하고 이봉직의 둘째 아들 이ㅇ재가 아큐픽스에 입사한 것이다. 이는 코링크PE에 이봉직과 이창권의 사무실이 차려졌던 것, 그리고 코링크PE에 이봉직의 큰아들 이헌주가 입사해 근무했던 사실과 거울처럼 닮은 행태다(이봉직의 큰 아들 이헌주도 법정 증인 출석 당시 동생 이ㅇ재가 아큐픽스에서 근무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후 코링크PE는 ‘액트’(현 ‘이브이첨단소재’)를 인수하려고 시도했다가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는데, 이때도 명목상 코링크PE에 아무런 지위도 없는 이봉직이 나서서 액트의 회장과 직접 협상을 하기도 했다.
2차전지 사업과 WFM 관련 사실
한편, 익성의 이봉직은 2015년 7월에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관련 특허를 보유한 김동현을 영입하여 익성의 연구소장으로 앉히면서 익성에서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익성이 이전에 100억 원을 투자 받은 ‘상생펀드’(KoFC) 관련으로 익성 내부에서는 음극재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7년 6월에 별도 회사로 IFM을 설립하고 김동현을 IFM의 대표로 겸직시켰다. (김동현은 IFM의 대표 직, 익성의 연구소장 직을 겸직했고, 코링크PE에도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익성의 사실상 자회사로 설립된 IFM은, 설립 직후 코링크PE가 임대한 역삼동 건물의 지하층에 입주했다. IFM의 명목상 대표는 김동현이었으나 실제 운영은 이창권이 총괄했고, 이창권의 지시로 코링크PE 직원들은 IFM의 업무까지 맡아 처리했다.
코링크PE는 2017년 10월에 우국환으로부터 WFM의 지분 및 경영권을 넘겨받는 양수도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에 동반해 여러 추가 계약이 체결되었다. 1우국환이 레드펀드가 보유한 익성 주식을 인수하는 계약, 2WFM이 음극재 생산을 담당하고 생산된 음극재는 익성의 특허권을 부여받아 IFM이 판매하는 공동사업약정, 3IFM이 익성의 음극재 시험생산 라인을 인수하는 계약과 해당 라인을 IFM이 다시 WFM에 납품하는 설비납품계약 등이다. 이런 계약들의 내용은 WFM 인수 역시 조범동이 아닌 익성 일당이 주도한 정황이다.
이 외에도 익성의 직원들이 WFM으로 이직하여 근무하거나 익성 자회사 IFM 직원이 WFM의 직책을 겸직한 사례가 여럿이다. 익성의 이해관계에 대한 결정사항들을 조범동이 주도적으로 결정했을 리가 만무하다.
요약하자면, 코링크PE의 레드펀드는 익성이 출자한 자금의 운용에 익성 일당이 직접 개입해 기업 인수와 경영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봉직과 이창권 등 익성 일당들은 코링크PE를 도구로 하여 아큐픽스와 액트, WFM의 인수와 경영을 주도하거나 깊이 관여하고, 세부적인 영역까지 챙기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익성 일당이 주도하는 결정 과정에 조범동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을 수밖에 없다.
‘조범동은 코링크PE의 의사결정권자’, 익성 일당의 지위는?
한편, 조범동 재판부들은 판결에서 조범동을 코링크PE의 “의사결정권자”로 판단했는데, 판결문 곳곳의 판단들을 감안하면 조범동을 ‘단독’ 의사결정권자로 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문의 여러 대목에서 이봉직이 여러 부분에서 결정에 관여하거나 보고받고, 이창권이 의사결정을 주도하거나 이창권과 조범동이 공동으로 결정한 사실들을 조목조목 열거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조범동 재판부들은 단지 조범동을 기소 혐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범동은 코링크PE의 의사결정권자인가’ 여부를 따져봤을 뿐, 판결의 각 대목에서는 코링크PE 설립과 운영에서 이봉직과 이창권 역시 주요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을 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해당 재판들은 조범동 1인만이 기소된 재판이었기 때문에 조범동에게 제기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조범동 1인의 ‘의사결정권자’ 지위를 따져 판단을 한 것이다.
이같은 익성 일당의 의사결정권과 관련하여, 조범동 1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이런 관계를 아래와 같이 추가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종합하면, 코링크PE의 설립과 운영이나 WFM의 인수와 운영이, 피고인과 이봉직, 이창권 사이의 또는 코링크PE나 WFM과 익성 사이의, 음극재 사업의 성공 내지 익성의 상장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립된 주체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넘어, 이봉직, 익성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위 회사들의 의사결정 역시 상당 부분 이봉직, 이창권 내지 익성의 관여하에 이루어져 왔다고 판단된다. |
물론 코링크PE에서 조범동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들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코링크PE라는 기업의 본질적 목적인 사모펀드 운용에 있어서는 이창권과 이봉직 등 익성 일당이 조범동보다 확연하게 우위에서 의사결정을 한 사실들이 확인된다. 판결문에서 사실로 확정한 사실들만 그대로 요약하더라도, 아큐픽스 인수 협상은 이창권이 주도하고 이봉직에게 보고했고, 액트 인수 건은 아예 이봉직이 직접 협상을 진행했으며, WFM 인수 협상에도 이창권과 이봉직이 관여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런 인수 협상들은 코링크PE의 유한회사인 각 펀드들의 투자 행위이므로 코링크PE의 주업인 ‘펀드 운용’ 행위이다. 그럼에도 이봉직과 이창권 등 익성 일당은 코링크PE에 공식 직함 없이도 회장과 대표로 불리면서 명목상 ‘펀드 운용역’들을 제치고 실제로도 코링크PE 펀드들을 주도적으로 운용한 것이다.
요컨대, ‘코링크PE’라는 회사는 익성 일당이 직접 펀드들을 좌지우지하며 기업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이며, 조범동은 이 껍데기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런 인수 협상에도 일부 관여 혹은 참여한 것에 불과하다.
코링크PE라는 회사의 주된 목적이 ‘사모펀드 운용사’인만큼, 펀드들의 운용 실권을 누가 행사했느냐가 이 회사의 최고 실권자를 판단하는 기준어야 할 것이고, 앞서 밝혀진 바와 같이 그 주인공은 익성 일당들이었다.
결국 ‘조국펀드’ 아닌 ‘익성펀드’였다
여기까지 살펴본 사실관계들은 모두 조범동 재판들에서 증거와 증언에 따라 사실로 판단된 내용이다. 즉, 사실상 코링크PE 관련 재판이었던 조범동 재판 결과의 골자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조국 부부는 이 모든 과정에 관여는커녕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2. 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조범동도 여러 공범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3. 판결에서 적시된 나머지 공범들인 익성 일당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재판 결과를 제대로 적시해서 보도한 기사를 주류 언론에서 보신 분이 있으신가? 온 나라의 모든 주류 언론들이 다 달라붙어 조국 부부를 천인공노할 사모펀드 범죄자라고 몰아붙였던 사건의 결론이, 너무도 극적이게도 ‘조국 부부 전면 무죄’였던 데다 조범동보다 더 혐의가 짙은 제3의 공범들까지 확인되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사실이 전혀 주류의 이슈가 되지 못했단 말인가. 2019년 가을에 그토록 혈기 넘치게 조국 부부를 펀드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반복 보도로 아예 기정사실화 했던 그 언론들과 기자들은, 그 사이 모두 어디론가 납치되거나 실종이라도 된 것일까.
물론, 이보다 더욱 놀랍고 황당한 핵심 문제는 따로 있다. 이렇게 법원이 판결로서 공범들을 따악 짚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 진범들은 ‘조국 사태’가 발발한 지 3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사법 심판을 받기는커녕 재판을 시작하기 위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죄를 지시하고 공모한 공범들이 법원의 판결로서 특정되었음에도, 이들 공범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편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조폭 영화에서처럼 조범동이 ‘행동대장’ 격으로 ‘보스’인 익성 일당 대신 기꺼이 범죄 혐의들을 홀로 뒤집어쓴 것도 아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바로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었는지, 2019년 가을 조국 사태 당시와 이 판결들 이후 언론과 검찰의 행태들을 하나하나씩 복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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