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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이 가장 싸다는 거짓말

道雨 2023. 9. 12. 09:39

핵발전이 가장 싸다는 거짓말

 

 

 

 

지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북 울진의 신한울 2호기 운영을 허가했다.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국내 28번째 핵발전소가 된다.

 

표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2명 중 한 위원은, 신한울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가 심의문서에서 빠진 것을 문제 삼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6년부터 지진이나 비행기 충돌 등 중대사고에 대한 사고관리계획서가 원전 운영허가에 필수적인 심사서류가 됐지만, 원안위는 본격적인 심의 착수 한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허가해버렸다. 신한울 2호기가 내년 상반기 가동되면, 울진은 세계 최대인 원전 8기 밀집 지역이 된다.

 

현 정부와 원전 산업계는 자주 핵발전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석탄이나 가스, 풍력, 태양광보다 저렴하단 것이다. 하지만 이 계산엔 건설비나 운전·유지비, 연료비 같은 직접비용만 포함돼 있다. 입지 갈등과 안전을 관리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외부비용은 빠졌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이후 10년간 138조원을 잡아먹었다. 폐로를 위해 40년 이상의 시간과 최대 724조원(80조엔·2019년 일본경제연구센터)을 써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사실상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염수로 인한 갈등과 비용은 또 어떤가.

‘핵발전이 가장 싸다’는 말은 사실의 일부만을 드러낸 거짓이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사고 당일,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하고, 발전소 반경 3㎞권의 피난을 지시했다. 다음날 아침 이 피난 지시구역은 10㎞권으로, 수소 폭발이 일어난 오후엔 다시 20㎞권으로 확대됐다. 추가 폭발이 일어난 사흘 뒤엔 반경 30㎞가 대피구역이 됐다. 당시 이곳엔 17만명이 살고 있었다.

 

국내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친 고리원전의 반경 30㎞ 안엔 무려 340만명이 산다. 전세계에서 6기 이상 원전이 몰린 단지 중 주변에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2016년 9월12일 두차례 일어난 경주 지진의 진도는 5.1, 5.8이었다. 경주 양남면 월성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6.5이다.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의 반경 30㎞ 안에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 5개가 있다는 사실이 올해 초 정부 조사에서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2천명이 넘게 사망한 지난 8일(현지시각) 모로코 지진(규모 6.8)은 120여년 만에 일어났다.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