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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2일 이화영 녹취록 "대질 명분, 검찰 막 훈련시켜 진술 맞춰"

道雨 2024. 9. 30. 14:39

2023년 7월 12일 이화영 녹취록 "대질 명분, 검찰 막 훈련시켜 진술 맞춰"

 

수원구치소 변호인 접견실 대화 입수... 검찰에 협조하는 진술 이후 상황 토로

 

 

오는 10월 2일 이화영 전 부지사를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7월 12일 이 전 부지사와 변호사(현재 사임)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입수했다.

수원구치소 변호인 접견실에서 단 둘이 약 40분간 이루어진 접견에서, 이 전 부지사는 검찰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회유와 압박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시점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해 자신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연루 사실을 진술한 직후로, 검찰에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시기다.

현재 수원지방검찰청은 "이화영 피고인을 회유·압박하여 진술을 번복시키고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려 한 것은 이화영의 배우자와 민주당 관계자"(23일 입장문)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협조하던 시기에 자신의 변호인에게 털어놓는 내용은, 검찰의 주장과 정반대다. 당시 이야기를 직접 들은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그해 8월 8일 법정에서 검찰 측의 회유·압박을 주장하며 다투려고 했으나, 이 전 부지사가 만류하면서 변호인에서 사임했다.

이 전 부지사의 현재 변호인은 지난 26일 항소심 재판부에 이 녹취록을 제출했다.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2023. 7. 12. 접견 과정에서의 발언은, 검찰의 압박 속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이화영 피고인이, 신뢰할 수 있었던 김형태 변호사를 만나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가장 진실에 가까운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7월 12일이 왜 중요한가

이 녹취록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접견 시점이다. 2023년 7월 12일은,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게 방북 관련 도움을 요청했고, 쌍방울이 대북송금을 대납했고, 이재명 전 지사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직후이자,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정신차리라"고 소리치기(7월 25일) 전이다.

이후 9월 7일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를 통해 자신의 검찰 진술을 전면 부인하기까지 약 두달간,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그와 반대되는 내용의 편지를 외부에 보내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검찰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수원지검은 '민주당이 이화영을 회유했다'는 관점에서 경과를 정리한 문서('이화영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회유 경과'. 아래 이미지 참고)를 그동안 몇차례 언론에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9일부터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시작해 6월 30일 완료했는데, 민주당 측은 7월 13일부터 최측근과 배우자 회유를 시작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민주당의 회유는 그해 8월 계속 실패하다가, 9월 7일 성공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즉, 접견이 있었던 2023년 7월 12일은,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협조적인 때이자, 검찰 주장에 따르면 민주당의 회유가 시작되기도 전이다.

                                  ▲  수원지검이 작성해 언론에 배포한 '이화영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회유 경과' 문서

 

 

 


그날 이화영은 뭐라고 했나

그날 구치소 접견은 이 전 부지사가 김형태 변호사에게 급하게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전날인 2023년 7월 11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처음으로 거론했는데, 이미 6월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의 진술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을 했던 이 전 부지사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의 맥락을 보면,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변호인들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관련 자신과 김성태의 진술이 "팩트가 아니에요, 다"라면서 그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털어놨다.

① 검찰 → 김성태 → 이화영... "협박의 메카니즘"

구속중인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역시 구속중이었던 김성태 전 회장과 만난 상황을 이야기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이 김성태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 이화영 : 지금 변호사님 급히 뵙자는 게, 김성태 쌍방울 회장 그자를 계속 검찰이 압박을, 게다가 이제 뭐 횡령 배임 뭐 해서 커지고, 뭐 한 열 몇 가지 혐의를 가지고 계속 이제 검찰의 압박을 받다 보니까, 어... 이제 검찰이 김성태 회장한테 하는 압박이 뭐냐면 '이재명을 불어라'라는 거예요. 그래서 몇 가지 이제, 나한테 김성태가 날 만나서 "이재명에 관련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기가 지금 몰려 있다." 그래서 "그게 뭐냐?" 그랬더니 뭐 변호사비 대납부터 해서 뭐 이재명 대표를 내가 모르게, 뭐 내가 모르게 도와준 것도 있는 모양이에요. 김용 뭐 측근도 있고 이런 것들이.


이렇게 검찰의 압박을 받는 김성태가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협박의 메카니즘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날 김성태의 법정 증언도 "이재명 대표 수사하는 거에 대한 가이드"라고 해석했다.

- 이화영 : 어제 (법정에서 김성태가 증언을) 이재명 대표님 것만 해 가지고 "이재명 대표한테 내가 다 보고했을 거고, 다 알 거다" 이렇게 해 갖고 이재명 대표 수사하는 거에 대한 가이드를 그 친구가 냈고, 저를 이제 압박하는 마지막 카드가 이제 다음번에는 증언을, 내가 만약에 이거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가 진술한 거 인정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표에 관한 부분과 뇌물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내가 불리한 얘기를 다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제 협박의 메카니즘이 만들어져 있는 거여서,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한번 말씀을 드리고 싶고...


② "딸들을 불러서 조사하겠다고"... 검찰의 이화영 직접 압박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사와 별건 수사를 통해 자신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딸들을 뒤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 이화영 : 제가 뭐 대북 송금에 대해서 어... 김성태한테 얼핏 들었던 거 같다고 이런 뉘앙스도 중간에 막 진술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막, 하도 제 주변 사람들 막 다... 그 뭐, 지금 바로 신명섭...

- 김형태 : 신명섭 잡아넣었지요.

- 이화영 : 구속됐지요. 또 제 사무장 하던 애 지금 맨날 불려가지요, 또 제 완전 별건인 뭐 장OO라고 하는 저희, 우리 이해찬 대표님을 도와주신 기업인 불러 가지고 아주 족쳐 갖고 그 양반 거의 죽을 지경까지 만들어 놨지요. 뭐 우리 집 다 털어 갖고 우리 딸들한테 제가 뭐 개인적으로 결혼할 때 뭐 현금 지원하고 이런 거 다 지금 털어놨지요.

- 김형태 : 그런 것도?

- 이화영 : 예.

- 김형태 : 증여라고요? 신고 안 했다고?

- 이화영 : 그러니까 딸들을 불러서 조사하겠다고, 증여뿐만 아니라 뭐 그 돈의 출처 뭐 이런 거 있지요.

- 김형태 : 음...

- 이화영 : 뭐 그리고 앤드(and), 그걸 또 김성태는 자기가 날 줬다라는 거지요. 뭐 그 돈을 더 줬다고.

- 김형태 : 그 돈을?

- 이화영 : 예. 또, 또, 하여튼 또 뇌물에 플러스알파 뇌물이 뭐 막, 4,5건 막 이렇게 만들어 가지고 뭐 거대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저를 막 융단으로 압박을 하는 겁니다.


③ 이때 이미 등장하는 '진술세미나'... "막 네다섯 모아 갖고 검찰에서 진술 맞춰"


이 전 부지사는 올해 4월 4일 1심 법정에서, 사건 관련자들이 수원지검에서 서로 입을 맞추는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런데 9개월 전인 지난해 7월 12일 접견에서 이 내용을 김형태 변호사에게 대략적으로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3자 뇌물과 관련돼서 아직 기소는 안 돼 있는데, 이거와 관련돼 가지고 이재명 대표 기소를 거의 메이드(made) 한 거 같애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 이화영 : 걔네들이 뭐 김성태 진술과 주변의 진술을 다 맞춰 가지고 뭐 삼인성호도 그런 삼인성호가 없지요. 뭐 한, 한, 한, 한 삼십인성호를 만들어 가지고 다 만들어 놨어요. 거기서...

- 김형태 : 핵심이 뭐예요?

- 이화영 : 어... 변호사, 아, 저 저, 스마트팜 비용을 제가 얘기해 가지고, 제가 부탁해 가지고 어... 자기가...

- 김형태 : 아, 김성태한테 부탁해서?

- 이화영 : 예. 김성태가 북한에 돈을 줬고, 내가.

- 김형태 : 이재명 지사를 위해서?

- 이화영 : 예. 내가 그걸 이재명 지사한테 말씀드렸고, 이재명 지사도 잘 알고, 그래서 이재명 지사가 김성태 어머니 모친상에 비서실장을 보내서 그, 그 돈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비서실장이, 그분 돌아가셨거든요. 전OO 비서실장이라고. 아, 그거 그런 정황이 그 시기에 뭐 이렇게 있었다, 다 맞춰 놨고. 그 다음...

- 김형태 : 실제로 그런 게 있어요?

- 이화영 : 조문 간 거요?

- 김형태 : 조문은 뭐 갔겠지.

- 이화영 : 조문 갔고...

- 김형태 : 근데?

- 이화영 : 그건 전혀...

- 김형태 : 근데 거기서 진술을 뭐 저, "스마트팜 비용 부탁을 했다."

- 이화영 : 아, 전혀. 아니, 돌아가셨으니까 걔네들이 말, 다 말 만들어 낸 거고, 다 완전 걔네들이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대질, 대질신문이라는 명분 하에 자기들끼리 막 네다섯 명씩 모아 갖고 검찰에서 막 훈련을 시켜 갖고 다 진술을 맞춰 놓은 거예요.


④ "내가 이렇게 부탁한 걸로 하자"... 이화영과 김성태는 어떻게 말을 맞췄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긴 이 전 부지사는 결국, 김 전 회장의 진술과 큰 틀에서 같은 맥락의 진술을 검찰 조사에서 하게 되는데, 그는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 이화영 : 그래서 내가 (김성태에게) "야, 그럼 내가 너한테", 뭐 한참 뒤에 그, 뭐 "니가 북한하고 비즈니스 하는 거", 나중에 알아 가지고 뭐 2019년 7월달에 필리핀 대회라는 게 있었거든요. "그때 알아 갖고 내가 '너 북한하고 우리 지사님 방북 한번 부탁해 봐라.' 이렇게 부탁한 걸로 하고."

- 김형태 : (부탁한 걸)로 하자?

- 이화영 : 예, 하자. 응?

- 김형태 : 그걸 누구하고 얘기했어요?

- 이화영 : 김성태하고.

- 김형태 : 언제?

- 이화영 : 아, 최근에요.

- 김형태 : 법정,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 이화영 : 예 예. 하고, 그리고서...

- 김형태 : 같이, 그러니까 김성태하고 대질 비슷하게 조사를 받으면서?

- 이화영 : 예 예, 예.

- 김형태 : 아....

- 이화영 : 하고, 그다음에 "그거에 대해서 지사님한테 잠깐, 내가 국제대회 갔다 오면서 잠깐 간단히 말씀을 드렸다 치고".

- 김형태 : 음.

- 이화영 : "그다음에 니가 돈을 보내고 나중에 내가 퇴직", 내가 퇴임하거든요. "퇴임할 때 들어가서 그 말씀을 잠깐 전했던 걸로 하자. 이러면 되겠냐? 응?"

- 김형태 : 음.

- 이화영 : 그래서 (김성태가) "아, 앞의 뭐 스마트팜 다 인정해야 되고, 그럼 이거 인정하지 않으면 난 살 수가 없고, 난 지금 뭐 거의 미치고 환장할 정도로 이렇게 압박을 받고 있어서..."

- 김형태 : 그걸 검사 앞에서 그렇게 얘기를 해요? 아니, 하, 그런 일이 없는데 '~하자' 이렇게 서로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이 질문에 이 전 부지사는 "조심스럽다"면서 즉답을 피하는데, 김 변호사가 재차 "실제로 그랬다는 거야?"라고 묻자, "그렇지요"라고 답했다.

김형태 변호사의 조언 "없는 사실 바게인(bargain) 해 갖고 넘어가느냐? 못 넘어가"

당시 이 전 부지사는 일단 이렇게 진술을 해서 김성태와 검찰의 압박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던 걸로 보인다. 그는 대북송금 관련 김성태의 수많은 진술과 자신의 진술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작게 얘기하고 그렇게 가서 김성태를 덮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을 모두 들은 김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핵심은 내가 검사라면 지금 다 잡아놓은 거지요. 딱딱 짚어놓은 거지, 지금 맥을"이라며 큰 틀에서 둘의 진술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등 과거 굵직한 사건을 많이 했던 김 변호사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할 경우 끝이 안좋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당장 추가되는 부닥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그럴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런다고 해서 그게 피해지나? 내가 여태까지 한 케이스로 난 피한 거 하나도 못 봤어"라며 "그렇게 없는 사실을 바게인(bargain. 협상, 흥정) 해 갖고 있는 걸로 해 갖고 넘어가느냐? 못 넘어갔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뭐든 고려 안 하고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고, 그게 나가는 게 끝에 가서는 제일 득이 된다"라고 설득했다.

노크 소리와 함께 교도관이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접견이 끝났다. 이 접견 직후 이 전 부지사는 또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