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 민들레 기자 통신자료 조회…"직권남용"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인데 여전히 민간사찰
군 검찰단, 후속 입법 더딘 틈 타 '마구잡이' 조회
국방부 "피의자 수사 과정 절차 밟아서 확인해"
어떤 수사인지는 답변 안해…천공? 155㎜ 포탄?
인권연대 "위법부당 직권남용…언론자유 침해"
군 검찰이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영장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후속 입법이 되지 않은 틈을 타, 군이 여전히 민간인 사찰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25일 발급받은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4월 26일과 5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 검찰단 요청에 따라, 민들레 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등 정보 일체를 제공했다.
통신자료 제공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따른 법원·수사기관 등의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이 근거로 든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지난해 7월 21일 헌법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조항이다.
헌재는 당시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면서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음에도, 국방부 검찰단이 여전히 별도 사전 고지나 사후 통지 등 아무런 조치 없이 수사관행에 따라 민간인인 기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 셈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민간인 통신 조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국방부 검찰단은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수사 당시, 이 중사 관련 녹취 자료를 직권을 남용해 취득한 혐의를 받는 공군 공보장교 A씨와 통화한 변호사, 국방부 출입기자 등의 통신 자료를 조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사건의 핵심이었던 성추행, 2차 가해 등과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민간인들의 정보를 국방부 검찰단이 확보한 것이다.
이번 민들레 기자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통신 자료 조회 역시 피의자 수사 과정에서 진행됐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피의자 휴대폰을 절차를 밟아서 확인한 것"이라며 "통화 내역을 확인하면서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자의 통화 내용이 있어서 2개 정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통화 대상자를 특정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이고 절차를 밟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과 관련해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저서 〈권력과 안보〉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이 관저 이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부 전 대변인과 관련된 통신자료 조회일 경우, 부 전 대변인의 저서에 여러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만큼 민들레 기자 외에도 각 언론사의 국방부 및 경찰 출입기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첫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 4월 19일과 20일 〈민들레〉에서는 군 당국이 그라인더(원판형 숫돌을 회전해 공작물의 면을 깎는 기계)와 사포 등으로 155㎜ 포탄의 일련 번호를 지우고 수출했다는 내용과 미군 기밀문서상 선박이 출항하는 시기에 맞춰 탄약지원사령관이 진해 탄약부두에 극비 방문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들과 관련해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다면, 기사의 취재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임의로 민간인을 사찰한 셈이 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예람 중사 수사 당시에 사건을 축소·은폐한 의혹이 있는 공군 수뇌부에 대한 통신영장을 기각시킨 바 있다"며 "조직에 대해 칼을 들이미는 것은 무더기로 기각시키고, 민간인에 대해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기자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명백한 위법·부당한 직권 남용이고,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정치사회팀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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