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과실치사 혐의 대대장 “사단장 입수 지시 있었다”
국방부, 해병 1사단장 과실치사 혐의 빼고
대대장 2명에게 책임 물어…외압 의혹 여전
국방부가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적지 않고 사실 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임 사단장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국방부는 대대장 2명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했다.
이는 애초 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달라, 외압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21일 이런 내용의 ‘해병대 순직사고 재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애초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로 판단했던 8명 가운데 임 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 중대장, 현장 간부 등 지휘계선에 있거나 현장 통제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4명에 대해 “현재 기록만으로는 범죄의 혐의를 특정하기가 제한된다”며, 혐의를 빼고 사실 관계만 적어서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조사본부는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위반해 ‘허리까지 입수’를 지시해 채 상병 사망과 직접 인과 관계가 있다”며, 범죄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인지통보서를 넘기기로 했다. 중위와 상사 등 나머지 2명의 하급 간부에 관해서는 “임의로 사망자 수색조에 합류해, 현장 통제관 업무·지위와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경찰에 이첩하지 않았다.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는 ‘윗선에서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주장과 같아 축소·외압 의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결재하고 이튿날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으나, 박 대령은 이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는 사건의 ‘축소 외압’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을 보호하려고 대통령실, 장관 등이 직접 개입한 사건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이 장관에게 ‘이명박 청와대에서 임 사단장과 함께 근무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 장관은 “장관을 포함해 누구도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서) 특정인을 제외하라거나 포함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결재할 때도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다음날 좀 더 검토를 해봐야겠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결심한 것이다. 대통령실 누구한테도 연락받거나 이야기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조사본부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대대장 2명 가운데 1명은 반발했다. 대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대대장이 ‘강물에 들어가서 수색작전을 하라’는 사단장 지시가 있었고, 이에 대대장은 물살이 빠른 강물 사진을 찍어 여단 단체방에 올려 ‘안전장구 없이 수변 지역 밑으로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위험을 사전에 알렸다고 말했다”고 했다.
권혁철 신형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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