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강물이 온통 녹색 ...기막히다
생명의 강 연구단 현장조사
▲ 경북 강정고령보 부근의 물 색깔. 보 바로 아래 수심이 깊은 곳은 짙은 녹색을 보이고 있다.
ⓒ 최지용
'녹색성장'이라더니 정말 강물이 녹색이 됐다. 시민환경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의 낙동강 현장조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경북 달성군과 고령군에 걸쳐 있는 강정고령보에 도착하자 물의 색깔이 녹색 빛을 띠는 게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조사 첫날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최상류인 상주보에서 목격된 녹색 빛의 물이 9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이곳에서도 포착된 것이다.(관련기사 : 에폭시 주사로 '땜질'... 흉터 흉칙한 '누더기 보') 이날 조사에 합류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강물을 보고 "녹조가 심각해 보인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녹색으로 변한 낙동강... "수온 올라가면 녹조류 엄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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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이어 "지금 육안으로 봐도 물이 녹색인 게 확연하고, 부유물과는 다른 조류가 떠 있는 모습 같은 게 보이는 것 같다"며 "수온이 올라가고 햇빛이 잘 비추면 녹조류가 엄청나게 번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단체 출신으로 시화호와 관련한 생태운동을 벌인 경험이 있다.
물의 깊이나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물의 색이 달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장소를 계속 이동하며 물의 색을 살폈다. 강변에서 보고 보 위에 올라가 보고, 햇빛을 마주보고 또 등지고도 바라봤지만 녹색은 일관되게 관찰됐다. 수심이 깊은 곳과 얕은 곳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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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에서부터 낙동강의 각 보와 주요지점의 수질을 확인하기 위해 채수작업을 진행 중인 이현정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녹조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심하천 유역관리 전문가인 이 박사는 "녹조 현상은 현장에서 측정하는 걸로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며 "질소나 인 같은 영양소들의 유입이 중요한데, 연구소에서 분석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는 부영양화된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가 광합성으로 대량증식하며 물의 색깔을 현저하게 녹색으로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가 발생할 경우 햇빛을 차단해 수중생물들의 생존에 영향을 주고 수질 또한 떨어뜨린다. 최근 북한강과 팔당댐 등에서 발생한 수돗물 악취도 이 같은 녹조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녹조가 의심되는 강정고령보 부근에는 대구지역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죽곡취수장이 위치해 있고, 그보다 상류에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문산취수장이 있다.
보마다 바닥보호공 공사... "부실설계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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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 둘째 날 살펴 본 칠곡보와 고령강정보, 달성보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첫날 조사한 상주보와 구미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가동보(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물을 내려보내는 부분) 앞쪽에 가물막이를 하거나 바지선을 띄워, 굴착기와 크레인을 이용해 보 하류 쪽에 조성된 바닥보호공을 새로 만드는 작업 중이었다.
각 보가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아주 기초적인 공사라 할 수 있는 바닥보호공 공사를 다시 하는 이유는 지난 봄과 여름에 내린 비로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밑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 현상을 예측하고 설계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금 4대강 사업으로 세워진 보들은 대부분 기둥만 기초를 암반에 했고 나머지 부분은 붕 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강물이 그 떠 있는 부분 밑으로 계속 흘러 나가게 된다. 보호공은 물의 낙차로 인해 바닥이 파이는 걸 막기 위해 블록이나 콘크리트로 설치한 건데, 강바닥 모래 위에 자리하게 돼 있다. 보에 붕 떠 있는 부분으로 물이 흘러나오면서 바닥보호공 아래 모래들을 계속 쓸고 나가면서 유실되거나 밑으로 가라앉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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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는 명백히 잘못된 설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아무리 시트파일(기초 공사 시 흙이 무너지지 않게 땅에 박는 철제 말뚝)을 박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바른다고 해도 또 다시 유실되거나 주저앉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에서 발생한 누수현상은 추운 겨울에도 속도전으로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바닥보호공 문제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충분한 검증 없이 날림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누수현상으로 인해 부실시공 논란이 있었던 4대강 사업이 또 다시 기초 설계 작업부터 부실했다는 우려를 낳는 지점이다.
이러한 지적에 현장 관계자들은 "지난 봄에는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비가 왔고, 그러다 보니 물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경우가 있어 바닥공이 유실된 것"이라며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고, 공사가 거의 완료된 지금은 그럴 걱정이 없지만 만일을 대비해 더 안전하게 공사하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달라진 현장 분위기... 작업자들의 '뼈있는 농담'
현장 작업자들에 따르면 낙동강의 대부분의 보에서 이러한 보강작업들은 오는 30일까지 마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했던 콘크리트 고정보 누수현상도 보강공사를 완료한 곳이 거의 없다.
누수를 막기 위한 작업은 물이 새어 나오는 곳뿐 아니라 물이 스며드는 상류 부분도 보강을 해야 하지만 이틀 동안 조사에서 이 과정을 진행 중인 곳은 구미보밖에 없었다. 보 상류 쪽 부분을 보강하려면 채워놓은 물을 빼내야 하지만 낙동강 8개 보가 한꺼번에 물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작업 시한은 정해져 있고 이를 맞춰야 하는 현장에서는 또 다시 추운 날씨에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한 현장에서는 아침 일찍 찾아온 연구단에게 "오신다고 해서 밤새 누수작업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연구단의 지적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조사를 격렬하게 막던 이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누수현상을 비롯해 부실설계 등 4대강 공사 완료 지점에 제기된 문제들에 어느 정도 수긍하기도 했다.
겨울철 무리한 공사로 누수현상이 일어났다는 지적에 "CCTV 설치해 청와대에서 직접 보고 밤에 공사 안하면 전화 온다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거나, "그러니 투표를 잘 해야 한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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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20일 오후 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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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4대강 사업 구간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 상주보. 최근 누수현상뿐 아니라 지난 5월 보 하류 쪽 강 좌안 제방이 완전히 허물어져 부실설계 논란에 휩싸였던 곳이다.
20일 오전 상주보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 역시 붕괴됐던 좌안 제방이었다. 놀랍게도 자연형 제방으로 돼 있던 부분이 완전히 콘크리트 벽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방을 복구해도 붕괴가 계속돼 자연형 제방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보의 하류 부분은 침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제방을 콘크리트로 해야 하는데 사실 콘크리트도 그렇게 안전한 게 아니다, 그것도 부서지는 걸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교수의 말대로 콘크리트 제방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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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녹색 빛... "탁도 줄어들면 조류 현상 활성화"
기온이 올라 영상의 날씨 속에 상주보 인근은 수변공간의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시민환경연구소,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이하 연구단)은 상주보 상단 공도교에 올라 수질 측정을 실시했다.
공도교에 올라 바라본 보의 상류와 하류는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물을 채워놓은 강은 거의 흐르지 않고 정체돼 있었고, 살얼음이 꼈다. 물의 색깔은 눈으로도 확연한 녹색 빛이었다. 수심에 따른 빛의 반사가 달라져 녹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녹조현상이 의심되는 상황. 이 때문인지 보 상류 물속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기포가 줄기차게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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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취수한 물은 연구소에서 엽록소A, 총 인, 플랑크톤 등을 분석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탁도를 측정할 수 있다. 상주보의 탁도는 7.1NTU(탁도 단위)로 나타났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박창근 교수는 "오랫동안 진행된 준설 공사로 탁도가 높을 수 있는데, 탁도가 높을 때는 조류가 잘 살지 못한다"라며 "조류들이 흙에 달라붙기 때문인데 탁도가 줄어들면 조류가 더 활성화 돼 녹조 등의 현상이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뜬금없는 제방 보강공사 이유는?
최근 문제가 됐던 누수 현상은 어느 정도 보완공사를 마친 모습이었다. 일부 부분에서 여전히 방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물이 샜던 부분은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물이 스며들어 오는 보 상류 쪽 고정보 부분은 물이 차 있어 보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창근 교수는 "물이 새 나오는 곳만 막으면 또 다시 새게 돼 있다, 제대로 보완하려면 물을 빼고 상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며 "지금 누수현상이 멈춘 걸로 보이지만 결국은 눈속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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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자체의 누수현상 보완 공사는 마무리가 됐지만 이상한 공사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강 위에서 공사가 대부분 끝난 상황에서 굴착기 한 대가 가물막이를 분주히 만들고 있었던 것. 강 복판에 나간 굴착기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흙탕물을 일으키며 강바닥의 흙을 분주히 퍼올렸다.
어떤 공사인지 확인하기 위해 낙동강 33구역 현장사무소를 찾았다. 현장사무소 만난 관계자는 처음에 "그쪽 부분에 취수장이 있어 관련한 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으나 또 다른 관계자는 "강 바닥에 '개비온 매트리스' 보강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박창근 교수는 "개비온 보강공사를 한다는 것은 강의 하류 쪽 제방에서 누수가 있어 강바닥의 모래를 쓸어내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보강한다는 뜻"이라며 "결국 보나 제방 같은 구조물과 지반이 접하는 지점이 취약해 붕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개비온 매트리스'는 유속으로 강 바닥이 파이는 것을 막기 위한 하상유지공의 한 종류다. 육각형 철제 망태에 돌을 채워 바닥에 깔아 모래가 물에 쓸려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개비온 매트리스 보강공사는 구미보 등에서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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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20일 오전 10시 36분]
보에서 물이 샌다. 모래도 다시 쌓인다. 겨우내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다. 걱정투성이 4대강 사업 이야기다.
<오마이뉴스>는 시민환경연구소, 녹색연합 등과 함께 20일부터 22일까지 낙동강 조사에 나선다. 4대강 사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낙동강 구간 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보자는 취지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와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가 동행하는 이번 조사에서는 보의 누수현상, 강의 조류상태, 모래의 재퇴적 현상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또 조사내용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바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거의 실체를 드러낸 4대강 사업의 '쌩얼'을 함께 감상하자.
[쟁점1] 물 새는 보,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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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9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8개가 낙동강에 있다. 최상류에 위치한 상주보에서 맨 남쪽에 함안보까지 8개 대형보 모두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정부는 "누수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라고 말했다. 괜찮다는 건지 문제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이다. 이를 두고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에서 물이 새는 건 토목계의 수치"라고 말했다. "명백한 부실공사"라는 지적이다.
[쟁점2] 다시 쌓이는 모래, '말짱 도루묵'된 준설사업
다시 쌓인 모래 또한 문제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대한하천학회 학술대회에서 "준설했던 모래가 지점별로 최대 76%까지 다시 쌓였다"고 발표했다. 낙동강의 준설량은 한강, 금강, 영산강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2년 동안 열심히 퍼냈지만 결국 헛손질을 한 꼴이 됐다.
4대강 사업을 유지하려면 다시 쌓인 이 모래를 계속 퍼내야 한다. 그러려면 또 다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국토연구원은 '국가하천 유지관리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4대강 관리 예산으로 연간 6000여 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재준설에 필요한 예산은 따로 잡혀 있지 않다. 홍수피해나 제방붕괴 등의 보수 비용으로 2057억 원이 잡혀 있을 뿐이다.
[쟁점3] 호수가 된 강, 수질은 괜찮을까?
겨울철 갈수기를 맞아 보에 채운 물의 수질도 논란이 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4계절 내내 강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수량이 적은 겨울과 봄에는 물을 채우고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있는 여름에는 수문을 열어 물통을 비운다.
4대강 사업 16개 보는 지난 가을 모두 담수에 들어갔다. 흐르던 물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보 설치로 인해 하천이 호소형으로 바뀌면서 조류의 농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물의 양이 많아지면 수질이 개선된다"던 정부의 주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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