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울서 연이어 해괴한 일... 윤 정부,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화 행정의 파행...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
"한 편의 회귀물을 보는 것 같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고발을 한 것이 7년 전인데 아직도 변한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검열에 대한 기자회견(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위 발언을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고,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음에도, 그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블랙리스트 사태는 재발했다.
물론 수천 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지원을 배제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으로 학습이 되어 그대로 실행할 수 없겠지만, 위 법률이 금지하는 예술인권리침해행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유행하는 회귀물의 장르를 보는 듯했고, 이에 비유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예술검열 사건들에 대한 개요 및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행정안전부의 '늑대가 나타났다' 검열
지난 2022년 43주년 부마민주항쟁기념식을 앞두고,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강상우 감독에게 기념식의 총연출을 제안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정형화된 국가기념식 연출은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 생각하여 거절하였다.
재단 측은 제43회 기념식은 청와대나 행정안전부 등의 특별한 개입 없이 부마재단의 주도로 준비될 예정임을 언급하였고, 강상우 감독은 기존과 다른 내용의 형식의 국가기념식을 연출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연출직을 승낙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기념식 주제에 적합하다는 공감하에, 이랑을 기념식 공연자로 섭외하였다.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은 기념식의 주최, 주관 단위의 담당자가 모두 참석한 중간보고 회의에서 확정되었음에도, 행정안전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곡 변경 지시(늑대가 VIP를 상징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는 기념식에서 교체되어야 했다.
이에 동의할 수 없었던 강상우 감독과 이랑은, 기념식까지 불과 3주를 앞둔 상황에서 사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강상우 감독은 사임 전 재단 사무처장과 상임이사와 통화를 하였는데, 재단 측은 "행안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행안부 윗선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에 대한 브레이크(교체 지시)가 있었고, 예산의 목줄을 행안부 정부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의 의사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행정안전부의 노래 교체 지시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 제1항 제3호의 '불공정행위'로서 "예술인권리침해행위"에 해당한다.
강상우 감독과 가수 이랑은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및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대한민국,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위 검열논란 당시 특정 곡을 검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였으나, 소송이 진행 중인 현재 주최기관의 관여는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서울도서관의 전시 검열
지난 2022년 12월 29일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도서관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서울도서관이 관리·감독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시작된 입주 서점(자각몽)의 전시가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을 언급하였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를 지시하였다.
이에 대해 입주 서점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서울아트책보고는 아무런 협의 없이 전시물을 다시 가져다 놓았다가,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장의 지시를 받고 다시 일방적으로 철거를 반복했다.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는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전시물 앞에 '본 전시는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안내 푯말을 세워두었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의 검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대신,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본인들과 무관한 전시라는 푯말을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였다.
이 전시가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직접 표현했더라도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전시는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전시 홍보물에 담긴 전시기획자의 기획의도에 위와 같은 표현이 담겼다는 것을 서울도서관 측이 문제 삼은 것이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2023년 1월경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과의 녹취록까지 확보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열금지 원칙 위반 등으로 진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조사를 계속 지연하다가, 다시 전시물을 복원한 점, 서울도서관 및 서울아트책보고의 입장을 홈페이지와 전시장에 별도 표시한 점, 서점과 수탁기관 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2024. 9. 13. 진정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및 인권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의 지시 및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녹취가 있음에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복원한 점(*그러나 복원도 철거 전 전시의 원 상태로 복원하지도 않았음) 및 서울시, 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입장을 별도 표시한 점이 왜 인권침해행위의 면책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기각 결정을 하였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2024년 종로구청의 백기완노나메기 재단에 대한 거부처분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2023년 12월 28일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의 공연을 위해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신청을 하였다.
추모문화제의 내용은 시 낭송, 영상 상영, 합창단 공연, 춤 공연, 풍물굿 공연 등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문화행사였다. 재단은 고인의 생전부터 종로구 대학로에 사무소가 소재한 지 35여년이었으므로, 마로니에공원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여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지난 2월 6일 "1) 서울특별시 종로구 도시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원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2)심의 시 심의위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요청한 보완자료 미제출"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며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이후 2월 14일 재단 측과 종로구청장의 면담에서 종로구청장은 '본 추모행사가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하였고,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히 공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시 심의하게 하는 것이 전부라 하였다. 재단 측은 종로구청장이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한 의중이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종로구청은 추모제 하루 전인 2월 16일 본 행사가 순수 문화행사로 보기 어려운 점, 공원 이용으로 인한 참여 인파, 소음 등으로 인한 공원 이용객, 인근 주민 등의 불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여 마로니에공원 이용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는 이용승인에 대한 배제 사유로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경우"라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령인 공원녹지법 제49조는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위녹지법 제49조 제2항은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에서 금지행위 역시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동반한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규칙을 위임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제22조에 따르더라도 위 금지행위 외에 도시공원의 사용허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이나 위임 사항도 없다.
즉 종로구청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 규정 및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라는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을 근거로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재단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 규칙을 근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다시 권력을 가진 개인의 말 한마디가 예술인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예술활동의 의미와 내용을 불문하고, 누군가의 생각이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가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살아 숨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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