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광우병 증상' 의인성CJD 국내 첫 사망자 확인

道雨 2011. 11. 29. 09:42

 

 

 

  '광우병 증상' 의인성CJD 국내 첫 사망자 확인
 
54세 여성 뇌조직 이식뒤 CJD 감염... 보건당국 늑장대처 논란
 
[머니투데이 최은미기자]
 
[54세 여성 뇌조직 이식뒤 CJD 감염... 보건당국 늑장대처 논란]

광우병처럼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확인됐다. 확인된 CJD는 감염된 조직을 이식받아 걸리는 '의인성 CJD'로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CJD는 매우 희귀한 퇴행성 신경병 질환으로,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감염된 조직이식 등을 통해 발병하는 의인성,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의 특정 부위를 먹고 걸리는 변종 등 4종류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CJD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CJD'나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가족성CJD' 뿐이었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특정부위를 먹고 걸리는 '변종CJD'는 아직 한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림의대 김윤중 교수팀이 지난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조직을 꺼내 동물실험한 결과, 국내 첫 '의인성 CJD(Iatrogenic CJD)'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

이 질환은 감염 후 잠복기간이 20여년 이상으로 길지만, 발병 이후에는 생존기간이 1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특히 의인성CJD의 경우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됐지만, 전세계적으로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대부분 동물(소)이나 사망자의 뇌 경질막이나 뇌하수체 호르몬, 각막을 이식받거나,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 장비를 사용했을 때 감염된다.

논문에 따르면 이 환자는 1987년 뇌종양의 일종인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이곳에 사람의 뇌조직을 원료로 한 경질막을 이식한 뒤 CJD에 감염됐다. 경질막은 온몸의 감각과 운동 등 활동을 통제하는 중추신경계를 싸고 있는 3개의 뇌막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막이다. 뇌수막종 절제술 과정에서 함께 떼어내야 해 수술 후 다시 이식해줘야 한다.

김윤중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을 생체 조직검사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 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사망 환자의 뇌경질막을 추출,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이 제품이 CJD 감염의 원인이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최근 검증절차를 거쳐 의인성 CJD임을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의인성 CJD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이식사례, 제품 사용현황, 환자 발생,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보고가 지난 7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건당국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는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안이라 논문에 대한 검증절차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추가환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2008년 CJD 표본감시체계 운영결과' 총 28건의 CJD가 발견됐다. 2007년 18건에 비해 10건 늘어난 것이다. 이중 산발성이 25건, 가족성이 3건이었으며, 부검 또는 생검을 통해 CJD를 확진한 사례는 3건이었다.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의 특정위험부위를 먹어 감염되는 변종 CJD는 발견되지 않았다.

CJD는 1920년 처음 발견된 뇌질환으로 인구 100만명당 0.5~2.0명의 비율로 발생한다. 이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이 85% 이상을 차지한다.

2007년 광우병 파동으로 관심이 몰린 '변종 CJD'의 경우, 지금까지 전세계 11개국에서 21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수는 영국이 167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23명) 스페인(5명) 아일랜드(4명)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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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CJD 사망자 발생, 안심하라는 정부 주장이 '괴담'"

전문가 "MM형 유전자 비율 높은 한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위험"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 병(iCJD) 사례가 확인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29일 "이번 사례는 독일제 뇌경막 이식 23년 후 발생한 경우로, 현재는 안전한 뇌경막 대용 제품을 사용해 감염 우려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이번에 iCJD에 감염된 환자는 54세 여성으로 1987년 뇌암의 일종인 뇌수막종을 치료하기 위해 독일제 수입 뇌경막 제품인 '라이요두라(Lyodura)'를 이식 받았다. 환자는 수술 후 23년이 지난 지난해 6월 발병하여 당초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의심 환자로 신고됐고, 같은 해 11월 사망했다.

라이요두라는 1969년 독일 비브라운사에서 인간 사체의 뇌경막을 이용해 만든 제품으로 신경외과 수술에서 사용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제품이 과거에 일부 수입돼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인간 사체를 이용하지 않은) 안전한 뇌경막이 사용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 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와 관련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 질병이 '인간광우병'과는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합

"같은 수술 도구 쓴 환자, 수혈받은 환자까지 검사해야"

전문가들은 "그동안 보건 당국이 iCJD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확인이 안 됐을 뿐"이라며 "1987년에 수술 받았는데 그동안 확인하지 못한 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CJD의 잠복기는 20년~30년으로 길지만, 일단 증상이 나온 후에는 대개는 6개월~1년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요두라와 비슷한 제품으로 iCJD에 전염된 사례는 전 세계 20여 국에서 400여 건이 알려졌고, 일본에서는 최근 2년 동안 138건이 보고된 바 있다. 유독 일본의 발병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본이나 한국이나 129번의 MM형 유전자형의 비율이 높다"며 "이와 CJD 발생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sCJD 환자의 뇌경막을 기증받으면 그 환자의 장기를 받은 사람은 다 감염된다"며 "문제는 한 사람의 뇌경막에서 제품 하나만 나오는 게 아니라, 수백 명에게 이식할 수 있는 조직이 나온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정책국장은 또한 "CJD는 수혈, 수술, 치료과정을 통해서 전염된다"며 "해당 병원에서 iCJD에 걸린 환자를 수술한 도구로 다른 환자를 수술한 적이 있는지, iCJD 환자가 수혈한 적이 있다면 수혈 받은 사람들까지 CJD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국장은 "그동안 보건의료계에서는 각막시술이나 뇌경막 수술, 성장호르몬 치료, 수술, 수혈 등을 통해서 CJD에 감염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며 "정부는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안심하라고만 주장한다. 안심하라는 주장이야말로 괴담"이라고 꼬집었다.

신경외과계에서는 인공 뇌경막 제품에 인간 사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주장도 내놓는다.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라이요두라는 신경외과에서 지금도 많이들 쓰고 있다"면서 "죽은 사람들의 뇌경막을 뜯어다가 얼려서 공급하기 때문에 사용하면서도 의사들도 어떤 위험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요두라가 독일 제품이지만 사체는 어느 나라 사체인지 불분명하다"며 "확실하게는 잘 모르지만 (내가 썼던 것은) 인도 사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수술용 칼은 비싸지 않아 쓰고 버리기 때문에 요즘에는 수술도구재활용해서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단서를 붙였다.

"스위스서 CJD 제4유형 발견…인간 광우병도 안심 일러"

이번 사례는 '쇠고기 섭취를 통한 인간 광우병(변종 CJD)'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CJD는 잠복기가 20~30년으로 길고, 아직 과학적인 내용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정책국장은 일례로 "스위스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광우병 소 두 마리가 확인됐다"며 "기존 검사법으로는 (감염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서 CJD의 제4 유형이라고 보고했는데, 이게 다른 소에도 감염되는지 인간에 전염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발생했을 수도 있는데 검사를 제대로 못해서 발견이 안 된 것"이라며 "이번 사례도 단순히 쇠고기와 관련 없으므로 단순히 광우병 괴담이라고 얘기할 건 아니다. 인간 광우병 관심 높아졌기 때문에 이걸 발견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발견 못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 시스템을 바꾸고, 검역조건이나 수입조건을 엄격하게 해서 프리온 관련 질병을 걸러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CJD가 문제됐을 때, 정부는 인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는 것 외에 CJD에 대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며 "외국에서 200건 이상 문제가 됐던 제품에 대한 역학조사는 2008년 당시에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던 보건의료 당국은 국민건강보다 정권을 지키는 데 더 주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첫 iCJD사례가 발견됨에 따라 1980년대에 뇌경막 이식 등 위험요인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에 대해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 추적조사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