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카르텔’의 커밍아웃
올해 2분기 경제 성적표, 전 항목 마이너스
한은 통계 집계한 지난 60년간 중 최악
석유파동, IMF, 코로나 때도 정부 소비·투자는 +
이번엔 오히려 정부가 성장률 0.5%p 끌어내려
우리경제를 미국 안보 하위개념으로 편입시킨 결과
한국은행의 2분기 성장률(속보치)에서 우리 사회 특권층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속살을 보여주었다.
성장률은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수출과 수입으로 구성하는) 무역의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다시 소비와 투자는 민간 부문과 정부 부문으로 나누어진다.
윤석열 정권 1년 만의 경제 성적표는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60년 넘는 기간 중 최악이었다. 올해 2분기는 소비와 투자와 무역, 그리고 이를 다시 민간과 정부 부문으로 살펴볼 때, 모든 항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유일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올 마이너스(-) 기록한 2분기 성장률 구성
아래 표에서 보듯이 한국 경제의 역사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는 70년대 초 1차 석유파동 때, 70년대 말 2차 석유파동으로 시작해, 박정희 사망과 80년대 초 이른바 ‘대침체’로 이어진 시기, 외환위기 때,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 때, 노무현 정부 초기의 카드사태 때,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때 등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어려운 시기에도 소비와 투자와 수출입, 그리고 민간 부문과 정부 부문 모두가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민간과 정부 부문을 합쳐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수출입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가 발발해 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하고 그 여파로 대공황 이후 세계가 최대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8년 4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당시에도 정부 소비(+0.4%p)와 정부 투자(+0.1%p)로 정부가 성장률을 0.5%p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였고, 그 결과 민간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수출입의 감소에 따른 경제 붕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정부가 성장률을 0.5%p나 끌어내렸다. 민간 부문이 모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정부가 성장률 후퇴를 막기보다는 오히려 앞장서 끌어내린 것이다.
* 윤석열 정부 1년을 맞는 2023년 2분기, 소비·투자·수출입 등 모든 분야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어려운 시기에도 이처럼 모든 부분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2023.7.31. 그래픽 민들레
‘모피아 나라 만들기’가 초래한 참담한 ‘인재(人災)’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에 의아해할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할 텐데, 왜 정부가 성장률 추락을 자초할까?
더구나 총선을 앞에 둔 상황이 아닌가?
윤석열 정권이 아무리 최악이라도 성장률을 고의로 끌어내릴 가능성은 없다. 그렇지만 이 결과는 (우리 사회 특권층 카르텔의 핵심 고리를 차지하는) 모피아의 탐욕과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재정 운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인재(人災)’ 자체였다.
IMF와 OECD 등이 지난 1년간 ‘한국만’ 유일하게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해왔다는 것은, 국제 사회가 한국 경제의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국 경제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부패 언론이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외면하다 보니, 우리 국민만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 IMF와 OECD는 지난 1년간 ‘한국만’ 유일하게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해왔다. 2023.7.31. 그래픽 민들레
결론부터 말해, 한국 경제사에서 전무후무한 올 2분기 경제 성적표는 (우리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개념으로 편입한)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외교와 국가 경영에서 비롯한 수출 파탄 및 산업 위기 등과 더불어,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모피아 나라 만들기’의 결과로 빚어진 재정 파탄에서 비롯한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추경호는 정부 수입 급감을 대규모 정부 지출 축소로 대응하였다. 그 결과 (현재 집계된)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정부의 지출을 55.1조 원이나 줄였다.(6월치는 8월 중순께 집계 예정)
올해 1~3월 세 달간 지난해와 비교해 16.7조 원을 줄였던 정부 지출은, 2분기 기간인 4~5월에는 두 달간에만 38.4조 원을 줄였다. 4~5월 지출 축소가 1분기 지출 축소의 2.3배로 급증한 것이다.
따라서 19.2조 원은 1분기 명목 GDP(547.2조)의 7%가 넘는 규모라는 점에서, 2분기 성장률에서 정부 지출이 0.5%p를 끌어내린 효과를 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건전 재정을 정부 지출의 최소화’와 동의어로 규정하고, 정부 재정 운용의 법제화를 통해 ‘공공 금융’(재정)의 역할에 족쇄를 채우기 위한 모피아의 ‘재정준칙 법제화’ 욕심이 경제 운용에 족쇄가 된 것이다.
국가 경제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다준 공공 금융의 축소는, 산업경쟁력 약화부터 민생경제의 파탄으로까지 이어진다. 일례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대규모 삭감부터 (의료기관부터 요양원 등 취약시설까지) 코로나19 검사비 지원 축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 정부는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정부의 지출을 55.1조 원이나 줄였다. 그중 2분기 기간인 4~5월에는 두 달간에만 38.4조 원을 줄였다. 4~5월 지출 축소가 1분기 지출 축소의 2.3배로 급증한 것이다. 2023.7.31. 그래픽 민들레
막대한 비용 치르고 드러낸 특권층의 실체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은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한국 사회에서 (부패언론에 의해 은폐되었던) 특권층의 실체를 제대로 보게 된 것이다.
특권층 카르텔은 일반 국민보다 특권을 누리고 싶어 하고, 나아가서는 자기의 후손까지 그 특권을 세습하는, 이른바 ‘사실상 신분사회’의 복원을 꿈꾼다.
특권층의 일반적 속성은 “공적 자원의 사유화로 사적 축재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통해 많은 국민은 권력 집단이 국가 권력을 어떻게 사적 축재에 이용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2분기 성장률의 내용을 통해 모피아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나 민생경제조차 희생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특권층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정부의 존재 이유는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그것과 다른 것이다. 씁쓸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특권층의 커밍아웃’은 이처럼 커다란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결과물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특권층은 전근대적 사고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반사회적 집단이다. 한국 사회 특권층이 갖는 또 하나의 주요 속성이 ‘매판성’이다. 권력 장악과 사적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 이익조차 내팽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이 속성은 한국의 역사성에서 비롯한다.
모피아의 또 하나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은행이다. 지난주 27일 아침에는 추경호가 주관한 비상거시금융경제회의가 있었다. 회의 참석 후 한국은행으로 돌아가 금통위를 개최한 이창용은, 지난해 11월에 개편한 대출제도를 또다시 개편하였다.
지난해 개편은 김진태 사태로 자금난을 겪었던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담보물을 확대하였다면, 이번 개편에서는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의 중앙회에도 자금지원을 하기 위해,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 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한은법 80조’에 대한 사실상의 확대 해석을 도모하고 있다.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80조는, 사실상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화될 위험을 의미하는) ‘시스템 리스크’ 상황에 가깝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등 금융 생태계나 경제 생태계가 와해할 수 있는 상황에 가깝다. 지금 상황이 이런 상황이란 말인가?
한국은행은 이번 대출제도 개편의 배경으로 3월에 있었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거론했지만, SVB 사태 이후 연준은 기존 적격 담보물을 기준으로‘만’ 가치 평가 방식과 대출 기간 연장 정도를 도입하여 예금인출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업은행에 대한 자금을 지원했을 뿐이다. ‘시스템 리스크’와 관련이 없는 부실 지역은행은 통폐합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PF대출 부실 등 과도한 탐욕을 추구하다 만들어진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을 왜 한국은행이 지원하는가?
이들이 고위험 사업을 통해 만든 수익을 국민과 공유한 적이 있는가?
왜 한국은행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스스로 부추기는가?
모피아의 또다른 한 축, 한국은행의 커밍아웃
사실 한국은행은 탐욕을 추구하다 만든 부실을 사회에 전가하려는 금융기관보다, 은행시스템에서 배제되어 국민의 금융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서민을 챙기는 것이 할 일이다. 최대한 양보하더라도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한은법 80조를 적용할) ‘시스템 리스크’라도 된다는 말인가?
적어도 한국은행이 개입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명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연준도 하는데 한국은행이 뭐가 문제냐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연준이 전방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지원한 것은 금융위기 때였다. 한국의 상황이 금융위기 때와 비교될 수 있는 상황이란 말인가?
게다가 금융위기 때 연준의 개입 방식은 월가나 전체 자본의 이익에 복무한 것이었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 연준이 투입한 자금 중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은 1.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부실 채권 매입에 투입되었다.
그 결과가 ‘월가를 점령하라!’는 반발을 초래한 것 아닌가?
1989~2021년까지 영란은행에서 일했던 앤드류 할데인(Andrew Haldane)이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이 금융 부문을 비판한 것은 정당했고, 궁극적으로 은행가들과 정치인들이 보다 도전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했다”고 평가한 배경이 아닌가? 한국은행의 금통위원 중에는 왜 할데인 같은 사고를 가진 이가 없는가?
무엇보다 탐욕 추구로 부실화된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이창용과 금통위가 말하는 ‘완만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되었다. 사실 한은, 금통위에게 디레버리지나 부실 축소 등은 예의상(?) 발언일 뿐, 실제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말과 행동의 일관성이 없으면 신뢰를 잃고, 심지어 사적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모피아 수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시중 소문이 찌라시 수준의 얘기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다. 사실, 정치적 셈법으로 내린 결정이라면 너무 '쪽팔리지' 않는가?
대한민국 경쟁력 평가에서, 다른 부문에 비해 금융 부문이 대한민국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후진국 수준의 점수를 받는 이유가, 금통위의 무책임에서 비롯하고 있음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평소에 정치가 금융을 후진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성토하던 당신들의 무책임한 선택이, (당신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최배근의 통찰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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