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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희준 검사, 한명숙 사건서 최소 11명 위증 회유·압박"

道雨 2023. 1. 11. 11:08

"엄희준 검사, 한명숙 사건서 최소 11명 위증 회유·압박"

 

엄희준 당시 수사팀 검사가 총대 멘 정황 드러나

한만호 '양심선언' 뒤 재소자 모해위증 교사 의혹

최소 11명에서 많게는 20명 가까운 재소자 대상

윤석열 총장 대검 감찰 문건 묵살, 공소시효 만료

현재 부장검사로 이재명 대표 관련 각종 수사 지휘

 

 

*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과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2021년 3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관련 법무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1.3.22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관련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받았던 엄희준 검사가, 최소 11명을 회유, 허위 증언을 압박했음을 보여주는 상세한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인 그는,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신원과 사법적 약점을 알아낸 뒤, 검찰 조사실로 불러 자신이 원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이 같은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엄 검사에게 협조했던 재소자를 비롯한 참고인에게 검찰이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증언이 뒤집히지 않도록 애를 쓴 흔적도 나타났다.  

‘구치소 재소자들이 엄희준 검사실에 모여 허위 증언 연습을 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등의 보도로 알려진 적은 있지만, 엄 검사가 이같은 일을 어떻게 사전에 준비하고 재판을 관리했는지 자세한 정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 대검 감찰부는 이러한 내용 등을 파악해, 엄 검사 등을 피의자로 전환해 모해위증 혐의 수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무력화시켰다. 엄 부장은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각종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모해위증 교사 정황 상세히 담긴 대검 감찰 보고서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엄 검사가 받고 있는 비위 의혹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전말과 한만호 씨의 증언, 엄 검사의 역할 등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 한 전 총리는 2010년 7월 사업가 한만호 씨에게서 9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수사를 벌여 한 전 총리를 재판에 넘겼다. “돈을 줬다”고 자백했던 한만호 씨의 검찰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한 씨는 2010년 12월 20일 2차 공판에서 “사실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은 “한만호 씨가 재판에서 말을 뒤집은 진술이야말로 거짓말”이라고 공격하면서, 한 씨의 재소자 동료 두 명을 법정 증인으로 세워, 한 씨가 감옥 안에서 자신들에게 “한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증언하게 했다. 한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뉴스타파'는 2020년 검찰과 재소자 증인 2명이 한만호 씨의 뒤집힌 주장을 거짓으로 몰고가기 위해 모해위증 연습을 해왔다는 주장과 여러 정황들을 보도한 바 있다. 한명숙 사건의 조작을 위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말단이었던 엄희준 검사가 총대를 맨 듯한 정황들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 대검 감찰부는 감찰을 벌였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 문제를 덮어버렸고, 진실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리포액트'는 대검 감찰부가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 2일까지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감찰 내용 상당 부분을 최초로 확인했다.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된 감찰내용은 65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내용에는 엄희준 검사가 모해위증 사건을 주도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정황들이 담겼다.

'리포액트'가 확인한 대검 감찰 내용을 종합하면, 엄 검사는 한만호 씨가 재판에서 증언을 뒤집은 다음날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 검사실의 신정훈 수사관은 2010년 12월 21일 아침 9시 12분 한만호 씨와 같은 구치소에 있었던 재소자 한은상 씨의 각종 형사 사건을 조회했다. 그 과정에서 한은상 씨의 변호인 및 민원인 접견 내역, 접견 녹취파일, 가족관계 증명서까지 확보했다.

엄 검사는 이후 한은상 씨를 검찰 조사실로 불러들이려 했다. 하지만 한명숙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한 씨가 조사에 응할 이유는 없었다. 한 씨는 “아프다”며 출석을 거부했고, 엄 검사는 2011년 1월 28일 서울구치소에 “한 씨의 병상기록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모해위증 교사 대상자와의 밀고 당기기

엄 검사가 ‘집착하듯(대검 감찰부 보고서의 표현)' 한은상 씨를 검찰 조사실로 불러들이려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은상 씨가 2010년 4월 12일쯤 한만호 씨로부터 “검찰에 허위 자백했다”며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2010년 8월 27일 과거부터 알고 지내던 전OO 검사에게 이 내용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그대로 한명숙 사건 수사팀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가운데) 의원이 11일 오전 피의사실 공표죄로 서울중앙지검 강백신 반부패수사제3부 부장검사, 엄희준 반부패수사제1부 부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민원실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고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22.11.11 연합뉴스

 

 

 

엄 검사는 한은상 씨로부터 전해진 한만호 씨의 검찰 진술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보다, 그의 법정 증언을 탄핵하기 위해 한은상 씨를 지속적으로 검찰로 불러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상씨가 계속 검찰 출정을 거부하자, 엄 검사는 2011년 2월 14일 한씨의 조카와 미성년자 아들까지 검찰 조사실로 불러 압박을 가했다. 한은상 씨가 대검 감찰부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을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가 출정을 거부하자 출정과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제 아들과 조카가 소환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경철강 부분(내부정보 이용한 주식투자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제 아들과 조카의 금융정보제공동의서가 필요하다면서요. 제가 결국 출정하겠다고 해서 나갔습니다.

엄희준 검사실에 도착하니 조카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엄 검사에게 ‘이게 지금 뭐 하시는 거냐? 금융조사부 사건을 왜 특수부에서 하냐’고 물어보니, ‘여기는 인지부서니까 어떤 사건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해 보시라. 위법이 있으면 처벌받겠다. 그런데 위법한 게 없을 거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신정훈 계장이 영상 녹화실에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하였습니다.

영상 녹화실에 가니 신 계장이 담배를 하나 태우라고 주면서 ‘한명숙 전 총리 부분에 대한 협조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눈치를 채고 ‘진작 그렇게 이야기하지 그랬냐. 돌려서 말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라고 말하였습니다. 또 신 계장이 계속해서 ‘증언의 결과가 잘 나오면 (나의) 2차 수술시 형집행정지를 받게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엄 검사는 이후 우경철강 관련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 2012년 8월 금융위원회가 이 사건을 대검에 고발하고, 대검이 2012년 8월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낸 뒤, 2015년 3월이 되어서야 서울남부지검에서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한은상 씨는 2020년 8월 대검 감찰조사에서 “결국 엄희준 검사는 조사를 할 목적도 없었고, 그냥 협박용으로 (내 조카와 아들을) 써먹고 말았다”고 진술했다.

한은상 씨는 “한명숙 사건 위증에 가담하기로 한 뒤, 검찰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았다”고 대검 감찰부에 진술했다. 엄 검사가 직접 검사실로 한씨를 불러 고기를 구워주기도 했고, 검사실에서 각종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검찰이 보유한 휴대전화 등으로 회사 인수합병 등 업무를 자유롭게 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함께 나온 직원이 이를 알면 안되기 때문에, 영상 녹화실 등에서 몰래 진행했다고 한다.

한 씨는 이 모든 일을 “검찰 수사관이 엄 검사에게 보고해서 허락받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소자 십수 명도 회유 압박 당해

엄희준 검사는 다른 재소자 두 명에게도 접근해 증언 조작 회유 압박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3인 증언 연습'은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다. 대검 감찰부는 이들 외에 엄 검사실로부터 각종 회유 압박을 받은 다른 재소자 십여 명도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일부 재소자들이 엄 검사로부터 어떤 회유와 압박을 당했는지 '리포액트'가 추가로 확인했다.

고 아무개씨는 2009년 한만호 씨와 함께 구치소 혼거실에 머문 적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려갔다. 그러나 고 씨는 “(한만호 씨로부터) 한명숙이 아닌 한명숙 비서에게 돈을 주었다. 검찰이 자신에게 (진실과 다른 내용을) 주입시키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협조를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금융조사부에서 내사를 받고 있던 재소자 임 아무개 씨는 엄 검사실에 불려가 “(당신에 대한) 내사 내용이 심각하더라”며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임 씨는 사회에서 한만호 씨와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 씨는 “한만호와 친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엄 검사실에 알려서 내가 작업 대상이 되었던 거 같다”고 추측했다.

한만호 씨와 구치소 같은 방을 썼던 최 아무개 씨는 2010년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치소로 접견 나온 검찰 수사관들로부터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돈을 준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였다”는 취지의 허위진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2011년 1월 24일 엄희준 검사실로 불려간 최 씨는 엄 검사로부터 “진술서대로 증언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최 씨는 재판에서 증언을 하지 않기 위해 출소 뒤 연락처를 바꾸는 등 검찰을 피해 다녔다. 결국 엄 검사는 최 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 외에도 엄희준 검사가 당시 구치소에 있던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ㅈㅎ, 김ㅅㄷ, 김ㅊㅈ, 윤ㅅㅈ, 박ㅅㅈ 등 다른 재소자들의 형사 사건 등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엄 검사가 적게는 11명에서 많게는 20명에 가까운 재소자들의 사건을 검색해보고 면담을 했다는 게, 대검 감찰부의 조사 결과였다.

대검 감찰부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아 6500쪽이 넘는 내용의 감찰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엄 검사의 죄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피의자로 전환,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감찰부 내에 팽배했다고 한다. 엄 검사의 요청에 따라 한명숙 재판 위증에 나선 재소자 2명에 대해서는 예비 공소장까지 작성해, 2021년 2월 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 총장은 2021년 3월 2일 이 사건을 수사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해온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 의지를 피력한 임은정 검사를 배제했다. 윤 총장은 이틀 뒤인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사임했고, 허정수 과장은 3월 5일 엄 검사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같은 달 22일 엄 검사 등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리포액트'는 엄 검사에게 반론을 듣고자 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등도 <리포액트>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포액트>는 이 사건 내용을 알 만한 법조계 취재원 등을 다수 접촉, 제보 내용을 검증하고 사실관계를 최대한 확인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poact@hanmail.net

*'리포 액트'는 다음 보도에서 엄희준 검사가 증언조작에 적극 가담한 다른 재소자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했고, 대검 감찰부에 출석해 허위 진술을 한 정황을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허재현 제휴기자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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