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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의 건강수첩
최근 세상의 변화 속도를 반영하듯이, 의학지식의 변화도 매우 빨라졌다.
예를 들어 수년 전에는 가장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평가받던 약이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퇴출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연합뉴스>에 실린 한 기사를 보면 한 고혈압 치료법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몇 년 전에 세계적인 의학 논문집인 <랜싯>에 실린 한 치료법이 실제로는 큰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논문 내용은 혈압을 낮추는 일부 약 두 가지를 동시에 쓰면 약 하나의 용량을 높여 쓸 때보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더 낫고 부작용도 적다는 것이었다. 실제 많은 의사들이 이 논문의 내용을 참조해 환자들에게 처방했다. 하지만 이 논문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애초 실린 논문의 내용은 혈압을 낮추는 일부 약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으면 혈압을 낮출 뿐더러 신장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이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치명적인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논문은 취소됐다. 문제는 그사이 이미 수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논문에 따른 처방을 받았으며, 지금도 많은 의사들은 여전히 그 처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개발돼 2000년대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 약은 위장 등에 부작용이 없는 진통소염제로 알려져, 많은 환자와 의사들이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속 쓰림이나 위궤양 등이 생기지 않는 효과는 있었는지 몰라도, 심장발작 등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여 2004년부터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관절염의 증상을 줄이려다가 심장질환으로 숨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많은 관절염 환자들은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호르몬 대체요법만 해도 그렇다. 이 요법은 폐경기에 여성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갱년기 증상을 줄이기 위해 1990년대부터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안면홍조, 불면증 등의 증상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을 비롯해 심장 및 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다만 유방암의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오히려 해만 끼친다는 연구 결과들도 일부 나와 논란이 있었다.
결국 199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수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는데,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유방암은 물론이고 심장병, 뇌졸중, 정맥혈전증 등 중증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이 호르몬 대체요법이 치매의 발생 가능성마저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유행한 지 채 수년 만에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그사이 이 호르몬요법은 국내에서도 대유행이 된 바 있다.
새로운 기술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사례들은 의학 외의 분야에서도 많다. 하지만 건강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유행에 민감하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고 수명도 단축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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