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독립기념관장 인사 만행

道雨 2024. 8. 13. 13:54

독립기념관장 인사 만행

 

 

국가보훈부가 지난 6일 기습적으로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발령했다.

광복회 회원들과 이종찬 광복회장이 연이어 김 교수의 관장 내정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연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무엇이 그리 다급했을까?

비판 여론이 확산되기 전에 서두른 정황이 역력하다.

 

그간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독립기념관장엔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애국지사의 후손 또는 독립운동사 연구의 권위자를 임명해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파격을 넘어 도무지 납득할 길 없는 막장 인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중국 근세사를 전공하고, 독립운동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김 교수를 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김 교수가 독립기념관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임은 너무나도 명료해 보인다. 오히려 평소 언행을 볼 때, 그의 소신은 독립기념관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뉴라이트 식민지근대화론자로서, 친일 청산을 반대하면서 친일파들을 비호해왔다. 심지어 안익태가 안중근 의사에 비견할 평화주의자라는 궤변을 늘어놓거나, 안두희의 김구 선생 암살을 합리화하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제주4·3항쟁과 5·18민주항쟁에 대한 진상규명을 ‘기존의 현대사를 부정하는 작업’으로 단정하며, 극단적인 색깔론을 감추지도 않는다.

 

 

현실 인식에서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막말을 거듭해왔다.

역대 정권에 대해서는 “노태우 대통령은 남북한 간의 긴장 완화와 북방정책을 펴나간다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민주화 시책을 확대하면서 북한 공산당이 노리는 간접침략 공세에 틈새를 내주기 시작하였다” “김대중이 합법화시킨 전교조는 초기의 설립 명분인 ‘참교육’이라는 취지는 뒤로하고, 학교를 대한민국 건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전진기지로 변질시켜나갔다” “노무현 정부의 친일 청산 작업은 기존의 역사 인식을 부정하는 가치관의 반전을 가져다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다” “문재인 정부는 주사파 정권” 등, 일반적인 통념과는 거리가 먼 편파적인 평가를 되풀이해왔다.

 

진보적인 시민단체에 대한 시각은 아예 악의적이라 할 만하다. 사실과 다른 근거를 들며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을 폄훼하고, 민주노총을 생산성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전교조를 이념 집단으로 치부하는 등 비뚤어진 사고가 도를 넘고 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급조한 관변단체인 이 재단법인은, 2022년 8월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성원들의 면면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단의 손병두 상임고문은 현재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건축위원장을 맡아, 서울 한복판인 송현공원에 독재자 기념관을 짓겠다고 앞장서고 있다. 이영일 고문은 ‘건국사 재인식’에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주사파 정권”으로 단정했고, 김대호 정책위원은 2020년 3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똘×’이라는 막말 등으로 미래통합당 후보에서 제명된 바 있다.

이사장을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이 유유상종, 그야말로 망언 제조기들의 집합체라 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윤 정부가 친일·친독재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을 중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진실과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의 기관장을 모조리 뉴라이트로 채워놓았다. 이번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막장 드라마는 그 정점을 찍었다.

 

 

윤 정부의 인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칙이 있다. 그 기관의 설립 취지와 정반대의 가치관을 지닌 자를 책임자로 보내, 고유 업무를 왜곡하고 무력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역사와 교육을 뉴라이트가 장악한 상태에서, ‘제2의 역사 쿠데타’에 대한 우려를 기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이미 정체불명의 극우 한국사교과서 검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도 돌고 있다.

‘역사와 교육의 위기’가 다시 닥치고 있는 것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인사 참사를 넘어 만행에 가깝다.

정치가 역사를 오염시켜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정권은 유한하고 역사는 영원하다.

멀리는 연산군이, 가까이는 박근혜가 역사를 함부로 대하다 쫓겨났다.

지금이라도 윤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독립정신을 모독하는 부당한 인사를 철회하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조세열 |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