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역감정까지? 그것이 정치테러 불러온 '혐오'다
[1월 첫주 키워드]
'헬기이송 특혜' 기사 쏟아낸 언론
'지역홀대' 거론하며 지역감정 자극해 정치적 공격
'특혜 '주장 의사단체장, 과거 문재인·이재명 혐오조장
"정치테러는 혐오 탓"이라며 또 '혐오' 조장하는 언론
'피습' 이재명 언급량 1위, 한동훈·이준석·김건희 상위
* 중앙일보 기사 빅카인즈 갈무리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개인 간 위협이나 폭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흉기 테러 사건은, 정치에 대한 개인의 뒤틀린 혐오가 끔찍한 물리적 공격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 차원의 범죄를 넘어 특정 세력의 사주나 비호 등 배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치테러에 해당된다.
수사기관은 범행 동기와 전모, 공모나 배후 여부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체포된 테러범은 현행범이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와 상관없이 수사를 통해 드러난 범죄사실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치적 음모론 등 불필요한 논란 확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일반 범죄보다 더 철저히 수사기관의 수사과정을 감시하고, 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하거나 감춰진 사실까지 취재해 전모를 드러내야 한다. 특히 정치적 편향이 개입돼 범죄의 전모와 본질이 감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고, 후진국형 정치테러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수사기관이 사건 발생 일주일 동안 수사한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의문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언론이 자체적으로 취재해 밝혀낸 사실이 몇 가지 있긴 하다. 테러범 주변 취재를 통해 그의 과거 언행과 행적, 당적, 정치적 성향 그리고 범행 준비 과정의 일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50대 후반 공무원 출신의 부동산 중개업자가, 보수 언론·극우 유튜버의 주장에 심취해 이런 끔찍한 정치테러를 정말 혼자 결행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이 사건 발생 직후 보이고 있는 엉뚱한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마구 퍼뜨린 것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이번 지역감정까지 들고 나와 정치 테러범죄의 본질을 흐리는 여론조작 행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극우 매체들이 사건 발생 초기에, 흉기에 찔려 쓰러진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 병원에 가지 않고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두고, ‘지역 홀대’니 ‘지역의료 불신’이니 하면서 물타기 혹은 정치적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극우 세력이 지역감정까지 끌어들인 이런 저열한 정치공격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를 무시하거나 꾸짖어야 한다. 그러나 황색언론에 버금가는 수많은 매체들은 물론이고, 여러 주류언론들조차 극우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해 확산하고 있다.
초기에 ‘헬기 이송 논란 설왕설래’ 수준으로 보도됐던 가십성 논란이, 지역의사협회라는 단체가 ‘특혜’라는 주장을 내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이 이를 받아쓰면서 무슨 큰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커졌다.
* '부산대병원'으로 검색한 빅카인즈 기사 화면 갈무리
포털 네이버에서 1월5일~7일 사흘 동안 ‘부산대병원’으로 검색한 결과, ‘서울대병원 헬기이송 논란’ 관련 기사가 무려 500여 건 가까이 쏟아졌다. 여기에는 주류 언론들(이른바 레거시미디어들)들도 200개 가까운 기사를 써대며 합세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극단적인 반(反)민주당 친(親)국힘당 매체인 조선일보는 "이재명 헬기 이송 특권의식서 나와 지역의료 무시" 제목의 부산시 의사회 성명 기사를 무려 1면에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7일 "부산 민심 심상찮다..야, 이재명 특혜이송 논란 촉각"이란 제목의 기사로 지역감정을 드러내놓고 자극했다.
극우 논조에 가까운 문화일보라는 석간 매체는 “의료계 분노” “특권 논란”이라며, 이 주제로 2번이나 사설을 썼다. 정치적 혐오와 증오 때문에 벌어진 정치테러를 놓고 또 혐오와 증오를 부추긴 것이다. 혐오·증오에 의한 정치테러를 엄하게 다스리기 전에,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이런 언론부터 추방해야한다.
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헬기 이송’을 ‘특혜’ ‘업무방해’라며 검찰에 고발까지 하겠다는 기사를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나 그 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과거 자신의 SNS에서 ‘김건희 여사께 경의를 표했’고, ‘문재인 지지율 철저히 떨어뜨려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아름다운 전통 이어받자’라는 집회에 참석했으며, 이재명 대선후보를 향해 “이런 무식하기 그지 없는 작자”라는 막말을 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국힘당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1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한다. 그런 사람이 흉기 습격을 당했다면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다. 그걸 두고 진영 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라고 한 말도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 어이없고 부적절한 주장과 논란을 꾸짖는 언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일보는 6일 "이재명 서울대병원 전원, 아쉬움 크나 갈등 부추길 일인가" 제목의 사설에서 "위급 상황에서 가족들의 사적인 결정을 두고, 정치적 혐오를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의 지역 공공의료체계 확대 정책까지 공격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서울대 병원 전원을 두고 부산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이번 사건의 본질은 피의자의 당적도 아니고 서울대병원 전원도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애둘러 '헬기이송 논란'을 비판했다.
새해 첫 주는 지난해 말 김건희 특별법 통과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일본 지진, 이준석 신당 창당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으나, 언론과 SNS·유튜브·커뮤니티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피습’과 ‘흉기’였다.
이재명 대표 테러가 준 충격이 그만큼 컸지만, 또다른 최다 언급 키워드로는 야당대표 정치테러의 본질을 덮는 ‘서울대병원’ ‘헬기’ ‘부산대’ 등이기도 했다.
키워드 분석 전문업체 ‘스피치로그’ 자료를 보면, 지난주(12월30일~1월5일) 뉴스·트위터·유튜브·커뮤니티·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끔찍한 정치테러를 당한 ‘이재명’이었다. 그 이전까지 1위를 차지했던 ‘한동훈’은 2위로, 3위였던 ‘이준석’은 5위로, 6위였던 ‘김건희’는 11위로 낮아졌다.
순위가 떨어지긴 했지만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원장은 연말연시 행보와 이를 깨알같이 보도하는 언론,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 바람, 김건희 씨는 특검 이슈 등으로 인해 여전히 언급량 상위에 올라있다.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신당’ ‘검건희 특검’ 등은 계속 주요 이슈 키워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쪽 신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은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언급량이 대폭 하락했다. ‘윤석열’은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총선을 앞두고 여러 선심성 정책(주식양도세·금투세 폐지, 중소상공인 지원, 각종 규제완화 등)으로 선거개입을 노골화하면서 주목을 끌 것으로 스피치로그는 예측했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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