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은 북 김정은 체제에겐 “복권 당첨과 같은 것”
북한 전문가 란코프 교수 “미중대립이 북한 살려”
한국 보수우파의 대결적 대북 정세관과 배치
김정은 공식행사 딸 대동은 세습 차원의 “배려”
경제가 정체되면 북한이 붕괴할 수 있을까?
“없습니다. 북한의 붕괴를 기대할 수 있던 시기는 2010년대까지였습니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서 제2차 냉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란코프 교수 “신냉전은 북한에겐 복권 당첨 같은 것”
국제적으로도 평가받고 있는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지난 3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2차 냉전, 즉 ’신냉전‘이 시작됐기 때문에 북한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의 지원 때문이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진영에 붙들어 놓기 위해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 (제2차) 냉전이 끝날 때까지 ‘자력갱생’하지 않아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그것은 북한 김정은 체제에겐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말하자면 한미일 남방 삼각‘동맹’과 북중러의 북방 삼각동맹이 맞서는 ‘제2차 냉전’, 이른바 ‘신냉전’이 지속되는 한 북한체제는 북방 동맹의 지원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붕괴 가능성은 그에 반비례해서 점점 더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과 북한의 러시아 지원설, 강화되는 북중러 협력에 대한 보도들은 란코프 교수의 주장을 받쳐 준다.
한국 보수우파 세력의 대북 정세관과 배치
그의 이런 진단은 남북대화와 교류, 지원을 기조로 한 탈군사대결의 평화적인 방식을 통한 공존 내지 통합을 추구했던 문재인 정부 등 민주화 이후의 역대 ‘진보’적 정부들을 북한체제 유지에 공헌한 ‘종북’, ‘친북’적 ‘좌파정권’이라 매도하면서, 압도적 힘을 앞세워 북한을 제압하는 대결적 대북 강경책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해 온, 보수우파 세력의 주장이나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미일동맹이 주도하는 중국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미일동맹에 ‘올인’하면서, 북에 대적하고 북중러 삼각동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란코프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 할수록 한반도 분단선(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그리고 동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맞서는 신냉전의 대결체제는 더욱 굳어질 것이고, 그럴수록 북한체제는 더욱 견고해지고 평화공존과 통일은 멀어진다. 보수우파 세력이 기대하는 북한 제압도 붕괴도 오히려 더 멀어진다.
김 위원장이 공식행사에 딸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지원은, 북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작겠지만, 정치적 안정을 우선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공식 행사장에 함께 데리고 다니는 것에 대해, “후계작업 기간이 짧았던 자신의 어려움을 딸이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배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 지도자들이 과거에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 국면에서 언제나 후자를 선택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 역시 자신의 자손이 영원토록 북한을 통치할 수 있게 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체제의 장기적 유지가 그의 목표”라고 했다.
북, 경제성장보다 정치적 안정 쪽 우선
러시아계 호주인인 란코프 교수는 1984년 9월부터 1985년 6월까지 북한에 유학했고, 그 뒤에도 종종 평양을 방문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8년이다. 그가 보기에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시절 최악이었던 북한의 경제사회 상황은, 2000년대 초에는 그가 유학했던 1980년대 중반 수준을 회복했으나, 그 뒤 국제적인 제재와 경제정책 보수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국경봉쇄 등으로 사정은 다시 악화됐다가, 지난해 국경을 다시 열면서 어느 정도 회복됐을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하지만 2010년대 수준까지 회복하진 못했을 것으로 봤다.
2010년대에 북한 경제사정이 호전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한 결과로, 그 덕에 사정은 좀 나아졌으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고, 외국의 정보들이 유입되는 마이너스 효과도 있었다.
란코프 교수가 보기에 북한 지도부는 아무리 경제발전을 시도하더라도 한국과 중국에게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이웃나라들 사정을 알게 되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할 때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신냉전, “김정은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
그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불만을 품게 되더라도, 철저한 사상 및 정보 통제로 자유로운 사고나 행동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에는 국경 경비를 강화해 북중 간 밀무역이나 탈북행위도 줄고 있으며, 디지털화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얼굴인식을 통한 감시체제 도입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본다며,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제2차 냉전(신냉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은에게 지금의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2024년은 북의 붕괴나 예측 불능의 사태를 걱정하지 않고 통치를 할 수 있는 해가 될 겁니다.”
한승동 에디터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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