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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수준" 이라던 국민소득, 대만 따라잡기도 버겁다

道雨 2023. 10. 31. 12:10

"G7 수준" 이라던 국민소득, 대만 따라잡기도 버겁다

 

 

 

작년 GNI 3.6만달러로 880달러 증가 그쳐

2020년 추월했던 이탈리아에 2년 연속 뒤져

일본 제외한 G7 국가들과의 격차도 더 커져

환율 올라 원화가치 떨어지고 성장률도 낮아

작년 대만에 추월당해…올해 재역전도 불투명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주요 7개국(G7) 수준에 올랐다는 환호성이 채 1년도 가지 못했고, 격차는 갈수록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에도 뒤졌고 다시 추월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처지가 됐다.

30일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금융·경제 스냅샷' 서비스에 따르면, 세계은행(WB) 최신 통계 기준으로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만 599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G7 국가 가운데 7위인 이탈리아보다 1710달러 적은 수치다.

세계은행은 '아틀라스 산출법'에 따라 직전 3개년 평균 시장환율을 적용해 각국 1인당 GNI를 산출한다.

 

                                                                   * 한국-G7 국가 1인당 명목 GNI 추이

 

 

 

지난 2020년에는 한국의 1인당 명목 GNI가 3만 3040달러로 이탈리아(3만 2430달러)보다 610달러 많았다. 1인당 GNI가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보다 많아졌던 순간이다. 하지만 'G7 수준 국민소득'의 꿈은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21년 3만 5110달러로 이탈리아보다 1020달러 적었고, 작년에는 격차가 더 커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충격이 한국은 –0.7%에 그친 반면 이탈리아는 –9.0%나 돼 일시적인 역전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성장률은 이탈리아를 웃돌 가능성이 크지만, 원화 가치가 유로화보다 더 떨어져 소득 격차를 좁히거나 재역전할 수 있을지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국민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은 환율과 성장률, 물가 등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1.95원으로, 2021년 연평균(1144.42원)과 비교해 달러 기준 원화의 가치는 12.89% 절하됐다.

이탈리아가 사용하는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졌지만, 절하율은 10.97%(2021년 연평균 1.183달러/유로→2022년 연평균 1.053달러/유로)로 원화보다 낮았다.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를 앞섰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7% 늘어 성장률이 우리나라(2.6%)보다 1%p 이상 높았다.

명목 1인당 GNI에 반영되는 물가(GDP디플레이터)도 이탈리아에 유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봐도, 이탈리아(8.2%)가 한국(5.1%)을 상당 폭 앞섰다.

 

* 한국-G7국가 국민소득 비교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다른 G7 국가들과도 더 벌어지는 추세다.

G7 국가들과의 1인당 명목 GNI 격차는 지난 2021년 1020~3만 5790달러에서 2022년에는 1710~4만 380달러로 더 벌어졌다. 지난 2년 동안 G7 국가 가운데는 일본이 유일하게 한국과의 국민소득 격차가 줄었다. 일본과의 격차는 2021년 8340달러에서 2022년 6450달러로 축소됐다.

 

올해 한국의 국민소득이 다시 이탈리아를 추월해 G7 국가 대열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경제성장률에 달렸다. 환율과 물가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평균 달러/유로 환율은 1.061달러로, 작년 연평균(1.053달러)보다 0.78% 올랐다. 유로화 가치가 달러 기준으로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뜻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경우 올해 약 1.57%(작년 연평균 1291.95원→올해 평균 1312.2원) 추가로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로 국민소득을 환산할 경우 더 불리해진다.

 

명목GDP를 늘릴 물가 요인도 한국이 이탈리아에 비해 불리하다. 올해 1·2·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이 각 4.7%, 3.2%, 3.1%로 이탈리아(8.9%, 7.4%, 5.6%)를 크게 밑돈다.

따라서 한국 경제 성장세가 환율·물가 변수를 상쇄할 만큼 이탈리아보다 월등히 강해야만 재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1·2·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실질GDP기준·전분기대비)은 각 0.3%, 0.6%, 0.6%로 집계됐다.

이탈리아의 경우 1분기 성장률(0.6%)이 한국의 두 배였지만, 2분기 0.4% 뒷걸음쳤다. 이탈리아 경제가 3분기 반등에 성공할지부터 지켜봐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0.8%로 낮췄고, 한국 정부는 아직 1.4%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만군 의장대가 수도 타이베이의 자유광장에서 국기(청천백일기)를 게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G7 국가와는 별개로 한국의 국민소득은 지난해 대만에 20년 만에 추월당했다. 올해 한국이 다시 재역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대만 통계청이 올해 상반기 공개한 지난해 대만 1인당 GNI는 3만 3565달러로, 한은이 발표한 한국 1인당 GNI(3만 2661달러)보다 904달러 높다.

올해의 경우 평균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31.54대만달러로, 작년 연평균(29.80대만달러)보다 5.84% 높아졌다. 6% 가까이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으로, 절하 폭이 원화(1.57%)보다 크다.

하지만 성장률에서 대만이 우리나라를 다소 앞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 대만 통계당국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로 제시했다.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 한국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상규 에디터skrhe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